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양면성, '대형병원 전원 50% 감소' VS '비용효과 없고 의료수요 늘려'

원격의료 확대 앞서 안전성 검증‧가이드라인‧교육시스템 마련 선행돼야…수가‧법률 개선도

사진 왼쪽부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유아 연구원, 경희의대 이상열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SK바이오사이언스 유지현 법무실장(변호사). 사진=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대면진료가 환자를 적기에 적절한 유형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지만 의료 수요를 높이는 경향을 보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비대면 피부과 진료가 대형병원 외래진료를 20~50%까지 줄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오히려 비대면진료가 비용효과성이 없고 전통적인 방문 진료가 80% 늘었다는 통계도 보고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대면진료 확대에 앞서 안전성 검증과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 및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마련, 명확한 수가 체계 및 보상 매커니즘 설계, 법률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비대면진료, 당뇨환자 혈당 조절‧정신건강 개선 효과 있어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유아 연구원은 8일 오후 '비대면 의료서비스 적용 전략 포럼'에서 국가별 비대면진료 사용과 현황 연구 등의 최신 트렌드를 소개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31개 유럽 국가 내 9126명의 일반 개업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정보통신기술(ICT)이 치료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조사에서도 설문에 응답한 18개 유럽 국가 전체가 비대면진료의 채택이 치료의 질과 연속성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대다수 국가는 비대면 의료가 피할 수 있는 의료비용을 줄이고 원거리에 있는 환자(remote patients)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비대면진료를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최신 연구들에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 연구 등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중재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glycaemic control)을 개선할 수 있으며 기존의 대면 진료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비대면 모니터링은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과 입원을 줄일 수 있고 비대면 재활을 통해 통증을 관리하고 비대면 인지행동 요법으로 정신건강을 개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대면진료가 적시에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유형의 치료를 찾도록 돕는다는 연구도 있다.
 
포르투갈에선 비대면 피부과가 대면 전문 3차병원 전원을 20%에서 50%까지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비대면 피부과 및 비대면 안과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전원이 78% 감소했다는 연구가 나왔고 미국에선 비대면진료로 92%의 사례에서 환자 불만을 해결할 수 있었고 나머지 8%는 응급 서비스 대신 일차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고 답했다.
 
특히 비대면 모니터링은 또한 재택 환자를 더 밀접하게 추적함으로써 계획되지 않고 피할 수 없는 병원 입원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선 비대면 재택 치료가 병원 입원을 60~80%까지 줄였고 덴마크에서도 만성 폐쇠성 폐질환(COPD)에 대한 비대면 모니터링이 입원 횟수와 기간을 각각 11%와 20% 줄였다.
 
김유아 연구원은 "초진의 경우도 비대면진료는 환자가 비대면 진단 또는 저장 후 전송 서비스 이후 의사에게 직접 외래진료를 받아야 할 때 더 유용한 상효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연구가 있다"고 말했다.
 
비용효과성 일관성 없고 의료수요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반면 비용효과성이나 의료수요 증가 측면에선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비용효과성 차원에서 연구마다 입장차가 분명하다.
 
김 연구원은 "비대면진료 중재의 비용효과성에 중점을 둔 19개의 문헌고찰 연구 및 메타 분석 중 8개는 비대면진료가 비용 효율적이거나 잠재적으로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즉 비대면진료가 임상적으로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의료 종사자의 업무량 감소, 대기 및 이동 시간 단축, 불필요한 대면 진료 감소, 상담 시간 단축, 대면 서비스 대비 단가 절감 등 비용 대비 효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반면 비대면진료의 비용 효과성 문제는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게 김유아 연구원의 견해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비대면 재택 간호 사용에 대한 문헌고찰을 보면 유사한 비대면진료 서비스는 일정 환경에서는 비용 효율적인 것이 다른 환경에서는 비용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2개의 주요 연구에서 비용 절감을 보고했는데 다른 3개의 연구에선 지역 예산 책정 규정에 의한 비용 증가를 보고했다"며 "동일 국가 내의 동일한 중재도 맥락에 따른 특성으로 인해 비용 효율성에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로 이내 진료비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면진료로 인해 오히려 의료 수요가 자극돼 외래진료 등이 늘어났다는 통계가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 실시간 화상 상담(real-time videoconsultation) 서비스는 18개월 동안 대면 외래 진료를 33% 줄였으나, 최종적으론 모든 비대면 진료 및 전통적인 방문 진료(conventional visits)를 80%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노르웨이에서도 비대면 모니터링으로 인해 일부 지자체에선 병원 내원이 줄었지만 일차 의료 내원이 증가했다.
 
안전검증과 교육 시스템 필요…원격의료 제안 주체는 누구로?
 
사진=한국보건의료연구원 김유아 연구원 발표자료

비대면진료 확대를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재원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명확한 보상 매커니즘이 확립돼야 성공적인 제도의 안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경희의대 이상열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비대면진료 실현을 위해선 우선 의학적 검증이 더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성 검증과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 및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한계 극복 기술개발과 관련 연구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아 연구원도 "비대면진료의 장벽 중 가장 큰 것이 공공 정책과 관련돼 있다. 특히 재원 부족과 명확한 보상 메커니즘의 부재가 큰 장애물"이라며 "비대면 의료가 성공하려면 디지털 의료 지식과 접근의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 25~54세 인구는 61%가 인터넷을 사용하는 반면 55~74세 인구는 40%만이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비대면진료 확대에 있어 관련 법률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 유지현 법무실장(변호사)은 "비대면진료와 관련된 법률상 많은 쟁점이 있다. 우선 원격의료를 제안하는 주체를 환자로 할 것인지 의료인으로 할 것인지를 정해야 하고 설명의무를 법률상 의무로 할 것인지 개별 사안에서 판단할 것인지도 쟁점"이라며 "의료과실책임에 있어서도 통상적인 진료행위와 달리 보고 법률상 책임감경 가능성이 있는지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가 문제도 코로나19 때와 같이 일률적으로 수가를 인정해 주는 방안과 허용되는 원격의료 중 일부만 인정하는 방안이 있다"며 "인정 수준도 장비와 플랫폼에 대한 비용 보상차원에서 대면진료보다 높게 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대면진료를 권장하는 방안으로 대면진료와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향후 수가는 실제 진료에 투입되는 원가, 인건비, 난이도, 노력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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