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근거 없는 한방 첩약 급여화 강행
정부가 수많은 우려를 무시하고 한방 첩약 급여화의 시범사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약이 개발되고 임상시험과 수많은 연구를 통해 특정 질환에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면 정부는 약값의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한다. 이것을 보험급여라고 한다.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인 세금을 집행하는 문제기 때문에,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그러므로 보험 급여가 지원된다는 것은 정부가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부의 기준은 무척 까다롭다. 이에 몇 개 되지도 않는 치매약 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네페질도 수많은 검증된 논문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논문에서 논란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급여 기준에서 탈락했다. 유방암 절제술인 맘모톰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는데 20년이 걸렸다.
현재 외국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많은 신약들이 정부의 허가를 받지 못해 환자들이 약을 구하기 위해 직접 외국으로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정부는 시범사업을 거쳐 한방 첩약 급여화를 진행하기로 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대체 어떤 근거로 이것을 시행하는지 찾아보았지만, 전통 의학을 살려야 한다는 정치적 명분 외에 아무 과학적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한방 첩약의 임상시험도, 안전성 검증도, 효과 입증도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 것을 살려야 한다, 활성화해야 한다, 오래 써왔으니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등의 허울 좋은 말들만 가득했다.
정부가 국민들 돈으로 국민들에게 보약을 한 첩씩 먹이고 생색을 내려하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되지 않는다. 제발 누가 나를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해줘서 이 괴로움에서 끄집어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동차의 에어백은 승객의 안전을 담당한다. 그런데 에어백의 성능을 검사는 검사하는 기준이 국산과 외국산, 아니 현대의 에어백과 조선시대의 볏짚더미가 다르다면 납득할 수 있을까. 볏짚더미가 현대의 에어백과 같은 기준의 검사와 검증을 통과한다면 물론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비과학적, 정치적 명분이 개입돼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볏짚 장사꾼들에게는 특혜가 되고 승객들의 목숨은 명분과 맞바꾸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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