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계와 갈등 해소하려면 저수가 문제 해결부터"

[칼럼] 이세라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식대를 비롯해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등 의학적 치료에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의 급여화 문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이세라 칼럼니스트] 정부는 '문재인 케어'라 일컫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중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를 실행하는 보건복지부는 최근 비급여의 급여화 문제에 대해 ‘의료인의 질문에 복지부가 답합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내놨다. 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 이해 당사자를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내용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견됐다. 

복지부는 우선 ‘모든 비급여가 전부 급여화되는 것인가’라는 소제목의 답변으로 ‘의학적인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만 급여화한다’라고 답했다. 복지부가 급여화하는 항목 중에 직접적으로 치료와 관련 없는 것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이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의사들이 건강보험 급여화에 불만을 가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입원환자 식대의 급여화다. 밖에서 외식을 할 때 식사비는 최소 600원에서 1만원이 보통이다. 이렇게 해야 이익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식대는 3950원이다. 식대 급여화를 의결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든, 누구든 3950원으로 한 끼 식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이 수준의 식대는 급식 봉사 수준에 불과하다. 식대 역시 필수적인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의 급여화인지도 묻고 싶다.

치료 자체라기 보다 각종 검사와 추적관찰에 필요한 자기공명영상(MRI)와 초음파 검사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논란이 되고 있는  MRI와 초음파 급여화도 치료에 꼭 필요한 비급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는 비급여 자체를 급여화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본다. 

어떤 비급여를 급여화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떠나 현실적으로 현실에서 더 큰 문제는 바로‘ 저수가’에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할 때 처음부터 저수가를 만들어 놓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형편없는 저수가를 보충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부 스스로 수십년간 저수가 문제를 지속해왔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따라서 정부가 저수가 문제를 먼저 해소하는 것이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를 위해 꼭 필요한 문제 해결 방식이라고 본다.  

정부는 ‘의료인의 질문에 복지부가 답합니다’에서 “비급여의 급여화와 연계한 적정수가 보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비급여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수가 보상이 이뤄지면 과잉보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수가를 인상하더라도 일괄 인상이 아니라 의료행위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의료계는 문재인 케어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학자도 국민도 인정하는 저수가 문제부터 정상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순서이고 순리이고 상식이다. 정부가 말하는 과잉보상이라는 해괴한 논리는 어디에서 출발한 것인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저수가 문제와 관련한 가상의 입시 문제를 내 보겠다. 

“40년 전부터 생활비에도 미치지 않는 저임금으로 노동을 해온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저임금과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외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정상적인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보다 시간외 노동에 대한  인건비가 1.5배 비싸기 때문에 비싼 시간외 노동비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시간외 노동 금지 법안을 만들고자 한다. 이 경우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경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저임금으로 발생한 시간외 노동을 금지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이유로든 시간외 노동을 금지하려한다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저임금’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세상 일에는 순서가 있다. 셔츠를 입으면서 단추 순서를 잘못 맞췄다면, 해결책은 단추를 풀어서 다시 순서를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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