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이유, 'T세포' 때문이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그동안 '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사는가'에 대한 질문엔 여러 가지 대답들이 있었다. 먼저, 성장 과정 중에서 남녀 간의 행동 양식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더 위험한 행동을 하는 일이 많고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는 인식이 있다. 이런 행동 양식 차이 요인 말고도 여러 생물학적 요인이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모계로 전해지는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에 해로운 돌연변이가 생길 때 여성에게는 해롭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제거된다. 하지만 남성에게서는 해롭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유지되고, 결국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미토콘드리아 차이보다 남녀의 차이인 염색체에서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각 세포 내 DNA 뭉치로 구성된 염색체는 쌍으로 존재한다. 성염색체 구성에 있어 여성은 두 개의 X염색체를 갖는 반면 남성은 X염색체 하나와 Y염색체 각각 하나씩 갖고 있다. 여성의 염색체 XX와 남성의 염색체 XY의 차이로 인해 세포가 노화되는 방식이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은 X염색체 두 개를 소유함으로 인해 모든 유전자의 복사본을 하나씩 갖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여성은 하나의 염색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품이 있지만 남성은 예비 부품이 없다. 그 결과 남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세포들이 오작동이 생기고, 질병에 취약해진다는 설(說)이 있다. 

남성과 여성의 염색체 차이에서 오는 면역기능 차이도 하나의 이유로 생각된다. X염색체에는 감염 면역 작용에 없어선 안 될 유전자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의 X염색체가 1개인 남성에서 X염색체의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여성에 비해 감염 면역기능이 더 쉽고 크게 손상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X염색체가 둘인 여성에게선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낭창, 자가면역성 갑상선염과 같은 자가면역성 질환 발생율이 남성보다 높다. 여성에서 자가면역성 질환은 많이 발병하지만 사망과 직결되는 감염성 질병의 발생은 적다는 학설도 있다.  

암은 발암유전자의 후천적 돌연변이(somaric mutation)가 누적돼 일어난다. 암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암을 노인병으로 보는 견해가 있고 나이가 들수록 암에 걸릴 확률이 당연히 높아진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존스홉킨스대 연구팀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32종의 암 게놈 염기서열과 역학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의 3분의 2는 정상세포가 분열할 때 우연히 생기는 무작위 오류 때문인 것이라고 보고했다. 환경 요인에 따른 암 예방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발암 환경을 피하는 것만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는사실을 보여줬다.

지난 1월 18일 출간된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National Academy of Science)에 나이에 따른 질병 발생을 분석한 논문'Thymic involution and rising disease incidence with age'이 출간됐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암 발생이 높아지는데 이는 그 이유를 면역 시스템이 약화되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장 오른쪽이 T세포. 사진=위키피디아 

우리 몸의 흉선은 가슴의 정 중앙 부위에 나비 모양처럼 생긴 기관으로 몸 안의 면역세포 중 T림프구가 성숙하는데 관여한다. 흉선에서 배출된 T세포들은 외부 항원에 대해 반응하고 자신의 세포나 조직은 공격하지 않도록 돼 있다.

흉선은 태어 났을 때 몸무게에 비해 가장 큰 조직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흉선(Thymus)이 점점 작아진다. 흉선에서의  T세포가 만들어지는 생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T세포 생성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최대 16년쯤이 걸린다고 한다.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T세포 생성이 감염 질환과 암의 중요한 위험요소라고 결론 짓는다.

특히 여성의 암 발생이 낮은 이유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혈액에서 남성보다 더 많고 더 서서히 줄어든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상어에게서 암 발생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T세포 수를 조절하는 흉선이 나이가 들어도 사람처럼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유방암과 같은 부인과 질환을 제외한 나머지의 모든 질병의 사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대체로 높고, 이로 인해 남녀 수명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암에 대한 면역치료제가 상당한 성공을 이뤘다. 암 세포는 면역시스템을 잠 재우려고 노력하지만, 면역치료제가 우리 몸에 잠자고 있던 T세포를 깨워 암 세포를 제거하는 일을 하게 한다. 암 세포와 T세포의 전쟁은 우리 몸 안에서 계속 된다. 우리가 감염이나 암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려면 면역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짓는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사는가'라는 질문도 시대가 바뀌고 과학이 발전하며 점점 좋은 답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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