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확대‧간호법 추진, 정작 현장 간호사들은?…업무량 상승에 취업대란까지 "절망"

간호사 배치기준 개선 없는 간호법에 반대…간협 향해 "현장 간호사, 간호대 졸업생 현실 대변 못 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 간호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진료지원간호사(PA‧Physician Assistatn)제도화와 함께 간호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 간호사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향후 3년에 걸쳐 상급종합병원의 중증도는 높이고 전공의 의존도는 낮추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현장 간호사들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복지부는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면서 중증도를 높인다는 역설적인 정책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와 PA간호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전문의까지 이탈하는 상황에서 PA간호사의 업무량 증가가 불가피하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에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진료지원간호사가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숙력된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제정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지난 6일 열린 브리핑에서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간호법은 정부 여당의 간호법안 논의 주도에 따라 현재 여야 합의로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 회부돼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시하고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간호법 제정에 명운을 걸고 있지만, 정작 현장 간호사들은 정부의 의료개혁은 물론 현재 추진되는 간호법에 절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현재 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에 따른 경영난으로 간호사들에게 무급휴직을 종용하고, 신규 간호사 채용을 잠정 중단했다. 대신 전공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PA간호사들은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행동하는 간호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1:1.4의 경쟁률을 보이던 모 지방 대학병원 신규간호사 모집 경쟁률은 올해 1:21.1로 급상승했다.

상급종합병원들의 신규간호사 모집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 속에서 올해 졸업한 신규간호사들이 의료대란을 넘어 취업대란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협회가 나서서 추진하고 있는 간호법에 대해 "결국 의사 업무가 간호사에게로 더 많이 넘어오는 상황 속에서 증가하는 업무량과 상승하는 환자 중증도를 대비할 인력 확보 방안은 전혀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간협은 ‘간호사 처우개선’이라고 하는 허구로 간호사들을 속이려 들지 말라"고 분노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1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여기에서도 그간 현장 간호사들이 요구했던 간호사 배치 기준 상향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대 정원은 끊임없이 늘려 내년에는 2만 5000명이 간호대에 새로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신규 간호사 1년 내 사직률은 여전히 50% 대를 유지하고 있고, 장롱면허비율 역시 획기적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코로나 19 펜데믹 시기에 1대 5 배치기준을 간호사 달래기용으로 뱉어냈을 뿐 이후 그것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호사를 대표하는 중앙조직인 간호협회를 향해서도 "현장간호사들의 요구와 간호대 졸업생들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사 배치기준 없는 간호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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