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다녀간 의료기관, 자발적으로 문 닫거나 임시 직원 구해 운영하라니...정부가 책임지고 손실 보상하라"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88화. 코로나19로 임시 폐쇄한 의료기관,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결국 지역사회 감염이 퍼지며 유행병(pandemic) 상태로 진입했다. 방역망이 뚫린 대구는 지역 중추 의료기관 5개 응급실 모두 폐쇄됐다가 일부 재개됐다.

하지만 응급실을 닫는다고 응급 환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지역 응급의료가 마비 상태로 접어 들었으므로 1,2차 의료기관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역 내 모든 의료진들이 지역 의료에 투입돼야 할 때다. 그리고 이들이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게 정부가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들에게는 지난 2015년 메르스 당시의 악몽이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확진 환자들이 방문해 임시 폐쇄를 했던 의료기관들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호소했지만 실제 복지부가 내놓은 지원금액은 1781억원에 그쳤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의 중심에 있던 삼성서울병원은 과징금까지 부과 받았다.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했던 의료기관이 임시 폐쇄를 하게 될 경우 보건당국으로부터 ‘폐쇄 명령’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폐쇄 명령을 했으므로 그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책임진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8일 언론 기사에 따르면, 29번 확진자가 8차례나 방문했던 의료기관이 보건소 측에 ‘폐쇄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보건소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심지어 임시 직원을 구하면 운영이 가능하다는 답변까지 내놓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부가 '말로만' 의료기관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해 놓고 실제로는 보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불안이 나오고 있다. 

의료진들은 코로나19 환자를 피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정부가 어정쩡한 자세로 자꾸 의료계에 의구심을 갖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병원들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란다. 정부와 모든 의료진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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