의대로 쏠리는 우수 인재들…의료계도 '우려'

SKY 이공계도 의대 노리고 중도이탈∙초4 대상 의대입시반도 나와…"우수인재 쏠림 국가적 손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우리 사회의 의대 선호 현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의료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어린 학생들의 가능성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것은 물론, 우수한 인재가 의대로만 집중되는 건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라는 것이다.

23일 입시업계 및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새 학부모와 입시생들 사이에서 의대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소위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자연계열에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서도 의대 진학을 위해 중도 자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SKY 자연계열 중도탈락자는 지난 2019학년도 893명에서 2021년 1096명으로, 지난해에는 1421명으로 2년 전에 비해 6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인문계열 중도탈락자가 444명에서 453명으로 소폭 늘어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입시업계에서는 이처럼 SKY 자연계열에서 자퇴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의대, 약대 진학을 위해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같은 중도이탈 러시에 더해 최근엔 초등학교 4학년 대상 의대입시반까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 사회적인 의대 선호 현상이 극에 달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2010년대 초중반까지는 묻지마 이공계 지원이 대세였다”며 “그 사이에 의학전문대학원, 치대, 약대 등이 전부 학부로 전환되면서 주변에 의약학 계열 합격생들이 볼 기회가 늘어난 것이 의대 선호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취업도 어렵다고 하는 상황에서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가장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학부모들의 바람도 의대 선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의대쏠림 현상은 대통령실도 예의주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수 인재가 의료계로 쏠리는 데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의료계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수도권 소재 의대에 재학중인 한 의대생은 “학원이 학부모들의 욕심과 불안을 과도하게 조장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초등학생에겐 오히려 커서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는 게 맞을텐데, 지금부터 의대를 준비하면 늦는다며 입시반을 운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희철 부원장은 “과거엔 공대가 인기가 많았고 공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며 “반면에 요즘은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 모이지만 그 학생들이 의학적 연구를 해서 국가의 부로 이어진다든가 하는 일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의학 공부가 어렵긴 하지만 사실 의사는 물리학처럼 머리가 아주 뛰어나야 하는 직업은 아니다. 성실하고, 환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주로 본다”며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안정적인 직업이란 생각에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로만 몰리는 상황에 대해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 부원장은 이 같은 의대 쏠림 현상은 의사의 연봉 얘기만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최근에 공공병원에선 연봉 4억원 제시해도 의사를 구할 수 없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런 뉴스들을 보고 의사가 되면 다들 돈 잘 벌고 편하게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해 자녀를 의대로 보내려 하는 것”이라며 “정작 그 이면에 의사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현실은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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