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 청년보좌역 맡고 있는 한상현 의대생...들러리 아닌 직언하는 역할

파업 경험으로 '정치'라는 적극적 행동 선택한 연세의대 본2...필수의료 문제 의대 신설 아닌 수가로 해결해야

국민의힘 한상현 청년보좌역의 유세 연설 모습. 사진=본인 제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 2020년 의료계 파업은 예상치 못한 결말로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젊은 의사들은 올바른 의료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단 일념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여론은 그들의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 아니냐는 비아냥에 상처를 받은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역으로 당시 경험은 의료계 청년들에게 정치와 사회 참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좋은 의도를 가진 주장이라도 그것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정책으로 현실화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임을 실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료계 파업 경험 계기로 정치 참여...캠프 혼란 때 직언하고 보좌역 사퇴하기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 중인 한상현 청년보좌역(연세의대 본과 2학년) 역시 당시 동맹휴학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던 이들 중 한 명이다. 평소에도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지난 파업에서의 경험이 정치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실제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게 한 촉매제였다고 회상했다.

한 보좌역은 지난해 4월 치러진 서울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모집한 청년유세단에 지원했고,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오세훈 후보의 유세차에 올라 지지연설을 해 화제가 됐다. 당시 맺은 국민의힘과의 인연이 이어져 지난해 12월 청년보좌역으로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다.

한 보좌역은 “주위에서는 (정치 참여가) 위험할 수 있지 않느냐는 걱정을 많이 한다”면서도 “원래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국가를 위해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다”고 했다.

청년보좌역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 보좌역은 국민의힘이 윤핵관(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 외부 인재 영입 문제 등을 놓고 내외부적으로 혼란에 빠져있던 지난 1월 초에는 한 차례 직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어차피 무조건 진다.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보좌역 직을 사퇴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한 보좌역은 사퇴의 변을 통해 “후보의 곁에는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기생충 같은 십상시들만 가득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청년보좌역이 후보와 당의 지시를 따르기만하는 ‘들러리’가 아님을 보여줬던 셈이다.

그는 2주가량이 지나 당이 겪고 있던 혼란이 어느정도 수습된 후 당의 요청을 받고 다시 복귀했다. 현재는 청년보좌역으로서 새로운 이슈가 생기거나 여론조사에서 변화가 있을 때 이와 관련해 후보에게 건의를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 보좌역이 지난 1월 6일 청년보좌역을 사퇴하며 윤 후보에게 사퇴의 변을 밝히는 장면. 사진=윤석열 후보 유튜브 채널

"윤석열 후보는 열려있는 분"....필수의료 문제는 의대 신설이 해답 아냐

곁에서 지켜 본 윤 후보는 어떤 사람일까. 한 보좌역은 보좌역 사퇴 당시의 일화가 윤 후보가 가진 강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열려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청년보좌역 사퇴 당시에 강도 높게 비판을 했다. 후보 입장에서 그 말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후에 후보와 당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복귀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학습이 굉장히 빠르신 것도 인상적”이라며 “정치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잘 모르던 이슈들도 금방 습득하고 빠르게 발전했다”고 했다.

그는 대선 후보들의 의료 관련 공약에 대한 생각도 풀어놨다. 윤 후보의 의료 관련 공약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에 비해 적은 것처럼 보인다는 질문에는 “관심이 적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잘못 건드려서 망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기본 기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 후보가 발표한 의료 공약들 중에는 수술실 CCTV 등 오히려 의료계의 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소위 악법들이 많다”며 “의료 문제는 파급력이 크고 이해관계자들도 많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함부로 들쑤시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조율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타 후보들의 의대 신설 공약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을 날렸다. 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신설이 아닌 필수과 전문의들을 위한 일자리 확충과 수가 지원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윤 후보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발표해놓은 상태다.

한 보좌역은 “이재명 후보는 무분별하게 공공의대를 만들어서 의사를 배출하면 알아서 필수의료가 이뤄질 것이라고 하는데 어불성설”이라며 “지금도 필수과 전문의들은 계속 배출되고 있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병원들을 국가에서 만들어주고 수가를 올려주면, 일자리와 관련 전공의가 늘면서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필수의료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수가 인상이 없는 상태에서 공공병원 확충도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가를 올려주지 않고 공공병원만 세우는 건 전체 파이는 그대로 둔 채 공공병원들이 기존의 지역 병원들의 파이를 빼앗게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단순히 공공병원만 늘리면 기존 병원들은 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치 힘들어 주변엔 추천 안 하지만...이루고 싶은 가치 있다면 도전 응원

현재 본과 2학년을 마치고 휴학중인 한 보좌역은 윤 후보의 청년보좌역 역할 외에도 헬스케어, 바이오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중국계 VC에서 일을 하고 있다. 조만간 군 입대가 예정돼 있는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 “의사로서도 충분한 경험을 쌓을 것”이라며 “아직은 개인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껴 조심스럽지만 언젠가 정치를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했다.

다른 의대생들에게도 정치 참여를 추천해주겠느냐는 질문에는 “정치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현실 정치는 많이 복잡하고 어떤 때는 더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본인이 이루고 싶은 가치가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볼만하고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정치에 직접 참여하든 그렇지 않든 의료계가 올바른 의료정책을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집단이 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 의대생이나 의사 개개인은 의학공부도 중요하지만 의학을 잘 펼칠 수 있게 하는 정책, 사회 구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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