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14] 힐링페이퍼 홍승일 대표

대박 난 성형견적 앱 '강남언니'

사진: (주)힐링페이퍼 홍승일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성형견적 앱 '강남언니'로 요즘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힐링페이퍼의 홍승일 대표를 만났다.
 
젊은 창업가 임에도 중견 사업가 못지 않은 사업 경험을 한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는 의사이기 이전에 탁월한 사업가라는 생각이 든다. 의학 공부하던 시절에도 그의 사업 아이디어는 끝이 없었다.
  
의료와 IT 융합 분야에 기회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유학을 준비하던 중 의료와 IT의 융합 분야에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해 뒤늦게 의학전문대학원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2010년 연세대 의전원에 진학해 2015년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의전원 진학 당시에는 미국에서 원격진료회사의 M&A가 활발히 진행되는 걸 보고 영상의학 기반의 원격진료회사가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영상의학과를 전공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이 꿈은 잠시 접은 상태다. 

그럼에도 규모의 제한이 있는 의료가 IT와 융합이 될 때 3분 진료의 한계를 넘을 수 있고, 이를 앱이 보조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이와 함께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컴퓨터를 잘 활용할 줄 알았던 덕분에 아버지 사업을 돕는 과정에서 온라인의 파급력을 경험했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 온라인은 국경도 없고, 그걸 이용해 돈을 벌 수도 있다는 게 뇌리에 박혔다.
 
그 후 의전원 준비 시절에는 수험생 커뮤니티에 ‘강의를 잘 하는 분이 누구인지’를 묻는 글을 올렸다가 임의로 글이 삭제되고, 이유를 묻자 강퇴(회원 강제탈퇴) 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의전원에 진학한 그 해 여름 '메드와이드'라고 이름 붙인 수험생 커뮤니티를 직접 개설했다.
 
별 기대 없이 만들었는데 무려 3개월 만에 2만 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거의 모든 수험생이 사용하는 사이트가 됐다. 그러자 광고 배너를 게재하겠다는 학원들이 나타나면서 수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도 트래픽이 몰리면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경험한 사건이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다음 해는 연세대 의전원 동기들과 서울치과 전문대학원 친구들이 모여 출판사 '와이브북스'를 설립하고 의·치전원 입시준비를 위한 독학용 교재를 출판했다. 수험생의 20%가 교재를 구매할 정도로 짧은 기간에 상당한 인기를 얻긴 했지만, 의치전 시장이 없어지면서 1톤이 넘는 재고를 고물상에 넘기고 나니 딱 삼겹살 사먹을 수 있는 돈만 수중에 남았다. 

그 눈물의 삼겹살을 먹은 기억이 다시 재기하는 밑거름이 된 건 물론이다.

모두에게 조금씩 사랑 받기 보단 소수에게 확실한 사랑을
 
본과 3년 차에 이르러서는 지금의 ‘힐링페이퍼’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만성질환자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과거의 성공에 비추어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응원을 했다. 하지만 2년 동안 매출이 0원.
 
1년 휴학,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지원금 1억 원, 메드와이드와 와이브북스를 통해 모은 1억 원을 모두 소진한 뒤에야 알게 됐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대부분 보험급여와 연관돼 수익 창출이 어렵고, 질병의 예방과 관리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여기엔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값비싼 교육비를 치르긴 했지만, 앞으로의 사업방향과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 동반자들이 자산으로 남았다. 초창기 멤버 일부가 떠나긴 했지만 탁월한 영업력을 지닌 생명공학 출신이자 의전원 동기인 박기범 이사, 김수미 디자이너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이전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물색했다. 모든 사람한테 조금씩 사랑 받는 앱 보다는 소수에게 확실한 사랑을 받는,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비급여'에 초점을 맞췄고, 이 분야에서 가장 상징적인 '성형'을 사업분야로 정했다.
 
사진: (주)힐링페이퍼 임직원 ©메디게이트뉴스
 
의료가 아닌 정보 필터링 서비스 '강남언니' 앱
 
성형 분야의 문제점을 파악해보니 바가지 요금과 불필요한 부분까지 수술을 권유하는 게 소비자의 가장 큰 불만이었다. 이는 정보의 불균형 때문이라 판단했고, 환자가 전문가만큼의 지식은 가질 수 없는 대신 다수의 지식을 받아보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의 성형 인구는 수년 전 조사에 따르면 연간 60만 명 정도 된다. 성형시장 초창기에는 수술을 잘 하는지 못하는지가 관건이었다면, 시장이 성숙된 지금은 '취향의 문제'가 됐다. 화려한 수술을 좋아하는지, 자연스러운 수술을 좋아하는 지 등 그들의 취향을 잘 맞춰 수술하는 게 중요해졌다.
  
그래서 탄생한 게 지금의 '강남언니' 앱이다. 2015년 1월 출시 후 30만 명의 사용자와 200개가 넘는 병원이 가입돼 있고, 대부분의 주요 성형외과를 포함한다. 하루에만도 수백 건의 견적이 이뤄진다.
 
성형을 하고 싶은 소비자가 '강남언니'에 사진 3장을 올리면 가입된 병원들이 견적을 제출하고, 소비자는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 전화상담 혹은 방문상담을 선택한다. 회사는 이 때 채택된 병원을 대상으로 과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온라인 견적 사업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성형분야에서는 '강남언니'가 처음으로 시도했다. '강남언니' 이후 유사 서비스 업체가 네다섯 곳이나 생겼지만, 철저히 소비자가 발품을 팔고 싶어 하는 규모와 인지도가 있는 병원을 입점시키는 영업전략을 취한 '강남언니'에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의료는 아무래도 법적인 문제가 자주 걸림돌이 된다. '강남언니'도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지 않았는데 ‘성형’은 앱으로 확정할 수 없는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의료가 아닌 정보를 필터링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다.
 
일단 다소 자극적이기도 한 앱 이름에는 그 분야를 잘 아는 언니가 편하게 소개하듯 느껴지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이를 잘 대변할 성격 좋은 언니의 이미지를 찾아 홍진영 씨를 유튜브용 광고 모델로 섭외하기도 했다.
 
이미지: '강남언니' 앱 다운로드화면 캡쳐
  
'강남언니' 앱은 비교적 공정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의 논리가 아닌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만큼, 공을 들인 만큼 자기 병원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한 힐링페이퍼는 창업 3년 만인 2015년 8월 200만원의 첫 매출을 기록했다. 그 이후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해 말부터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올해 1월에는 흑자 전환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병원을 대상으로 키오스크를 통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소규모 병원이 대형병원과 같이 시스템을 표준화 및 선진화하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스스로를 조금만 흔들려도 의사 세계를 뛰쳐나왔을 사람이라 생각한다. 본인처럼 작은 변화에 뛰쳐나온 이들은 아직 많지 않다. 그래서 주류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의사 세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더 많은 인재들이 임상이 아닌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게 될 때 우리나라 헬스케어 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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