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13] '헤셀' 최형식 대표

흥미를 따라가다 보니 디지털 헬스 중심에

수진자를 위한 모바일 진료기록관리 시스템 '헤셀'

개인진료기록(PHR) 혹은 영상정보를 모바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셀(HeSeL)을 개발해 창업한 의사.
 
요즘 디지털 헬스 분야에 뛰어든 젊은 의사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1982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다소 나이가 많은 영상의학과 전문의 최형식 대표 이야기다.
 
그는 지난 1993년 국내에 PACS를 처음 도입하고 국산화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의료영상 분야의 시대 흐름을 파악하고 때마다 한 발 먼저 시장에 진입해 있는, 우리나라 디지털헬스의 선구자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를 만나 의사로서의 디지털 창업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사진: 헤셀 최형식 대표(©메디게이트뉴스)

의료영상 모바일 개인 관리 시스템 '헤셀(HeSeL)'
 
그는 2013년 세브란스병원 건진센터에서 근무하던 중, 직원이 PET/CT 영상을 CD로 복사하는 작업을 보고 의료영상을 모바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요즘 종종 언급되는 PHR(Personal Health Record) 혹은 PoHR(Person-owned Health Record)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모바일헬스 시대에 들어서서 개인 진료기록(영상)의 소유가 병원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이다.
 
비록 PHR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이제 막 들어선 모바일 헬스 시대에 핵심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최 대표는 의료영상을 포함한 모바일 진료기록관리 시스템 및 회사 이름을 'Healthy & Sensible Life'의 머리글자를 따 '헤셀(HeSeL)’이라고 지었다.
 
헤셀은 환자용 무료 모바일 앱(HeSeL Reader)뿐 아니라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제품(HeSeL MD, HeSeL Writer, HeSeL BabyEcho, HeSeL Importer)을 선보이고 있는데, 현재 한국의료재단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강남 세브란스병원, 인하대병원 등 약 스무 군데에서 사용하고 있다.

 
사진: 헤셀을 통해 모바일로 전송된 의료영상(출처: 헤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일반인의 IT 수용도가 매우 높아 헤셀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은 사실 적은 편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오진에 대한 염려나 타 병원으로의 환자 이탈을 염려해 초기 도입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흔히 발생하는 간이나 콩팥의 낭종, 자궁근종이 있는 환자, 폐결핵 환자 등은 과거와 현재의 영상을 비교 진단할 필요가 있는데, 환자도 정보를 가지는 게 정확한 진단에 아무래도 유리하다.
 
그리고 모바일헬스 시대에 들어서서 개인의 의료정보 소유에 대한 움직임은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퍼져가고 있어, 이를 앞서 준비하는 병원에서는 관심을 보이며 도입에 나서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진료정보 교류 표준화를 좀 더 구체화하면서 헤셀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 진출, 태아 영상 모바일전송 서비스 제공
 
하지만, 헤셀은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몇 군데 손을 내밀었지만, 청년 창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롯데, 유니클로 세븐일레븐 등 재일교포의 성공으로 한국 사업가에 대한 이미지가 좋고, 벤처투자에 대한 분위기가 좀 더 호의적인 일본 캐피털리스트와 손잡고 지난 2015년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헤셀의 기본 서비스 외에도, 일본에서 레시피 서비스로 히트한 '쿡패드(Cookpad)'의 자회사 '쿡패드 베이비(Cookpad baby)'와 영업제휴를 통해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태아 모바일영상 유료전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행이 최근 일본 대기업인 F사, T사, Y사 등과 사업 및 기술 협력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올해부터는 사업 성과가 기대된다.
 
사진: 헤셀 저팬의 태아영상 모바일전송 서비스(출처: 헤셀 저팬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내 최초, 세계 4번째 PACS 도입에 기여한 장본인
 
사실 '헤셀'이 첫 사업은 아니다. 이미 1994년 '메디페이스(현 인피니트헬스케어)'라는 회사를 설립해 PACS를 국산화했다.
 
