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교대역 9번 출구로 나와 서초역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수많은 법인 사무실들이 눈에 띈다. 그 위용을 개원가로 치환하면 피부미용 클리닉의 메카인 압구정~신사 라인에 견줄 만 하다.
4천명의 법조인이 전쟁 중인 서초동.
즐비한 법무법인 전용 빌딩 사이로 3명의 MD(Medical Doctor, 의사) 출신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의성'이 있다. '있다'보다는 '끼워져 있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지하철역에서 인터뷰 장소까지 걷는 동안 길거리를 가득 메운 각종 간판이 평소엔 눈길조차 가지 않더니 오늘은 웬일로 숨을 막히게 한다. '급작스레 법과 가까워져야 했던 의사들'이 깊은 고민 끝에 여기 어딘가를 찾아 걸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까?
그 숨 막힌 틈에 끼여 의료 전문 법무법인을 표방하며 '생존'중인 법무법인 '의성'의 대표 이동필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얼마 전 휴가를 다녀온 기자는 먼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메디게이트뉴스 : 안녕하세요. 메디게이트뉴스입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외국여행을 나갔다 입국할 때 Immigration Card(입국 카드)를 작성하는데요, 거기에 보면 Occupation(직업)란이 있습니다. 보통 뭐라고 적으시나요?
-Lawyer(변호사)라고 쓰고 있습니다. 의사 자격증은 가지고 있지만, 지금 임상을 하고 있지는 않아서요, Lawyer라고 씁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아닌 '변호사님'이라고 불렀다. '변호사 이동필'이 처음에 의사를 택했던 이유가 궁금해졌다.)
메디게이트뉴스 : 많은 분이 고등학교 때 정보가 부족해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변호사님은 처음에 어떻게 의대를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사실 '어떤 대학교에 갈까?' 혹은 '꼭 의사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거는 아니고요. 부모님의 권유였어요. "의사가 되는 게 어떻겠냐?"라는 권유를 받았죠.
어머님은 의사를 권유하셨고, 아버지는 "법대를 가서 판검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라고 얘기를 하셨어요. 물론 권유 정도였죠. 저희 집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지시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그때 당시 어린 마음에는 '사람이 얼마나 잘났기에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느냐?"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냥 차라리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게 훨씬 더 보람된 일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대를 선택했고요.
(이번엔 의대생 혹은 수련중 '의료인'에서 법조인으로 바꿀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메디게이트뉴스 : 의대 생활이나 수련의 생활을 하시면서 일반적인 학생이나 전공의들이 겪지 않은 경험을 해보신 적은 없으신가요?
-그런 것은 없었어요. 저도 평범하게 수련을 받았고요.
그냥 개인적으로 독특한 경험이라고 한다면, 첫 인턴을 지방에서 했는데요. 지방국립대학은 3월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하지만, 그 전에 미리...
메디게이트뉴스 : 잡혀 들어가지요.
-맞습니다. 하하.
그래서 2월 한 달 동안 첫 과에 들어갔는데, 흉부외과 중환자실이었어요. 한 달 동안 내내 거기에 있었죠.
근데 제가 인턴 들어가기 직전에 의료사고가 있었던 거죠. 젊은 여성 환자가 Bronchiectasis(폐확장증) 때문에 수술을 하는데 마취가 잘못됐나 봐요. 식물인간이 돼버린 거죠.
그 환자가 중환자실에 있었는데, 남편이 폭력전과가 있는 좀 '거친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턴 들어가자마자 (처음 의사로서 본 모습이) 멱살 잡히고 주먹 날아가고 그런 모습부터 시작했어요.
(수련 과정 중 누구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에피소드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머리를 떠나지 않을 정도의 임팩트있는 에피소드라면 알게 모르게 본인한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 보통 95% 아니 99%의 의사가 진로를 고민할 때 임상만 생각하잖습니까? 변호사님은 '나는 어쩌면 임상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언제부터 드셨나요?
-사실 레지던트 마칠 때까지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해봤습니다.
수련도 마쳤고, 의사도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법학을 공부한 것도 의사가 싫어서 한 것은 아니었고요. 의사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레지던트 할 때 불만을 많이 가졌던 것이, 보험 제도에 대해서 교과서대로 진료하는데...
메디게이트뉴스 : 삭감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맞아요. 삭감. 물론 그때는 (삭감으로 인한) 레지던트 개인에 대한 불이익은 없었죠.
