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에 불안·우울로 잠 설치는 사람↑…한국인 85% 수면의 질 저하 증상 경험

[세계 수면의 날' 특별기획] 美심장협회 7~9시간 수면 권장하나 애플워치 이용 연구서 30% 가량만 권장 시간 채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수면의 날' 특별기획 

세계수면학회(World Association of Sleep Medicine, WASM)는 수면과 관련된 의료·교육·사회적인 문제를 환기시키고, 수면장애를 예방·치료함으로써 수면질환과 관련된 사회적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매년 낮과 밤이 똑같아지는 춘분 직전 금요일을 '세계 수면의 날' (World Sleep Day)로 정하고 있다. 올해 세계 수면의 날은 3월 17일이며, '수면은 건강에 필수적이다(Sleep is Essential for Health)'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세계 각지에서 관련 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세계 수면의 날에 발표된 수면건강과 수면산업의 주요 내용을 모아서 다뤄본다.  

①경제 불황에 불안·우울로 잠 설치는 사람↑…한국인 85% 수면의 질 저하 증상 경험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에 비해 불안과 우울증, 업무 관련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잠에서 깨고 있었고, 한국인의 85%는 수면의 질 저하와 관련된 증상을 겪고 있었다.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한 또다른 수면 조사에서는 권장 수면 시간만큼 자는 사람이 30%가 겨우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즈메드(ResMed)가 '수면 인식 주간(3월 12~19일)'과 '세계 수면의 날(3월 17일)'을 맞아 12개국 2만 명 이상의 응답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전 세계인 수면 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응답자의 64% 수면 양에 만족했으나 80% 이상이 수면의 질 문제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가 수면의 양에 만족한다고 답했으나, 80% 이상이 수면의 질과 관련된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증상으로는 우울증이나 짜증과 같은 기분 변화(33%), 입이 마르거나 목이 아픈 상태에서 깨어남(30%), 낮 동안 집중력 저하(30%), 과도한 주간 졸음(29%) 등을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양에 대한 만족도는 인도(84%), 멕시코(69%), 중국(66%) 응답자에서 가장 높은 반면, 호주(47%), 일본(46%), 영국(45%) 응답자에서 가장 낮았다. 수면의 질과 관련된 수면 장애 증상을 한 가지 이상 경험한 응답자 비율은 멕시코(87%), 프랑스(87%), 한국(85%)이 가장 높았고, 일본(60%)이 가장 낮았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대다수가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증상으로 잠에서 깬다고 답했으나, 응답자의 3분의 1(33%)은 수면 관련 질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수면 무호흡증 검사를 받거나 다른 수면 질환에 대한 의학적 도움을 받은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불안·우울증(33%)과 업무 관련 걱정(33%)이 꼽혔다. 이는 2022년 비슷한 질문을 했을 때(각각 29%와 22%)에 비해 증가한 수치다. 지난 1년 동안 수면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사람 중 약 3분의 1은 재정적 압박(32%)이 수면의 질 저하를 초래했다고 답했다.

레즈메드 최고의학책임자인 카를로스 누네즈(Carlos M. Nunez) 박사는 "수면을 우선시하는 것은 건강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수면 부족은 당뇨병과 비만, 심장병,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따"면서 "수면 습관에 대해 의료진과 솔직하게 논의하고,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더 심각한 건강 문제나 수면 장애를 나타낼 수 있는 수면 부족 패턴이나 증상을 겪고 있다면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장 수면 시간은 7시간이나 웨어러블 기기 측정 평균은 6시간 27분 불과

웨어러블 기기 사용이 늘면서 30대의 절반 가까이는 수면을 기록하고 있다. 레즈메드 조사에서 밀레니얼 세대(27~42세)의 43%가 수면 트래커를 사용해 수면 패턴과 수면의 질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이는 Z세대(18~26세) 35%, X세대(43~58세) 28%, 베이비 부머 세대(58~77세) 15%, 침묵의 세대(78~95세) 7%보다 높은 수치다.

이처럼 수면 기록이 늘면서 수면 측정기를 이용한 연구도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애플 심장 및 운동 연구팀이 미국심장협회의 심혈관 건강을 위한 삶의 필수 8가지 중 수면에 초점을 맞춘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애플 심장 및 운동 연구(Apple Heart and Movement Study)'는 애플 워치의 건강 및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체 활동과 심장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연구로, 애플(Apple)이 지원하고 미국심장협회와 미국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이 공동으로 수행한다.

미국심장협회(AHA)는 지난해 심혈관 건강 체크리스트를 업데이트 하면서 최적의 심혈관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에 수면을 추가한 발표했다. AHA는 심혈관 건강을 위해 성인은 매일 7~9시간, 연령에 따라 어린이는 더 많은 수면을 취할 것을 제안했다.

연구팀은 이 권장사항과 비교해 참가자들이 어떻게 수면을 취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2022년 2월 1일부터 같은해 6월 1일까지 4개월 동안 애플 워치로 수집한 수면 측정값을 검토했다. 참가자의 49.4%가 최소 하룻밤 이상의 수면 데이터를 공유했고, 공유된 수면 데이터 건수는 총 290만 건이 넘었다. 여기서 '밤'은 수면이 시작된 시간과 관계없이 기록된 수면 시간을 의미한다.
 
사진: 애플 심장 및 운동 연구 참가자의 평균 수면 시간과 시간별 참가자 비율(자료=애플 심장 및 운동 연구 홈페이지).

최소 10일 이상 수면 데이터를 공유한 참가자(총 4만24555명)의 개인당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27분이었다. 하루 권장 수면 시간인 7시간을 채운 참가자는 31.2%에 불과했다. 주별 평균 수면 시간이 7시간 이상인 참가지 비율은 워싱턴주가 38.3%로 가장 높았고, 하와이가 24.2%로 가장 낮았다.

연구팀은 "주마다 수면 패턴의 차이는 위도, 문화적 차이, 연령, 고용 상태, 직업 유형(예: 교대 근무자 vs 농장 근무자) 등 인구통계학적 차이 및 기타 여러 요인과 관련있을 수 있다"면서 "주별 차이에도 모든 주에서 거주자의 40% 미만이 미국심장협회 권장 수면 시간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총 수면 시간뿐 아니라 하루 수면 시간의 변동과 수면 및 기상 시간의 변동성 등 수면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참가자들의 주말과 평일 수면 시작 시간 차이를 살폈다. 그 결과 평일에는 66.4%가 오전 12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지만, 주말에는 이 수치가 56.6%로 떨어져, 사람들이 주말에 더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추적하고 공유하는 참가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수면 패턴이 전반적인 건강 지표와 장기적인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살피고 있다.

연구팀은 "최근 하버드대에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 패턴의 변동성이 높은 사람은 체질량지수(BMI)가 높고, 전체 수면 시간이 짧으며, 수면 중 심박수가 높고, 우울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애플 연구는 유사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실제(real-world) 환경에서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됐다. 초기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결과를 더 광범위한 맥락에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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