PACS와의 인연은 군의관 복무 시절부터 시작됐다. 다시 사회로 복귀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미국 논문을 검색하다 PACS라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여기에 흥미가 생겨 계속 관심을 두고 찾다 보니 자연스레 그 길을 걷게 된 것 같다.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란, 의학용 영상정보의 저장, 판독 및 검색 기능 등의 수행을 통합적으로 처리하는 의학영상정보시스템을 말한다.
즉, X선, CT, MRI, PET, SPECT 등에 의해 촬영된 모든 영상검사 결과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 촬영과 동시에 대용량 기억장치에 저장시켜 영상의학과 전문가가 모니터를 통해 판독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NEW 경제용어사전, 미래와 경영연구소, 2006. 4. 7)

일단 전역하고 나서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 도입을 국내 처음으로 추진하던 세브란스병원에 전임강사로 취직했다. 당시 전동타자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는데, 미래는 컴퓨터의 시대로 바뀔 거라 생각하고 방사선과 진료에 컴퓨터 도입을 관철했다.
 
이와 더불어 PACS 도입도 강하게 주장했지만, 당시에는 꿈 같은 얘기라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판단을 해 유학을 결심했다.
 
당시 미국 국방성 PACS 프로젝트 자문 교수로 있던 워싱턴대학교 전자공학과 김용민 교수(전 포스텍 총장)의 도움으로 그곳 전자공학과 교환교수로 가 PACS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김 교수가 자문하던 PACS 프로젝트는, 미국에서 400병상 규모로 신설하는 타코마 매디건 육군병원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PACS를 도입하는 프로젝트였다.
 
삼성서울병원 건립 추진 당시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PACS 팀장을 맡게 된 건, 김용민 교수팀에 있던 박현욱 박사(현 KAIST 교학부총장)가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PACS 프로젝트에 의사의 참여를 권하면서 이뤄졌다.
 
그 덕분에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타코마 매디건 육군병원, 영국 해머스미스병원, 미국 볼티모어 병원에 이어 세계 4번째로 '꿈의 PACS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이 됐고, 일약 스타병원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병원이 오픈하고 나서 PACS 담당과가 의용공학과로 지정됐다. PACS에만 몰두하던 내가 다시 영상의학과에서 진료만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에는 자문료란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PACS 도입 경험을 컨설팅하는 사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좋은 제품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PACS를 국산화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메디페이스를 창업했다. 먼저 DICOM 게이트웨이를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고, 메디슨의 PACS 팀 영입과 더불어 투자를 받았다.
 
그런데 당시 메디슨으로부터 받은 2억 원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PACS에 대한 열정으로 뛰어들었지 사업 경영이나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래서 그 투자금으로 인해 대주주 지분을 고스란히 넘겨주게 된 걸 당시에는 몰랐다.
  
1994년 12월 회사를 설립해 국산 PACS 제품을 만들고 1999년 처음으로 보험수가 적용을 끌어내 시장을 키웠는데, 2000년 초 GE의 투자 참여를 제안했다 메디슨의 반대에 부딪혀 대표직을 내려놓고 떠나게 됐다.
 
이후 또 다른 PACS 회사인 '메디칼스탠다드'를 차렸지만 시장진입이 늦어 인지도가 떨어지고, 작은 규모의 시장에 경쟁이 심해져 이익 내기가 쉽지 않았다. 

최 대표가 선구적으로 PACS 국산화에 앞장 선 덕분에 두 회사가 현재 국내 1, 2위 PACS 업체가 됐고, 우리나라 시장은 국산 제품이 시장을 차지하게 됐다.  
 
이러하기에 처음의 시행착오가 계속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몇 년간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가 모바일 영상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지난 2013년 지금의 헤셀로 다시 사업가로 돌아왔다.
  

의대생 후배들에게 "개업만이 의사의 길이 아니다"
 
모두 의대에만 몰리는 분위기는 결국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수한 두뇌들이 단지 병원 개업만을 목적으로 의대에 진학하는 건 큰 손실이라고 생각 한다.
 
최근 타과 전공 출신의 의대 진학자가 증가하면서 의료와 과학(혹은 공학)의 융합교육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늦은 나이에 진학했다는 부담에 빨리 개업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선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요즘은 병원 개업도 성공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의사도 개업을 준비한다면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요하고, 꼭 병원 개업만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사진: 헤셀(HeSeL)은 국내 및 일본 특허증을 보유하고 있다.(©메디게이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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