근데 계속 병원에서 삭감되면 통보가 오잖습니까? "이런 부분이 삭감됐다. 앞으로 진료할 때는 주의를 해달라"라는... 이런 얘기를 계속 들으면, 어린 마음에 기분이 좀 안 좋더라고요.
'내가 과잉 진료를 했나?'환자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는데, 왜 과잉 진료라는 타이틀을 달아야 하나?' 그런 불만이 레지던트 할 때부터 많이 있었어요.
메디게이트뉴스 : 전문의를 딸 때까지도 이런 일(법조인)을 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시지는 않으셨던 거군요
-네. 맞아요. 전혀 없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사법 고시 공부를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수련을 마치고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하는데, 당시 사정상 내과계열 전문의 대부분이 보건지소, 교도소 등 특수근무지에 배치됐습니다.
첫 발령지가 진주교도소였는데, 근무를 하다 보니 관할 검찰청 검사들과 회식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법에 접하게 되고, '나도 사법고시에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게 된 거죠.
(의사 입장에서 사법고시 공부량에 대한 질문들을 시작했다.)
메디게이트뉴스 : 사법고시 공부는 어느 정도 기간을 잡고 준비하신 건가요?
-1999년 4월에 공보의를 마쳤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전문의가 사시 공부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내도 당연히 의아해하며 반대했지만, "3년만 공부하고 3년 안에 합격하지 않으면 더이상 공부하지 않겠다"라고 약속을 했습니다. 원래 제가 쉽게 판단을 못 내리지만 한 번 결심하면 밀어붙이는 성격이라 아내가 양보했어요.
하지만 첫해 떨어졌죠. 살면서 맛본 첫 좌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출처 : //kellsen.tistory.com>
메디게이트뉴스 : 3년 잡으신 거면 첫해는 그냥 시험 삼아 보신 게 아니셨나요?
-그만큼 공부를 열심히 했거든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떨어지고 우울했죠.
그러다가 그다음 해에 1차 합격을 했고, 3년째(2002년 6월) 2차 시험을 치른 후 더이상 사법시험 공부를 하지 않기로 하고 의사생활을 시작했는데, 그해 12월 발표된 합격자 명단에 제 이름이 있었던거죠.
메디게이트뉴스 : 공부량은 어땠나요? 전문의나 국가고시가 의사들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나와서 보면 절대 적은 양이 아닌데요.
전문의나 국가고시를 치러보신 입장에서 의사들이 한 번 도전해볼 만한 양인가요??
-공부의 절대량은 의학이 법학보다 훨씬 많습니다.
다만, 의학은 '동료들 하는 만큼' 공부하면 의사, 전문의까지 되지만, 법학은 '동료들 하는 만큼'하면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어렵습니다. 깊고 확실하게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 하죠.
의학 공부를 마친 의사 정도의 수준이라면 3년 열심히 공부하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법시험은 2017년도에 폐지될 예정이다.)
메디게이트뉴스 : 사시 준비하면서 롤모델이 있었나요?
-특별히 롤모델은 없었습니다.
합격자 수기도 읽고 신림동 학원가 안내대로 충실히 따랐고, 공부를 시작하기 직전엔 먼저 합격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선생님에게 전화로 조언을 듣기도 했습니다.
"내과 전문의로서 사법시험을 최초로 합격했지만,
법조계에서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가 많았던 탓도 크지만 로펌에서는 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사실 변호사 업계에서 의료소송은 매력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의료소송에는 시간, 노력이 엄청나게 투여되지만, 분쟁금액이 작은 편이어서 변호사 보수나 성과보수가 낮은 편입니다.
대형 로펌에서도 의료소송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우리나라에서 사시 합격의 의미'를 실감나게 설명 부탁합니다. 몇 개의 자격증이 나오고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고 이런 모습 말입니다.
-최근 10~15년 정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다고 느껴집니다.
사실 제가 합격했던 2002년도만 하더라도 주위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지금은 법조인들도 생존경쟁에 몰리는 상황이라...
사법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의학 드라마'나 '로펌 드라마'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메디게이트 뉴스 : 공무원(판사나 검사) 생각은 원래 없으셨던 건가요? 아니면 사법연수 점수라든지... 현실적인 이유 때문인지?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판사를 하고 싶었어요.
