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10] 웰트(주) 강성지 대표

"의사는 딴짓해보기 가장 좋은 직업"

의사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근무하다가 웨어러블(wearable) 기기 회사까지 창업한 독특한 이력. 바로 스마트벨트를 개발하는 '웰트'의 공동 창업자 강성지 대표다.

강 대표는 2014년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경연에서 복부비만을 관리하는 스마트벨트 '웰트(WELT)'로 우승해 올해 7월 스핀오프(Spin-off, 회사분할)했다. 회사 이름도, 제품 이름도 모두 웰트다.

강 대표를 만나 그의 독특한 여정과 의사 경력이 지금 하는 일에 어떤 원기를 불어넣는지 들어봤다.

© 메디게이트뉴스


No.1 보다는 Only 1
 
특이한 이력이 주목을 자주 받는다. 별도로 공학을 공부한 적은 없지만, 타고난 성향 자체가 공학도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중학교 때 수학/물리 올림피아드를 준비한 경험을 바탕으로 민족사관고교(이후 민사고)에 진학했고, 빛의 투사 범위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가로등을 발명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의대를 진학한 후 진료도 관심이 있었지만 의료시장 환경을 보고 싶었다. 마침 졸업한 해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보건복지부 인플루엔자대책본부에 공중보건의사를 긴급 채용하는 기회가 생겼고,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 면접은 전화통화로 진행됐다.

성실성, 대인관계, 영어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3가지 질문이 던져졌다. 훈련소에서 받은 연대장 표창, 연세의대 과대표와 전사협(전국의과대학 4학년 협의회) 회장, 민사고 출신이라는 점이 통했다. 이러한 경력과 더불어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 나의 절실한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합격했다.
 
보건복지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좋은 취지로 마련된 보건혜택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서울대 보건대학원 재학 당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다 앱(Application)을 만들었다. 이걸로 신용보증기금에서 주최한 대학생 창업아이템 경진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모티브앱이란 회사를 창업했다. 위치 기반으로 미션을 해결하면 쿠폰을 지급하는 게임의 원리를 적용한 형태로, 지금의 포켓몬 고 원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너무 앞선 탓인지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사진: 대학생 창업아이템 경진대회 수상 당시(강성지 제공)

기회가 주어지고 경력을 쌓아가다 보니, 의료와 IT의 융합이 필요한 분야에 어느 순간 서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갈 때가 아니라, 남이 가는 길을 똑같이 갈 때가 두렵다. 본인이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게 싫다. 항상 '넘버원(No. 1)' 보다는 '온리원(Only 1)'이 되는 걸 추구한다. 'Only 1'은 주로 한 분야와 다른 분야가 만나는 지점에서 생긴다.

그래서 여러 분야의 경험이 필요하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지나온 경력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다.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들어선 창업의 길
 
삼성전자에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는지 다들 궁금해한다. 당시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민사고 동기의 소개로 특별 채용되어 들어갔다.

면접에서 '삼성전자가 헬스케어를 위해 어떤 걸 하면 좋겠는가?' 란 질문을 받았고 짧은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진행됐다.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웨어러블 라인업(wearable line-up)을 늘려 일상 생활에서 측정된 정보를 S-헬스(삼성이 만든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하고, 이를 의사들이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어필했다.

삼성전자 입사 후에 찾아온 변화는, 항상 해외시장을 먼저 타겟으로 하고 대부분의 업무를 영어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글로벌 1위를 목표로 두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케어(Care) 시장은 본질적으로 큐어(Cure) 시장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미국은 의료비 지출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건강관리를 못하면 언젠가 그 비용을 감당해야 하니 당연히 케어의 니즈가 우리나라보다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어가 중심이 되는 건 당연한 얘기일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에 머물지 않고 창업을 한 이유는, IT와 헬스케어, 패션의 삼박자를 균형 있게 맞추기 위해서다. 기존 산업의 시각이 개입하면 융합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더 어려워진다.

스타트업에 들어선 이들은 항상 미래를 내다보고 꿈을 꾸는 사람들이다. 사업은 돈을 버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상에 가치를 전달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웰트(주)는 공동 창업자인 노혜강 이사를 포함해 총 7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신혼여행을 디즈니랜드로 다녀올 정도로 '디즈니'를 좋아한다. 전세계에서 사용자 경험을 가장 잘 디자인하는 회사가 '디즈니'다. 스토리가 중심에 있고, 거기에 가치를 부여해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 할 줄 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모델로 삼고 있다.
 

사진: 웰트(주) 임직원. © 메디게이트뉴스

  
복부비만 관리 스마트 벨트 '웰트(WELT)'
 

사진: 웰트 제품과 애플리케이션 (웰트(주) 제공)

웰트(WELT: Wellness Belt)는 사용자가 생활습관과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일상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벨트다. 버클에 장착된 센서가 사용자의 허리둘레, 걸음 수, 앉은 시간, 과식 여부, 칼로리를 감지해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준다.
 
웨어러블 기기를 벨트로 시작한 이유는 사람이 이미 차고 있는 것에 넣고 싶었고, 그 중에 가장 큰 쇳덩어리가 벨트 버클이라는 데서 출발했다. 게다가 허리둘레가 대사증후군의 하나인 복부비만의 가장 직접적인 지표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측정·수집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지만, 이제는 그 에너지를 최저로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을 웰트가 담당하고 있다. 향후에는 헬스케어 전문가그룹과 협업해 공동연구 및 연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웰트는 올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IFA(Internationale Funk Ausstellung) 2016에서 첫 선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같은 달, 미국의 대표적인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Kick-starter)'에 제품 아이디어를 올렸다. 여기서 선주문(pre-order) 금액 7만 3천 달러를 달성했다. '모금액 3만 달러'라는 킥스타터의 성공기준을 두 배 이상 넘어선 실적이다.
 
웰트는 벨트, 즉 패션제품이다. 그래서 빈폴 액세서리 및 일모(ILMO)와 손잡았다. 이들과의 콜라보제품은 지난 달 23일부터 생산에 들어가 이달 중순 판매를 앞두고 있다.

사진: 지난 9월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서(강성지 제공)

의대생 후배들에게 "의사는 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

더 좋은 핸드폰,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도 있는 두뇌들이 모두 의대에 와 있는 현실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의사면허를 취득했고, 의대를 올 실력이라면 생계를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의대에 들어갈 정도의 두뇌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번 쯤은 진정으로 본인이 해보고 싶은 걸 해봤으면 좋겠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간다면 마음이 편하긴 하겠지만, 그게 항상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다른 길이 막연하게 위험하다고 생각해 거부감을 갖지 말고 좀 더 의연하게 도전해보면 좋겠다. 
 
의사는 '사람을 치료하는 직업'이 아니라, '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이렇게 정의하면 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딴짓을 해 보기 가장 좋은 직업이 바로 의사다!
 

사진: 지난 1~4일 코엑스에서 열린 창조경제박람회에서(강성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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