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 효과가 한방 효과로 둔갑…기공요법 치매예방 근거없어"

바른의료연구소, 한의협 국회토론회 발표 정면반박 "효과 주장하려면 임상시험 등 입증해야"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대한한의사협회가 13일 '치매 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개최된 국회토론회에서 한방치매치료를 치매국가책임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한 한방 기공요법 등 일부 치료법은 임상 연구 데이터가 있으며, 해외 연구 논문 등에서 효과를 인정받고 있어 보험에 적용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말 한의계 주장대로 한방치매치료 효과가 검증된 것일까.

바른의료연구소는 19일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과는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따라서 이를 치매국가책임제에 포함시켜 달라 요구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포기한 것과 다를바 없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전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은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및 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입증에 실패하고 혈세만 낭비한 사업이며,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한의협의 주장이 허구임을 밝혔다"면서 "이번 국회토론회 발표자료도 확인한 결과 한방치매치료의 효과가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기 위해 부적절한 근거자료를 인용하는 등 상당한 문제점들을 드러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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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기공요법 효과로 둔갑한 태극권 효과

국회 토론회에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조성훈 교수는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6개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노인 총 396명을 대상으로 치매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인 기공체조를 시행한 결과, 인지기능이 향상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연구진이 개발한 한국형 노인 기공 프로그램은 고전 기공의 하나로 경락을 자극해 각각의 경락과 오장 육부와 신체 각 기관의 작용을 원활하게 하고 계통적으로 생기 기능을 높인다"며 "기공 요법 중 태극권은 인지개선 효과가 있다는 임상 연구 데이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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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발표자는 건강한 노인, 경도인지장애, 치매 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태극권(Tai Chi) 운동을 실행한 결과 대조군보다 인지기능이 향상되고 치매로의 진행률이 낮았다는 결과가 나온 5편의 국내외 논문(국외 논문 4편, 국내 논문 1편)과 1건의 국내 조사자료를 근거로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근거로 제시한 일부 논문에서 태극권이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있으나, 태극권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확고한 결론은 없다"고 지적했다.

태극권이 인지기능향상에 일부 도움이 된다 해도 논문마다 태극권의 유형과 수련방법이 서로 달라 태극권의 효과를 정량화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연구소는 "더욱 중요한 것은 논문 5편 모두 국내 한의사가 아닌, 전문 사범에 의해 교습된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었다. 홍콩 연구에서는 중국의 태극권 전문가가 개발한 24식(24-forms) 태극권이고, 태국 논문에서는 10가지 동작의 태극권, 대한치매학회 초록에는 브레인업이라는 태극권이었다"면서 "이 논문들은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지, 한방 기공요법에 대한 논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발표자가 제시한 국내 조사자료로는 2016년 9~11월 16개 보건소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총 3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치매예방 시범사업이 있다. 사업 결과 인지기능 향상, 삶의 질 향상 등의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연구소는 "이 시범사업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이라는 기공체조가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이어서 그 효과가 기공체조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 공인된 학술지가 아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17 건강증진 리서치 브리프'에만 간략히 소개된 자료여서, 통계분석 결과도 없고 대조군 선정방법도 불확실해 한방기공의 학문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토론회 자료에 인지기능 향상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책자 어디에도 인지기능이 향상됐다는 결과는 없다.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하여 기만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인용한 저널명의 오류도 지적됐다. 홍콩에서 수행된 연구논문을 2012년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JAMDA)'에 게재된 논문이라고 했는데, 미국의사협회의 공식 학술지명은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이다.

연구소는 "JAMDA는 미국병원장협회 학술지 정도에 불과하고,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도 5.325로 JAMA의 47.661보다 훨씬 낮음에도, 마치 미국의사협회지 논문인 것처럼 왜곡해 발표한 것이다"면서 "의도적이든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든 이러한 왜곡은 국민들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 예방 효과는 전혀 입증되지 않았으며,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을,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기공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등 한방 기공요법의 표준화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연구소는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고 표준화도 안된 상태에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며 "한의계는 다른 유형의 태극권에서 나온 결과를 마치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인 양 둔갑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의 성명서는 후안무치"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태극권이 인지기능과 체력, 우울증 척도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한의계의 주장을 비판하자,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15일 명확한 근거제시와 반박을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회는 성명서에서 "지엽적인 인식개선사업의 예시 내용인 기공요법을 의도적으로 부각하여 평가절하 했으며, 나아가 이미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된 사실조차 무시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학회는 "다른 사람도 아닌, 양의사협회장이 논문 사이트 검색만 해도 확인이 가능한 사항을 취권이나 영춘권 등 다른 무술들을 거론하며 조롱하고, 한의약 치료법을 무분별하고 근거 빈약 치료라는 자극적인 언어로 폄훼한 것은 한의사와 한의약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국민과 여론을 거짓으로 현혹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태다"고 주장했다.

또한 "더욱이 발표 자료 중 우리나라 연구결과는 양방의과대학 소속의 교수가 진행한 내용으로, 작년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인데 최대집 양의사협회장이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부정할지 자못 궁금하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에 대해 "기공요법을 부각시킨 것은 한의계이고, 앞서 밝혔듯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된 사실은 한방 기공요법과는 다른 형태의 태극권에 대한 것이다"며 "따라서 국회토론회에서 사실을 호도한 것은 바로 한의계다"고 반박했다.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서는 "정식 논문으로 게재되지 않은 포스터 내용을 효과성의 근거로 삼는 것은 한방 기공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더군다나 이 포스터 내용은 한의사가 시행한 것이 아니라 태극권 전문가가 직접 시행한 것이며, 태극권 유형도 한방 기공요법과 아주 다르기 때문에 한방 기공요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소가 해당 의과대학 교수에게 이메일로 직접 문의한 결과, 해당 교수는 태극권 운동이 한방 기공요법으로 잘못 오해되는 것에 우려감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태극권은 안전한 움직임과 표준화된 교수법으로 검증된 전문가들이 가르치는 운동이며, 이러한 운동을 전통적인 틀로만 보고 한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태극권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마치 한의학의 효과를 대변하는 식으로 오해를 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입니다. 한방 기공운동이 누가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검증된 운동전문가가 효과가 입증된 운동프로그램으로 시행한다면 이는 한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운동프로그램일 것입니다.
▲바른의료연구소 이메일 문의에 대한 연구자 답변

연구소는 "국내에는 이미 30개 이상의 기공 수련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한방 기공이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한다면, 향후 기공은 한방의 공식적인 한의학적 의료행위가 될 개연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뜸 치료의 사례처럼, 한의사가 아닌 기공 수련단체들의 태극권 수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 받을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는 "한의계는 한방 기공과 전혀 다른 유형의 태극권 관련 논문들을 근거로 대며 국민들을 현혹시켰으며, 한방 기공요법이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학술적, 임상적 자료나 근거는 전혀 없다. 근거도 없는 치료법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마저 포기하는 파렴치한 행위다"고 결론내리며 "향후 본 연구소는 한의협 국회토론회에서 발표된 내용에 대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고 예고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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