사법시험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고, 운도 따라 주어 사법시험을 전체 11등으로 합격했죠(당시 합격자가 950명 정도였다고 한다).
판사임용은 사법연수원 성적과 일부 사법시험 성적을 합산한 것으로 결정하는데, 연수원 생활 중 술도 한잔 하고 좀 풀어지면서 판사 지원할 만한 성적에 모자라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변호사 생활을 해보니, 만5년 이상 변호사로 근무하면 판사로 임용되는 길도 있었지만, 변호사 사무실에 딸린 식구들이나 경제적 조건, 나이 등으로 지원하기가 어려웠어요.
메디게이트뉴스 : 사시 합격 후 성취감도 만끽하시고 나름의 기대도 컸을 것 같습니다. 여러 로펌에서 접근도 했을 것 같고요. '전문의 출신 변호사'가 되신 거잖아요? 실제 본인의 희소성을 몸소 체험할 만한 제안이 있었나요?
-내과 전문의로서 사법시험을 최초로 합격했지만(현재도 내과전문의 출신 법조인은 그가 유일하다), 법조계에서는 관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가 많았던 탓도 크지만 로펌에서는 저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어요.
사실 변호사 업계에서 의료소송은 매력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의료소송에는 시간, 노력이 엄청나게 투여되지만, 분쟁금액이 작은 편이어서 변호사 보수나 성과보수가 낮은 편입니다. 대형 로펌에서도 의료소송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생각했던 바와 가장 다른 부분이었다. 결국 선입견이었나 보다.)
메디게이트뉴스: 사법연수원 후 현재까지 걸어오신 길이 궁금합니다. 의사들은 전문의를 따고 봉직의를 하다가 개원을 고려하잖습니까?
-저도 처음에 바로 (변호사) 개업을 한 것은 아니었고요. 다른 사무실에 고용 변호사로 들어갔죠.
어차피 저도 (변호사를) 하게 되면은 의료분쟁을 위주로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면 제가 변호사로서 다른 경험은 많이 해볼 수가 없어서 일부러 일반 사무실로 들어갔어요.
거기서 저작권 사건부터 각종 가처분 신청, 가압류, 형사 건 등 그냥 닥치는 대로 경험을 해봤습니다. 1년 9개월 정도 하면서 웬만한 사건은 다 경험해보고 개업을 했죠.
메디게이트뉴스: 로컬에서 일하는 평범한 내과 개원의나 봉직의는 9시까지 병원 와서 진료하다가 점심 먹고 오후 진료 후, 가끔 야간 진료도 하고 퇴근하잖습니까? 요즘은 주말 진료도 하시고요. 변호사는 어떻게 생활을 하나요?
-변호사도... 거의 야근이고요.
메디게이트뉴스 : 하하하
-아침에 9시에서 9시 반 정도에 출근합니다. 출근해서 재판 있으면 재판 나가고 의뢰인하고 상담하고... 낮 동안은 서면을 쓸 시간이 없어요. 거의 없고요.
변호사는 아무래도 사회활동을 해야 업무와 연관이 생기니깐, 각종 모임을 많이 나가야죠. 그렇다 보면 주로 밤에 남아서 서면을 쓰죠.
어떤 날은 술자리 가고, 동문 모임 가고.. 변호사는 그런 곳에 가야 합니다.
개원의는 본인이 싫다고 하면 안 가도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요. 하지만 변호사는 그게 중요해서 안 나가면 안 됩니다.
변호사는 바쁘더라고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다만 장점은, 의사는 환자가 있든 없든 자리를 지켜야 하잖아요? 변호사는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습니다. 재판 없으면 시간 빼서 상담할 수도 있고, 개인 볼일을 다녀올 수도 있고... 그런 장점이 있죠.
메디게이트뉴스: 간단하게 두 가지만 비교를 부탁할께요
내과 전문의와 변호사 중 수입은 누가 더 낫나요?
-개원을 기준으로 5~10년 정도 내과 개원의와 그 정도 경력의 변호사를 비교한다면 내과 개원의가 더 낫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그렇군요.
-저도 집사람이 소아청소년과지만 개업을 하고 있고, 개업한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대략적인 수준은 알고 있습니다. 내과 개업의가 더 낫습니다.
QOL(삶의 질)은 어떤 게 더 나을까요?
-어디에 가치를 더 두느냐에 따라서 좀 다르기는 하겠죠.
