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 민간투자 확대 여건 만들어야"

서울 바이오의료 컨퍼런스, 6개 창업사례 소개

사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용근 교수가 토모큐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바이오 의료 분야에서 정부 R&D 지원금을 늘리기보다 많은 민간 자금이 적절하게 투자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서울 바이오의료 국제 컨퍼런스에서 대학의 기술사업화 우수 사례 3건과 병원의 창업 및 보육사례 3건이 소개됐다.

대학 기술사업화 우수 사례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용근 교수가 창업한 토모큐브,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김건호 교수의 리센스메디컬, 서울대 생명과학부 허원기 교수의 기초연구를 바탕으로 설립된 GPCP가 꼽혔다.

토모큐브는 생체 세포와 조직의 3차원 비표지 영상 측정을 위한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바탕으로 2015년 설립됐다. 현재 2세대 현미경까지 출시했고, 향후 인공지능과 연결해 데이터 기반 진단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것이 다음 목표다.

박용근 교수는 카이스트 창업진흥원 도움을 받아 창업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며 "교직원이나 학생이 창업하게 되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사업 개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대학교는 특허 관리에만 치중해 사업화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창업원은 직접 창업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조언을 해줘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교직원이나 학생이 창업을 하면 사업 계획을 어떻게 짜는지 별도의 비용을 받지 않고 컨설팅을 지원하며, 사업화 전단계에서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해외 전시회에 참여할 때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연구의 목표가 논문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문화는 빨리 바뀔 필요가 있다"면서 "창업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교직원과 학생들이 더 많이 창업에 뛰어들고 전체 파이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이면서 유리체내주사시술법(IVT)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의료기기회사를 설립한 김건호 교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리센스메디컬이 개발한 급송냉각마취는 IVT 시술에서 절 반이상 차지하는 3~5분 마취 발현 시간을 20초내로 단축시켰고,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마취과정을 통해 환자 만족도를 개선했다.

김 교수는 열을 어떻게 하면 세포나 유기물질 내에서 잘 컨트롤할 수 있는지 연구하다 급속정밀 냉각만으로 기존 화학적 마취제보다 수십배 빠른 속도로 마취 발현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바이오 분야에서는 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보고 지적 호기심에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이후 네트워크를 통해 망막질환 치료에서 미충족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IVT를 1분으로 단축할 수 있는 혁신적 IVT 솔루션 사업을 전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GPCR은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로 학내 기술이 스타트업으로 건너가 학교와 스타트업이 시너지 효과를 낸 좋은 사례로 소개됐다.

GPCR 신동승 대표는 "창업의 가장 큰 허들은 회사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는 점으로 성공사례가 누적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 것"이라면서 "창업해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 고대구로병원 임채승 교수가 고대구로병원 창업 지원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이어진 세션에서는 병원의 창업 및 보육사례로 고대구로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사례가 공유됐다.

고대구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임채승 교수는 "의료인들은 질병 정보와 치료 경험을 기반으로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바이오 헬스케어산업의 개발과 응용분야 선정에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의료인 창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병원 내 창업보육센터 설립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산업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클러스터와의 협력이 있어야 아이디어 실현을 위한 손과 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대구로병원은 구로디지털단지와 인접해있다는 지역적 이점을 바탕으로 단지에 있는 의료 관련 회사 300여개와 G밸리 IT융합 메디컬이라는 미니 클러스터를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대학원제도를 만들어 인재 공급 시스템도 구축했다.

고대구로병원에서 창업한 회사는 현재 5개다. 임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젠텍에서는 진단시약과 기기를 만들고 있고, 골절 초음파 치료제를 개발하는 오소힐,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셀버틱스, 압타머(aptamer)에 항암제를 붙이는 테라켄, 출산 후 출혈을 막는 기기를 만드는 메디텍 등이다.

임 교수는 "창업을 하면 임대료, 직원 인건비, 기술이전 비용, 시작품 제작비 등 초기부터 자금이 많이 소요된다"면서 "벤처캐피탈과 연결해 실제 자금을 투자받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초기 창업자를 위한 여러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아산생명과학연구소에서 병원 중심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데, 크게 조직 내 지적 재산실과 사업화 지원실로 나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진동훈 교수는 웰마커바이오(WM바이오)를 창업해 현재 항암제와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있다. 병원 중심 연구라는 강점을 살려 임상에서의 니즈나 신규 타깃을 가져와 연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진 교수는 "소분자 화합물인 대장암 치료제와 항체 면역 항암제인 폐암 치료제 모두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을 위해 계약 중"이라면서 "초기 후보만 가지고 있어 어느 정도 진행된 후보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 바이오텍 두 곳과 컨택 중"이라고 밝혔다.

연세의대 정재호 연구부학장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2010년 노보믹스가 가장 먼저 창업됐고, 창업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교원 창업 규정을 개정했다"며 "2014년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을 하면서 잠재력이 축적돼 2016년 7개, 2017년 2개 회사가 창업됐다"고 소개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창업 기업 육성 철학은 '정밀의료 미충족 수요는 무엇인가'와 '진료 표준을 변경할 수 있는가'다. 여기서 표준은 의학적으로는 학문적 수월성에 대한 인증을, 산업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업적 가치를 위해 필요한지를 판단한다.

노보믹스는 질병 특이적이고 치료 반응에 대한 균질한 특성을 갖고 있는 환자를 나눠 각 카테고리에 맞게 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들어 위암의 경우 어떤 환자는 유전학적 특성 자체가 근치적 절제만으로도 효과를 보이지만 어떤 환자는 수술과 함께 항암치료가 필요하고, 또 어떤 환자는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정 부학장은 "4개 유전자 발현 양으로 면역아형, 줄기세포아형, 상피세포아형별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세 가지 아형으로 치료에 반응이 없는 3기 위암 면역아형에서는 1기와 마찬가지로 항암치료를 하지 않는 등 글로벌 표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선경 이사장은 "국가 R&D 자금은 현재 수준에서 쓸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다 끌어와 쓰고 있어 추가로 늘진 않는다"면서 정부 투자금의 적절한 배치를 주문했다.

선 이사장은 "정부의 R&D 투자가 지나치게 성과를 내는 것이 문제"라면서 "민간 자금이 많은 만큼 민간 투자가 적절하게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고, 정부 R&D는 일명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펀딩 갭(funding gap)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도영 기자 ([email protected])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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