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 산자부 기술보고서 통해 "제형 개선 개발에 주력하고 차별화된 기술력 갖춰야…국가별 마케팅 전략 수립도 중요"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바이오베터(개량생물의약품)'가 레드오션으로 치닫는 바이오시밀러 경쟁 속에서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동시에 높은 시장 성장세도 예측되면서 많은 국내 기업들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산업통상자원부의 바이오베터 시장 및 기술개발 동향 3차년도 시장기술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제형 개선 개발과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 타겟 국가별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토대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오베터는 기 허가된 오리지널 생물의약품과 비교 시 안전성, 유효성 또는 유용성(투여편이성) 면에서 보다 낫거나(better) 우수한(Superior) 의약품이다.
기 허가된 의약품 타겟과 동일한 타겟 혹은 동일한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면서 화학적, 분자적 수식 혹은 DDS 기술 등 공학기술이 적용돼 안전성, 유효성 또는 편의성 개선을 목적으로 한 의약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바이오베터의 연구 프로세스는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질환 관련 타겟 단백질과 타겟에 결합하는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Drug discovery stage)다. 2단계는 후보물질의 파일럿 생산과 동물에서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는 생산공정인 비임상 연구 단계(Drug development stage), 3단계는 의약품 임상시험과 같이 사람에서의 후보물질 안전성·유효성 평가와 상용화 생산이 진행되는 임상시험·제품제조 단계(Drug commercialization stage)다.
바이오베터 시장은 2021년 422억4000만달러에서 연평균 8.1%로 성장해 20’29년에는 78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오리지널 원료물질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가 불가능한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20년간 독자적인 특허 인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만료와 관계없이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또한 오리지널 대비 복용 편의성, 투약 횟수 감소 등으로 2~3배 높은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어 시장성이 높다. 다만 오리지널의 70% 수준의 가격 형성만 가능하다.
바이오베터 시장 점유율을 기술별로 나눠보면, 지난 2021년도 기준 이중항체(Bispecific antibodies)가 35.5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중항체 기술은 각기 다른 특이성을 가진 두 가지 항체를 결합해 두 가지의 구분된 항원을 동시에 인식하도록 만든 기술로, 조합과 구조를 설계하는 방식에 따라 치료대상 범위를 확대하거나 치료효과를 높이고 생체조직 침투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이중항체 기술을 접목한 바이오베터 시장은 150억 달러로, 연평균 8.7%로 성장해 오는 2029년 290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항체생산의 어려움, 낮은 임상 효과, 부작용 등으로 인해 실용화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면역효능 세포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항체를 생산하는 항체 공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중항체 기술개발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페길레이션(PEGylation, 20.39%), 당사슬공학(Glycoengineering, 11.21%), Fc 공학(Fc engineering, 9.06%), 항체 조각(Antibody fragment, 8.00%), 항체약물중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 6.95%), 융합단백질(Fusion Protein, 5.09%), 바이오 전구약물(Bio Prodrug, 3.79%) 등의 기술이 그 뒤를 이었다.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인 시장은 페길레이션 기술이 접목된 바이오베터 시장은 86억1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8.4%로 성장해 2029년 163억3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PEG는 비면역원성의 특징을 가져 단백질 표면에서 항체가 인식하는 항원결정(epitope)을 가리고, 투여된 단백질이 발현하는 면역원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외에도 친수성 성질로 수용액 중에서 용해도가 증가되는 장점이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기술개발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진행된 기술이며, 국내에서도 상용화까지 개발이 진행돼 일정 부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제약협회는 "다국적사인 암젠, 바이오젠, 로슈 외에도 국내 기업인 GC녹십자, 디앤디파마텍, 한국코러스, 선바이오 등에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녹십자는 자체개발 2세대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뉴라펙을 개발했다. 