내과 개업을 하면은 "좀 지겹다" 혹은 "틀에 박힌 생활의 반복이다" 아니면 "이런 생활을 좀 탈출하고 싶다"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하고 실제 동료들도 그렇게 호소를 하는데요. 물론 그게 적성에 맞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고, 매일 환자 보는 게 너무 재밌다는 동료도 있지만...
변호사는 그렇지는 않아요. 워낙 다이나믹하니깐... 자기가 어떤 영역에 관여하느냐에 따라서 일도 달라지고 많은 사회활동을 할 수도 있고요.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회사 자랑 좀 해주세요. 의료인들에게 자랑하실만한 게 있으신가요?
- 보통 일반 변호사 사무실 중에는 의사들이 대신 써주는 경우가 많아요. 의료에 대해서 모르니깐...의사가 그냥 사실관계를 다 써주고 의학적인 부분을 자료까지 다 찾아서 보내주면, 변호사들은 법률적으로 맞게 정리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직접 쓰는 경우도 일부는 있습니다.
저희는 직접 자료도 다 찾고, 서면을 다 작성한 후에 의사 선생님께 보여드리죠. "이렇게 요청하면 되겠느냐?" 그러면 대부분 선생님은 "훌륭하다"고 하거나 아니면 저는 내과 전문의니깐 외과라든지 그런 부분에 특화된 전문자료를 요청하면 자료를 주셔서 보완하죠.
의료소송에서는 최고수준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다음에 의료행정 쪽. 공단 환수 처분이라든지, 면허정지 처분이나 아니면 과징금 처분. 사실 그런 쪽에 저희가 특화되어 있어요.
아쉬운 부분은 전문의 출신 변호사니깐, "의료밖에 할 줄 모르는 것 아니냐?" 이런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변호사로서 모든 걸 다루고 의료는 더 잘하는 건데, 오히려 의료만 할 줄 안다고 오해를 많이 하셔서 좀 안타깝죠.
의료행정 쪽도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을 잘 알고 있으니깐요.
메디게이트뉴스 : 최근에 자랑할 만한 케이스가 있을까요??
-지방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산부인과 선생님 세 분이 공동 개원을 했습니다. 청구하다 보면 처음에 좀 서툴잖아요? 그분들이 청구를 좀 실수하셨어요. 그러면 허위부당청구가 될 거 아니에요?
과징금 처분이 1억 넘게 나왔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다퉜어요. 객관적으로 저희도 될까 싶었죠. 왜냐하면, 행정에서는 실수로 한 것도 봐주지 않거든요.
근데 그것을 또 이겼어요. "안 그래도 지금 산부인과 선생님들이 지방에서 개업 안 하고 출산 안 받고 어려운데, 여기에 과징금을 1억 넘게 맞으면 병원은 망하라는 말이냐?"라고 어필했죠.
근데 재판부가 이것을 받아들인 거에요. 그래서 복지부가 발끈했죠.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거냐? 기존 판례하고도 배치되는 건데..."라고요.
그래서 항소심에서 다투려는데 재심 재판부가 "기존 판례하고도 어긋나는 건데 합의하라" 해서 저희도 고민했는데, 산부인과 원장님이 "합의를 못 보겠다 끝까지 다투겠다"라는 거에요.
둘 다 : 하하하
-그래서 항소심도 이겼어요.
그래서 복지부에서는 대법원으로 가려다가 못 갔죠. 왜냐하면, 대법원에 갔다가 기각되면 대법원 판례가 되버리니깐...
(그에게나 기자에게나 정말 의외의 판결이었다. 과정 얘기를 듣고, 결국 모든 일은 '인간'이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메디게이트뉴스 : MD 출신 법조인 모임이 있나요?
-네 친목 모임이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대략 MD는 몇 명 정도인가요?
-치과 선생님까지 합쳐서 지금 29명 정도 됩니다.
판사가 의사 출신 2명, 치과의사 2명이고요, 검사가 2명인데 모두 MD고요.
"하지만 가장 단순한 논리는 그거죠.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게 변호사의 윤리에 맞는 것이고요.
변호사도 증거를 인멸한다든지 하는 위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의뢰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거든요.
그런 신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의료인에게도 사법의 영역은 거리감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평소엔 무관심하다가도 본인이 해당하는 일이 닥치면 지인 하나 없는 게 너무나도 아쉬워지는 영역입니다.
