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강제입원제도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최근 국회를 통과한 개정 정신보건법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병원과 정신과 의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은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를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정신병원 입원은 자의입원과 강제입원(비자발적 입원)으로 나눠진다.
자의입원은 말 그대로 정신질환자나 알콜중독자 등이 스스로 입원하는 형태.
반면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하지만 질환의 특성상 병을 자각하지 못하고, 입원을 거부할 경우 가족이나 후견인 등 보호의무자나 시장·군수·구청장 등이 입원을 의뢰하는 것을 강제입원이라고 한다.
강제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명이 동의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정신병원 입원환자 중 자의입원과 강제입원 비율은 약 3:7.
정부를 포함한 일각에서는 이처럼 강제입원 비율이 높은 것은 현행 정신보건법 상 입원 요건이 너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신보건법상 강제입원 요건이 허술하다보니 2013년 대표적 막장 논란을 빚은 '백년의 유산'이나 영화 '날, 보러와요'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강제입원시키는 드라마같은 상황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정된 정신보건법을 보면 입원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현재는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 필요성' 또는 '자해, 타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입원시킬 수 있지만 앞으로는 두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입원시킬 수 있다.
그것도 해당 정신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라 '소속을 달리하는' 즉 다른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2명 이상이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일치된 소견'을 피력해야 한다.
'너네 정신병원 정신과 의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강제입원을 유도할 소지가 다분한데 형식적인 의학적 소견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A씨는 "공무원, 검사, 판사도 믿을 수 없으니 다른 관할 공무원, 검사, 판사에게 일을 맡겨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강제입원을 하더라도 한 달 안에 국립병원 등에 설치될 예정인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 한차례 더 입원 필요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에는 '타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인권전문가 등 10~3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처럼 3중으로 강제입원을 어렵게 만들면 인권침해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인권을 유린하는 강제입원인 것으로 단정하고, 일부 불법입원 사례를 마치 전체가 그런 것처럼 매도해 환자 가족과 의사, 병원을 도매금으로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료급여환자 정액수가를 8년째 동결해 정신병원을 고사 위기로 몰아넣는 것도 모자라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시행되면 사회적 문제만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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