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환자를 처음으로 발견한 곳은 삼성서울병원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환자의 바레인 여행력을 바탕으로 메르스를 의심하고 즉시 응급실 내 음압 병실로 격리했으며, 검체 채취를 통해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검사를 의뢰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발생 10개국에 바레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사를 거절했지만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끈질긴 설득 끝에 검사가 접수됐다.
이후 병원은 의심 환자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던 환자 285명과 의료진 등 직원 193명을 확인하고 질병관리본부와 협조 하에 메르스 노출 가능성 통보 및 격리 조치를 취했다. 지금 코로나 사태에서 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즉각적이고 적절한 대처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2015년 5월 삼성서울병원이 밀접 접촉자 명단을 일부러 늦게 제출했다며 업무정지와 과징금을 부과하고 병원이 입은 607억원의 손실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이 반발해 소송에 돌입했고, 법원은 1·2심에서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보건복지부의 항소로 대법원까지 올라간 상태다.
메르스 이후 5년의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어떤 기억이 남게 됐을까. 적절한 대처로 확진자를 발견하고 어마어마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감염병에 뛰어든 병원이 됐을까, 병을 전파하고 사태를 악화시킨 주범으로 내몰렸을까.
답은 아마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2020년 3월 20일, 단 하루만에 3건의 ‘병원 탓’이 발생했다. 17세 원인 불명 폐렴 사망자의 검사 결과를 두고 병원 검사실의 오염 책임을 물어 대구에서 수천 명을 검사하고 치료한 지역 최고의 대형병원 검사실이 문을 닫았다. 또한 보건당국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 발생 시 병원에 구상권 청구로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마지막으로 경기도는 집단 감염이 발생한 분당제생병원에 ‘접촉자 명단 누락’으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5년 전과 완전히 똑같은 수법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누구보다 위험한 것은 의료진과 병원이다. 하지만 수많은 의료진과 병원들이 공포에 맞서 자발적으로 이 사태의 현장에 뛰어 들었다. 그들이 대단한 포상이나 감사를 원하기를 하나. 그들이 병원 감염을 방치하거나 일부러 퍼뜨릴 가능성이 있나.
그들에게 감사와 응원의 말은 해주지 못할지언정, 책임을 뒤집어 씌워 희생양을 만들지는 말자. 비열한 역사는 이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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