의사가 그럴 때 현명하게 대처할 간단한 팁 하나만 알려주세요.
-일단 사건이 좀 닥치면 먼저 의료 전문을 하는 변호사에게 좀 상담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혼자 고민하고 해결하고 끙끙해다가 혼자 이야기까지 다 하고 상대방에게 약점까지 다 잡히고 그렇게 상태가 악화되고 나서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심지어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확인서까지 다 쓰고 억울하다고 찾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굉장히 어려워지거든요.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 하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사무실로 바로 상담을 하고요 두려워 하지 말고 상담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이것은 개인적인 욕심입니다만... 저는 자문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자문변호사를 두는 것 말입니다.
한 달 자문료가 로컬 같은 경우 건수가 많지 않으면 20만~30만원 정도 됩니다. 1년에 200만~300만원 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분명히 들 수도 있지만, 법률서비스에 대해서는 비용처리가 됩니다. 법인이기 때문에 세금계산서가 다 나가고요.
메디게이트뉴스 : 의사들이 조금만 주의하면 해결할 문제인데 그렇지 못해서 흔하게 생기는 케이스랄까요. 이쪽에서 흔하게 접하는 그런 경우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제일 안타까운 부분은 진료차트죠.
바쁘다 보니깐 하루에 90~100명 진료를 보면 자세히 기재할 수가 없잖아요. 나중에 문제가 됐을 때 이런 부분들이 제일 약점이에요. 진찰을 다 했다고 하는데 혈압이나 체온도 기재가 안 돼 있으면 정말 방어하기가 힘들어요.
간경화 환자에게 aFP하고 복부초음파 검사를 권유할 때 환자가 "나중에 합시다"라고 하면 일단 본인이 거부를 한 거잖아요? 그걸 기재를 하면 되거든요.
'환자가 다음에 하겠다고 하며 거부함'이라고 간단하게 기재를 하면 되는데, 그것을 안 해놓고 hepatoma(간세포함)가 생겨 사망하면 가족들은 "저 병원에 몇년 다녔는데 간암도 발견 못 하고 뭐했느냐?"라고 소송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요.
그 속사정은 죽은 환자만 알고, 원장님은 답답하죠.
또 비보험 건강검진을 했는데, 무슨 병이 발견돼서 다른 추가 검사를 했는데 "비보험 진료비를 다 받아놓고 왜 보험청구를 또 하느냐? 이중청구다"라고 시비 걸리는 경우도 있고,
미용시술을 하면서 "이건 여드름이 심해서 보험 급여가 되겠다"해서 청구했는데, "비보험 시술을 해놓고 보험청구를 또 하느냐"라고 거짓청구가 될 수 있거든요.
원장님들은 분명히 억울하거든요. 하지만 기재가 안 돼 있으면 인정을 안 해줍니다.
(이 변호사는 실제 있었던 케이스를 쭉 나열하면서 설명해줬다. 위에 열거된 예시도 실제 자주 있었던 케이스란다.)
메디게이트뉴스: 병원 안에서 의사들과 같이 일하다가 밖에서 일하면 의사를 객관화시켜 볼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의사들을 밖에서 접하시면서 느꼈던 의사들의 애티튜드랄까요? 혹은 '의사들만의 사회인식?' 이런 것도 좋습니다. 특히 법에 대한 의사들의 접근 태도가 궁금합니다.
결국은 의사들 스스로 밖에서 보는 모습을 알아야 개선도 가능한 것이니까요.
-물론 그동안 의사들이 워낙 많이 당했기 때문에... 정책이라든지 법이라든지 국민건강 보험이라든지 부당한 삭감이라든지...
복지부나 법을 다루는 사람에 대해서 적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들 또한 사람인데, 적대시하고 무시하면서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결국 의사에게도 도움이 안 됩니다. 그런 것은 좀 폐쇄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대승적 차원에서 뭐가 더 궁극적으로 의사에게 유리한지...
그리고 사실... 국민의 인식도 중요하거든요? 의사들은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데 알아주지도 않고 욕만 하고 말이야"라고 하면서 국민이나 언론에 대해서도 적대시하고 비난하고 이런 경향이 강한데,
의사가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설득을 하고 논리적으로 상대방 기분 안 나쁘게 "이런 부분에 이런 문제가 있다. 당신이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감정부터 앞세우고 하는 모습이 좀 안타깝죠.
