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흥정 나선 政, 콧 방귀도 안 뀌는 의료계

대학 자율조정 통해 증원 규모 감축 시사했지만 의료계 냉랭 "의대증원 합리적 근거 없었다는 반증…원점 재검토"

지난 2월 20일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당시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의대증원 규모를 대학들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계와 정치권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정부는 19일 열린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2000명 증원하되 희망 대학의 경우 내년도에 한해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전날 거점 국립대 총장들이 정부에 건의한 사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실제로 대학들이 증원분의 절반을 일괄적으로 모집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증원 규모는 최대 1000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의료계의 단일화된 대안 제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공백으로 인한 피해를 방치할 수 없으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과 환자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들여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조치가 내려진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의료계를 향해서는 “대학 총장들의 충정 어린 건의와 이를 적극 수용한 정부의 결단에 대해 의료계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달라”며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하루빨리 학교와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근거 없는 의대증원 '흥정거리' 아냐…전공의∙의대생도 "말장난일 뿐"
 
하지만 정작 의료계는 정부의 이번 조치야말로 의대증원 정책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점 재검토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김성근 대변인은 “대학 총장들이 교육 여건 등을 문제로 증원 규모 조정을 건의했다고 하는데, 그럼 증원 신청할 때는 무슨 근거로 한 건지 그걸 검증했다고 하는 정부는 뭘 검증했다는 건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며 “이걸로 전공의, 의대생들을 설득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대증원 결정부터 증원분 배분까지 총체적으로 문제가 많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며 “마치 의대정원을 두고 흥정하는 것처럼 돼 버렸는데, 그럴 게 아니라 원점에서 합리적 근거를 기반으로 재검토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 역시 “근거가 없다면 증원이 아니라 300명 감원을 한다고 해도 반대”라며 “50%를 줄일 수 있다는 근거는 뭔가”라고 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정부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복귀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사직 전공의 A 씨는 “결국 말장난일 뿐”이라며 복귀 가능성을 일축했다. 휴학 중인 의대생 B 씨도 “최대 1000명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의대생들 입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온건하던 의대생들마저 점차 강경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치권서도 비판 목소리…안철수 의원 "총장 혼자 결정하면 전공의∙의대생 안 돌아와"
 
정치권도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대학의 자율 조정 방식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총장이 (의대증원 규모 조정을) 단독 결정하는 것으로는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학생들도 휴학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의대 내부 구성원들과 소통이 전제되지 않고는, 증원 규모 자율 조정이 전공의 복귀의 방법이 될 수 없다”며 “대학별로 총장 단독이 아닌, 의대교수 및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논의해 의대증원 숫자를 자율적으로 조정하게 하는 것이 내가 제안하는 B안”이라고 했다.
 
이어 “B안은 미봉책에 불과하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그 후 결국 A안이었던 ‘범사회적 의료개혁 합의체’를 구성하고 2026년부터 단계적 의대증원 규모를 추계해 의정 양측에서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심각한 갈등을 초래한 정부가 스스로 해결책을 내지 않고 대학을 나서게 한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진작 의대 등과 잘 협의해서 적정 규모를 정할 것이지 ‘2000명은 절대 많은 숫자 아니다’ ‘절대 타협은 없다’고 고집하다가 선거가 끝나니 대학 총장들을 내세워 슬그머니 후퇴하는 건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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