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가 합법화됐음에도 아직까지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진은 허가되지 않아 임신 중절수술이나 온라인 불법 의약품 구매를 통해서만 낙태가 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즉각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1일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을 폐지하는 법 개정을 권고했다.
이는 지난해 4월 11일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건약은 "이번 권고안을 환영하면서, 여성의 안전한 임지중지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권으로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mifepristone)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먹는 낙태약’으로 지난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67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15년전인 2005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미프진을 통한 약물적 임신중지는 유럽 주요국가에서 70% 이상이 선택하는 주된 임신중지 방법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진행한 연구에서 여성들은 미프진의 약 사용에 86%가 만족한다고 답변했다.
건약은 "한국에서는 미프진이 허가되지 않았다. 즉 미프진이 진단과 처방을 통해 건강하게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암암리에 불법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이라며 "낙태죄가 폐지됐으나 아직까지 모자보건법에서 임신중지를 위한 방법을 수술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자체가 불법이라는 부담은 내려놓았으나 임신중지 방법을 음성적으로 찾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임신중지에 접근 가능한 실질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여성의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더라도 약의 품질을 보장받기 힘들고 약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보건의료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므로 안전하지 않다"면서 "예상 가능한 위험요소를 최소화해 사용할 수 있도록 미프진을 제도권 속으로 들여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건약은 "미비한 제도로 인해 불법과 합법 경계선 위에서 여성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며 "더 이상 임신중지 의약품이 불법적으로 다뤄지지 않도록 복지부와 식약처는 임신중지 의약품 사용을 가능하게 법을 개정하고 지금 당장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을 준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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