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연구개발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항암제 개발 생태계 조성해야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면역항암제의 여러 종류 중 'PD-1 차단제'는 2016년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피부암을 완치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PD-1 차단제는 그의 사촌인 'PD-L1 차단제'와 함께 이제는 항암제의 대세 중 대세가 됐다. 앞으로도 계속 주요 항암제로 선택될 것이다.

항암제 개발의 글로벌 트렌드는 면역항암제 위주로 재편성됐다. 때마침 지난 1월 9일 열린 JP 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18)에서는 '우리가 필요한 PD-1/PD-L1 항체가 몇인가? 면역항암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How many PD-1/PD-L1 durgs do we need? Where is immunotherapy headed?)'라는 제목으로 여러 패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영국의 비영리 기관인 암 연구소(Cancer Research Institute, CRI) 소속의 아이만 샬라비(Aiman Shalabi)가 '면역항암제의 전망 분석(IO Landscape Analysis)'란 주제의 강연을 했고, 마침 그곳에 참석했던 파맵신 유진산 대표가 발표 슬라이드를 공유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치료제와 병용해 환자 반응률을 증가시키며 함암제 시장의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년 후에는 항암제 시장의 6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샬라비(Shalabi)의 발표에 의하면, 전체 면역항암제에서 개발 중에 있는 것이 총 2004개, 임상시험 중에 있는 것이 1500개가 넘는다. 다른 약과 병용(combination)이 가능한 특징 덕분에 병용 임상시험은 1100개 이상 진행 중이다. 정말 놀랄 만한 숫자이다. 전세계에서 이미 5종의 항-PD(L)-1 항체가 허가를 받았다. 50여 개가 임상개발 중이고 114개의 단일 항체나 이중항체가 전임상실험 중에 있다고 한다. CAR-T 치료는, 환자의 체내 면역세포(T세포)에 암세포와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원 수용체를 장착시켜 암 환자에게 주입하는 면역세포치료법이다. 영국 암 연구소(CRI)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CAR-T 치료는 291개인데, 그중 162개가 임상 중에 있고 2개는 이미 허가를 받았다.

이런 2000여 개의 개발·임상시험 숫자는 과연 납득할 만한 숫자인지. 이런 의구심에서 아마도 '우리가 필요한 PD-1/PD-L1 항체가 몇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다. 너무 많은 임상과제를 중복성에 개의치 않고 무분별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염려하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과학적 기초연구를 근거로 성공할 가능성을 보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골드러시(Gold Rush) 때처럼 어는 곳에 있을지 모를 금덩어리를 캐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달려가는 사람들과 같다고 비꼰다. 2009년에 CTLA-4 항체 하나였던 임상연구가 2017년에는 469개의 새로운 임상연구로 확대됐고,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암 환자는 5만 2000명으로 추산된다. 과연 이 많은 임상연구에 필요한 특정 암 환자들을 제대로 모집할 수는 있는가? 환자들이 부족해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가? 여러 질문들이 계속된다. 현재 이런 상황을 JP 모건 헬스케어컨퍼런스의 한 패널은 '헐떡거린다고 해야 할지 박수를 쳐야 할지(Gasp or Clap)'라고 표현했다.

PD(L)-1 임상연구는 대부분이 작은 규모이고 하나의 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450개가 제약사 스폰서로, 655개가 비제약사 스폰서로 진행되는 것이 지금까지 있어온 다른 타겟의 임상연구와 다른 면이다. 특히, 비제약사 스폰서의 혁신적인 임상연구를 대학이 많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 다른 특징은 임상 3상이 연구자 주도이기 때문에 환자 수가 적다는 것이다. 이전의 프로토콜은 하나의 도로(임상연구)를 만들고 하나의 자동차(환자모집)가 달리고 하나의 결과를 얻고 나서 주행도로를 해체했다. 반면, 현재는 여러 주행로를 만들고 여러 차(병용 연구)가 달리도록 해 여러 다른 결과를 얻을 뿐 아니라 도로를 닫지 않고 계속 운영하는 것으로 비유한다. 이렇게 더 빠르고 연구비는 더 적게 드는 새로운 임상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한 회사가 혼자 던진 질문에 10년 동안 노력해 답을 얻는 것보다 여러 회사가 같은 시간에 여러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런 면역항암제를 단독으로 쓸 때 많게는 80%의 환자들에게서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어떤 면역 항암제가 나에게 맞는 치료제일까? 어떤 다른 치료제와 병용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치료제 투여가 면역 작용을 시작하지 않는 소위 '콜드종양(Cold Tumor)'을 어떻게 '핫 종양(Hot Tumor)'으로 바꾸느냐가 큰 숙제이다. 나에게는 PD(L)-1과 예를 들어 CD73, IDO, LAG3 중에 어느 것과 병용해야 궁합이 맞는가? 이 답을 찾기 위해 저 많은 병용제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환자를 안전지대(Safe Zone)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여러 바이오마커(Biomarker) 회사, 그리고 진단 회사의 조화(Harmonization)가 꼭 필요하다.

그러면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국내에서는 미국 소렌토와 유한양행의 합작회사인 이뮨온시아(ImmuneOncia)가 올 2월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PD-L1 항체 임상연구 허가를 받아 곧 임상 1상을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이뮨온시아의 PD-L1도 아시아 5개국 외에는 소렌토가 글로벌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앞으로 진행될 2개의 공동과제는 유한의 소유가 된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하는 PD(L)-1으로 전임상에 있는 몇몇 과제들은 너무 늦긴 했지만 그래도 PD(L)-1 면역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전략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PD(L)-1 하나씩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전임상 중인 이중항체 중 글로벌 경쟁력에 있어 최고의 조합은 어떤 조합인가를 고민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늦었더라도 국내산 면역항암제와 국내 표적항암제와의 병용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항암제 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면역항암제 주권'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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