메디게이트뉴스 : 직함이 많으시더라고요. 환자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삼성화재 자문도 하시고,
의사협회 법제이사도 하시고,
의사를 의뢰인으로 두시기도 하시고, 환자를 의뢰인으로 두시기도 하고요.
입장이 상충할 수 있는 기관이나 회사들을 맡으시는 게 어떠신가요?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
-맞아요. 저도 좀 딜레마일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가장 단순한 논리는 그거죠.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게 변호사의 윤리에 맞는 것이고요.
변호사도 증거를 인멸한다든지 하는 위법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는 의뢰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변호사의 역할이거든요. 그런 신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대신 제가 아무래도 친정이 의료계다 보니깐 환자 쪽 소송을 맡더라도 배상을 어느 정도 해주는게 맞겠다. 환자한테 손해배상을 해주는게 맞겠다 하는 의뢰만 선택해서 수임을 하고요.
환자 쪽에서 형사 고소 해달라고 하는 것은 수임을 안 합니다. 아예 받지 않습니다. 의사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의료행위 중에 실수한 건데요. 형사 쪽으로 걸고넘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맞지 않고요.
민사 쪽에서 이건 의사가 실수한 게 맞다. 배상을 좀 해줘야 하지 않나? 그런 사건들만 맞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자녀가 의사와 법조인 중에 고민을 한다면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일단 적성에 맞는 거 하라고 권할 거고요.
저희 부모님도 그랬었고요.
2개 중에 갈등하고 꼭 부모가 골라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의사를 권해주고 싶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하하하...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임상외 진료를 생각하는 MD들에게 한마디 부탁합니다.
-그렇죠. 임상 외를 생각한다면 뭔가 다른 생각을 하는 거죠.
저는 그런 거에 대해서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왕 그쪽으로 갔으면 그쪽에서 매진해서...
사실 쉽지는 않거든요. 의사 마인드로 조직에서 일하는 게...
복지부에 들어가서도 도저히 안 돼서 나와버리고... 이왕 그렇게 했으면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견뎠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힘들면 나가버리고, 그건 경솔하게 판단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느 분야든 고통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길이 아닌가보다 바로 포기하기보다는 조금 참고 견디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매진을 했으면...
그래서 의사 중에서 장관이 나오고 식약처장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쳤다.
서초동의 빽빽한 로펌 사이에 '의성'이라는 간판 하나를 끼워놓고 경쟁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보통 변호사'였지만, 습관적으로 의료계를 '친정'이라 칭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쪽'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식 인터뷰를 마치고 요즘 화두가 되는 3가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1)성공보수 무효판결 :
변호사업계 멘붕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물론 금지를 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느닷없이 날벼락 같은 판결이 나와서요.
이상적이기는 해요. 말이 안 된다고 말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조금 떨어지지 않았나?
수임 구조가 착수보수를 낮게 하고 성공보수를 높게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게 좀 돈이 없는 사람은 그렇거든요. 당장 돈이 없는데...
(소송은) 실패할 수 있거든요. 실패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트라이를 하고 싶다. 좀 억울한 부분을 법에 하소연하고 싶다 이런 부분이 있는데...
거물급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해주는 변호사를 선임해서 억울한 부분을 호소하고 잘되면 내가 그때 보수를 듬뿍 줄 수 있겠다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요. 그런 부분까지 원천 차단해 버리면 현실에서 과연 바람직할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2)아청법 :
지금 우리 사무실에서 안 그래도 위헌 제청을 해놨습니다. 의사 선생님 3분이 연루돼서요.
지금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놓았고요. 본안으로 넘어갔어요.
형식적인 심사를 거쳐서 당사자적격이나 이런 게 안되면 각하 처리되는데요, 본안으로 넘어갔습니다. 근데 언제 결정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좀 과도한 제재가 아닌가? 합니다.
제일 심각한 부분은 선생님들이 진료를 제대로 못 하게 되는 거지요. 조금만 문제 생겨서 10년 동안 진료를 못하면 그 피해는 환자한테 돌아갑니다.
3)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씨 병역 의혹에 대해서는? :
저도 사실 모르고 있다가 어제 기사를 봤습니다.
글쎄요.... 그 건에 대해서는 뭐가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많은 생각에 잠기다가, 기자가 "어쨋든 박시장은 의사들에게는 좀 덕을 쌓아야 하겠다 하는 거로 결론을 내도 될까요?"라고 묻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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