이는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사용해 G-CSF 수용체와의 결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부위인 글리신(glycine) 136과 알라닌(alanine)137사이에 시스테인(cysteine)을 삽입하고, 자유시스테인18을세린(serine)으로 치환해 글리신136과 알라닌137 사이의 시스테인에만 효율적으로 페길화시킬 수 있도록 고안된 G-CSF변형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코러스는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PEG-G-CSF, 지속형 빈혈치료제인 PEG-적혈구생성인자(Erythropoietin,EPO) 등을 개발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미국 자회사인 뉴랄리(Neuraly)에서 파킨슨병 치료제인 NLY01를 개발 중이며, 이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활성제(agonist)의 C-터미널 말단에 시스테인(Cys)을 추가한 후, 페길레이션기술을 적용해 반감기를 늘린 형태"라면서 "선바이오는 페길레이션 기반기술을 이용해 기존에 개발된 바이오베터 PEG-filgrastim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으며, PEG-EPO와 PEG-uricase와 같은 기 개발된 바이오베터의 시밀러제품도 비임상단계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당사슬공학은 종근당의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고형암의 화학요법에 의한 빈혈치료제인 네스벨(Nesbell)이 대표적이며, 이는 바이오베터 다베포에틴알파(Darbepoetin-α)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로 기존의 EPO 당단백질 구조에 2개의 N-당사슬을 추가해 체내 반감기를 늘렸다.
동아에스티(동아ST)도 네스프 바이오시밀러인 만성 신부전 환자의 빈혈·고형암의 화학요법에 의한 빈혈치료제 DA-3880를 개발했고, 최근 폴리파마(Polifarm, 튀르키예)와 독점적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융합단백질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중증호중구감소증 예방·치료제 롤론티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랩스커버리(Long Acting Protein/Peptide Discovery Platform Technology, LABSCOVERY) 플랫폼 기술을 적용했으며, 랩스커버리는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 투여량을 감소시켜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을 개선해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기반 기술이다.
ADC 기술은 선진국 대비 75% 정도 수준이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트라스투주맙에 자사의 링커기술을 부착한 ADC 유방암 치료제 LCB14(성분명 HER2-MMAF)를 개발했고, 지난 2021년 12월 익수다테라퓨틱스와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은 ADC 플랫폼 기술인 넥스맵(NexMab)으로 유방암 및 위암 치료제 ALT-P7(HM2-MMAE), 난소암 치료제 ALT-Q5 등의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에 있다.
한편 적응증별로 바이오베터 시장을 나누면 2021년 시장점유율 1위는 암(Cancer)으로 41.91%를 차지했다. 이어 당뇨병(Diabetes) 28.85%, 신장 질환(RenalDisease) 8.95%, 퇴행성신경질환(NeurodegenerativeDisease) 6.68%, 유전 질환(GeneticDisorders) 5.57% 순이다.
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바이오베터 시장은 현재 177억 달러에서 연평균 8.5%로 성장해 2029년에는 337억4000만 달러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뇨병도 121억8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8.2%씩 성장해 2029년 227억5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제약협회 측은 "국내 바이오베터 개발은 제형 개선 개발을 기반으로 하되, 최종 목적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을 갖춘 오리지널과 경쟁 가능하도록 효능 개선 개발을 장기적으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바이오베터 개발 초기 단계에서 특허가 만료되는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에 중점을 둘 것인지, 혹은 희귀질환 같은 니치마켓을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장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은 제품 성공 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바이오베터는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바이오시밀러와 동종 바이오베터 품목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차별화된 기술력'이 필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타깃 국가에 따른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규모는 주요국 대비 작고 성장 단계에 있는 상황으로, 글로벌시장으로의 진출이 필수기 때문.
제약협회 측은 "다국적 제약사의 경우 기술력과 제품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의 M&A를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M&A를 통한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며 "마케팅역량을갖춘 제약사와 제휴를 맺거나, 전문 연구개발 기관과의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을 접목시킨 의약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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