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80세 이상 노인 사망률 60%...응급의료 지연·중환자실 부족 탓

"빠른 고령화·감염병 대응 위해 분절화된 노인의학 체계 개선해야…'노인의학 전문의' 도입 강조"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는 7일 오후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실시간 유튜브 생중계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80세 이상 노인 사망률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를 제외한 초과사망자 수도 85세 이상이 75세 이하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의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고령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노인 관련 질환, 노인 사망률 모두 높다는 점에서 노인의료 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대한노인병학회, 대한노인의학세부전문의 추진관리위원회는 7일 오후 '코로나19를 통해 본 노인의료'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령화·감염병 사태로 고위험 노인 건강 적신호…"노인 환자 진단·치료 지연"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분절적인 의료체계에선 노인에게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노인 질병은 복합적으로 발현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의 질병과 다른 양상을 띈다는 점에서 노인의료 특화 전문의 양성이 강조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한림의대 정기석 호흡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위험군에 속해 있는 노인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지난 5월 기준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연령별 사망 자료를 보면 70~79세 노인의 코로나 사망률이 23%를 기록했고, 80세 이상 사망률은 59%에 육박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 이외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초과사망자 수도 나이가 많은 고령자일수록 대폭 증가하는 추세다. 6월 20일 통계청 자료 기준에 따르면 65~74세 초과사망자 수는 612명에 그치지만 75~80세 초과사망자 수는 1317명, 85세 이상 초과사망자 수는 2370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사진=한림의대 정기석 호흡기내과 교수 발표자료
사진=한림의대 정기석 호흡기내과 교수 발표자료

정기석 교수는 최근 노인 초과사망자 수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폐렴과 보건의료 정책 미흡을 꼽았다. 

그는 "나이 자체가 위험인자이긴 하지만 최근 노인 사망률이 증가한 이유는 정책적 미흡으로 봐야 한다. 의사의 대면 진료가 결여되고 입원이 대기되면서 응급의료 지연, 중환자실 부족 등 문제가 겹쳤고 치료제도 소극적으로 처방됐다"며 "코로나19로 인한 노인 주요 사망 원인인 폐렴이 늘었지만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 유행 기간 동안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환자는 대폭 줄어들었다. COPD 환자는 2016년 20만4494명, 2019년 19만9407명에 달했지만 2020년 17만8574명으로 급감했다. 

정 교수는 "노인 환자에 대한 조기 발견과 진단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가 컸다. 다음 팬데믹이 또 와도 노인들이 가장 치명적인 환자군이다. 이들에 대한 조기 진단과 치료, 입원과 집중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미국은 노인의학 수련 과정 제공…노인 75% "노인병 전문가 원해"

서울아산병원 손기영 가정의학과 교수는 노인의학 전문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는 의사가 있음에도 노인병에 대한 미충족 필요가 있으며, 고령화의 빠른 진행으로 인해 이같은 미충족 필요는 더욱 확대된다는 취지다. 

노인의학 전문의 제도는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상태다. 

손 교수에 따르면 영국은 의과대학 졸업 후 전공의 과정에서 노인의학이 전공의 과정 선택지에 있다. 현재 영국 NHS(국가보건서비스) 내에서 가장 큰 전공 과목이며 최소 4년에서 평균 6~7년 수련 과정을 거친다. 
 
발언하는 대한의사협회 김이연 홍보이사. 

호주도 내과 전공의 기본 과정 3년 프로그램 이후 노인의학에 대한 분과 전문의 과정 3년이 마련돼 있어 총 6년 간의 수련 과정을 거쳐 노인의학 분과 전문의가 되며 미국과 대만도 주로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의 전공의들이 원할 경우 1년 과정의 노인의학 펠로우십 과정을 추가 수련 받을 수 있다. 

손기영 교수는 "해외 여러 나라는 다양한 형태의 노인의학 수련 프로그램 및 전문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며 "한국도 우리 사회의 여건에 맞는 노인의학 수련 프로그램의 도입을 통해 미래에 폭증할 필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인 411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의사가 노인병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5%였고 노인 76%가 노인병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답을 냈다"며 "대다수 노인은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으면 쉽게 의사를 만날 순 있지만, 노인병에 대한 미충족 욕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도 고령화에 따른 노인의학 전문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노인병학회 윤종률 회장도 노인의학 전문의 양성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윤 회장은 "65세 이상 노인들의 만성질환 개수가 3개 이상 된다는 답변이 51%나 되지만 이에 대한 진료는 다수의 전문의사의 개별진료로 인해 분절화돼 있다. 이에 따라 다약제복용과 약물부작용의 위험이 항상 따라다닌다"고 말했다. 

또한 윤 회장은 "분절적으로 치료하다 보니 노인진료비도 급증하는 추세다. 전체 진료비는 전년 대비 11.9% 증가한 것에 비해 노인 진료비는 14.7%나 증가했다"며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에 그치는데 비해 노인진료비는 전체진료비의 39.9%나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노인의학 전문의사가 양성될 경우, 일차의료에서 노인 주치의 역할을 수행하고 이에 따라 불필요한 입원과 응급실 방문, 요양시설 입소 등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윤종률 회장의 견해다. 
 
그는 "지역사회 내에서 노인의학 전문의가 노인 주치의 역할을 맡아주면 환자 입장에서도 만성 복합질환의 통합 관리가 가능하고 다약제복용 관리도 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급성기 질병관리와 치료 합병증 등이 예방되면서 재입원 감소 효과와 노인진료비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노인응급실 모델 시범사업·노인진료 위한 수가체계 제언

노인 의학 개선점으로 응급실 구조 개편과 수가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한림대 왕순주 응급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응급의료 분야는 패러다임 자체가 변했다. 예전엔 무작정 환자를 병원에 데리고 왔다면 이젠 거부 사례가 늘다보니 무조건 연락을 취하고 온다"며 "노인의학에 있어 앞으론 시스템과 하드웨어가 함께 바뀌어가야 한다. 외국처럼 노인응급실 모델을 시범사업처럼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가혁 학술이사는 "수가 변화도 모색해볼 수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복합적 노인 만성질환의 다약제복용 관리를 위해 6가지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는 담당 주치의가 2가지 약물을 줄일 수 있도록 하면 2500엔 정도 수가가 지급된다"며 "우리나라도 노인 질환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정책으로 녹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향후 고령화에 대비해 커뮤니티케어 강화가 대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의료 전문성이 담보된 커뮤니티케어 시스템 마련이 중요하다고 봤다. 

의협 김이연 홍보이사는 "의협은 진료적 입장에서 향후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비대면진료 도입 현안에 대응하고 있고 더 큰 범주에선 커뮤니티케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의료시스템 연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고령화와 재차 감염병이 우려된느 상황에서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질환 전문성이 있는 의사와 의료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도 "현재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산발적 질병을 단위로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론 노인들이 갖고 있는 질병을 통합하는 형태로 노인 주치의 제도가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답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