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 렉라자·한미 롤론티스·대웅 나보타 선진시장 경쟁력 충분 '블록버스터' 눈앞

묵현상 KDDF단장 "나보타 민사 패소…소송전 아닌 메디톡스 합병 등 다양한 방안 모색해야"

사진 =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묵현상 단장.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아직까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지 못했고 다국적 제약사로의 도약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매출 1조원 넘는 상위 제약사들은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중견·중소기업들은 제네릭을 통한 수익으로 개량신약, 복합신약 등의 개발을 통해 파머징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가신약개발재단(KDDF) 묵현상 단장은 최근 제약업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특허연계제도 교육 자리에서 이 같은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을 밝혔다.

우선 묵 단장은 제약바이오업계 플레이어를 크게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제약사와 ▲매출 2000억원이 넘는 25개정도의 중견제약사, ▲매출 1000억원~100억원 정도의 350여개 중소제약기업 ▲상장 바이오벤처, ▲비상장 바이오벤처, ▲학내벤처와 연구소기업, 인큐베이션기업 등 6개로 나누고, 규모별 글로벌 진출 전략모델을 제시했다.

유한양행 렉라자 등 '블록버스터 신약' 가능성 높은 제품은 미국·유럽 공략

이중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들은 '선진시장 진출 모델'을 제안했다. 

묵 단장은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R&D 파이프라인이 탄탄한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국내 상위제약사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으로 가야 한다"며 "이들 국가의 허가·관리가 어렵지만, 해당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글로벌 국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묵 단장은 "영업이익률을 최소 20~30% 낼 수 있다. 화이자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해도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하며, 코로나 mRNA 백신은 60%가 넘는다"면서 "미국, 유럽 등의 약가와 환자 수 등이 내수 시장과는 현격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키트루다를 예로 들면서 국내는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않아도 약값이 6000만원이고 환자부담은 200만원인데, 미국은 우리보다 2~3배 이상 비싼 가격을 책정한 동시에 환자 수도 훨씬 많다고 전했다. 그는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즉 같은 약을 개발해도 매출이 달라질 수밖에 없고,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공해 글로벌 빅파마로의 도약도 가능해진다"면서 "선진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면 글로벌 기업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유한양행이 개발한 경구용 폐암신약 렉라자 정도 글로벌 임상을 통해 1차치료제 적응증을 받고 미국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진시장 진출시 자체 영업망을 꾸리기는 쉽지 않다. 처방 의사만 45만명이며 넓은 영토로 물리적 접근성도 매우 떨어진다"면서 "파트너사나 합작회사 등의 방안을 통해 영업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실제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당뇨병 치료제의 미국 시장 진출시 일라이릴리에 판권을 넘겼다. 다케다는 전립선암치료제와 위식도역류질환치료제의 FDA 허가 후 당시 진단키트회사였던 애보트와 합작 투자를 통해 미국시장 장악에 성공했고 두 회사 모두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단 전제조건은 제대로된 신약이라며, 이것만 있으면 우리 기업들도 약 하나만으로 충분히 1조원 매출을 올릴 수 있으며 글로벌 TOP30위 기준인 연매출 7조원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가능성 있는 약물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한미약품 롤론티스, 대웅제약 나보타 등을 제시하면서, 그는 "폐암 경구용치료제를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17개국에서 3상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가 매우 잘 나왔기 때문에 기대해볼만 하다. 또한 항암치료 중 가장 큰 부작용인 호중구감소증을 치료하는 한미의 롤론티스도 성공적으로 허가를 받고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높은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제제인 나보타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FDA 허가를 받았고 순조로운 판매가 이어지고 있으나, 최근 메디톡스와의 분쟁으로 인해 앞으로의 매출 개선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형사소송은 이겼으나 민사소송에서 메톡의 손을 들어주면서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송전으로 인한 막대한 비용과 패소시 안게 될 수수료 부담 등을 고려할 때 공개매수를 통한 인수합병 등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빠르게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은 '파머징' 마켓 노려라…'테바' 모델 벤치마킹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은 개량신약 기반으로 파머징 마켓을 노릴 것을 제안했다.

선진시장진출이 가능한 매출 1조원대 기업들과 달리 중외제약,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등은 매출이 5000억원 정도로, R&D에는 500억~700억원 정도를 쓰고 있다. 그는 "이 정도 규모로는 글로벌 임상이 어렵다. 실패 가능성도 높고 수천억원 규모의 비용이 필요한만큼, 국가신약개발재단이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들을 선별해 R&D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령, 한독, 제일약품 등 중견제약사나 350여개의 중소제약사들은 개량신약이나 API(원료의약품), DDS(약물방출지연)기술 등을 토대로, 선진시장이 아닌 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파머징 마켓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 국가에 진출하려면 유통망이 중요한데, 비슷한 기업간에 공동출자를 해서 합작회사나 조인트벤처 등을 만든 후 판매에 따른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표적인 예로 테바를 들었다. 테바는 한국에 진출시 한독과 공동출자를 통해 한독테바로 들어온 후 한독의 유통망을 활용 중이다. 해외진출시 절대 단독으로 가지 않는다. 일본은 다케다와 합작해 진출했고 미국도 단독으로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고 공동출자 방식으로 진출했다.

또한 중동의 경우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많고, 심장병, 신부전도 많은데 인허가 절차가 어렵고 언어·문화적 장벽도 높기 때문에 진흥원 TF팀 등의 컨설팅을 받아 유럽 의약품관리청(EMA) 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우회진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편 벤처사들은 레고켐바이오, 알테오젠 등과 같이 플랫폼 기반의 연속적 라이센싱 모델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위탁생산(CMO), 바이오시밀러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위탁생산개발(CDMO), 신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장 CMO 수요가 넘쳐 삼바가 연 3조원의 매출을 달성한 동시에 영업이익률이 15%에 이르렀지만, 중국, 인도 등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CMO 회사들이 들어서는 만큼 수년안에 충분히 추격당할 수 있다"면서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CDMO로 가야 하며, 공동개발을 통해 성공시 이익을 분할하는 모델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로 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20%에 달하지만, 동등성을 인정받는 노력과 비용, 리스크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셀트리온 역시 미래방향은 신약을 통해 지속적인 이익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각 회사별 특성을 고려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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