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섣불리 '코로나19 종식' 꺼내자마자 대규모 확진..."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91화. 응급실 금기어 '화이트 베드' 

병원 응급실에는 ‘화이트 베드’라는 용어가 있다. 

응급실에 환자가 한명도 없어서 전체 병상이 비어 침대가 하얗게 보인다는 뜻인데, 이 용어는 응급실에서 절대 입 밖으로 꺼내서는 안 되는 금기어다. ‘화이트베드’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환자들이 몰아닥친다는 미신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웃고 넘길 미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의료계에서 섣불리 방심을 하면 안된다는 의미의 용어로도 통한다. 

지난 2월 14일 정부는 ‘코로나19가 곧 종식될 것이다. 집단 활동과 일상 생활을 정상적으로 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확히 4일 뒤, 대구에서 병원과 특정 종교를 중심으로 대규모 확진자 급증 사태가 발생했다. 

확진자 수 증가가 주춤해지기 시작한 지난 8일 무렵, 여권과 정부가 또 앞 다퉈 코로나 사태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자화자찬식의 말들을 쏟아냈다. 그리고 곧바로 구로구의 콜센터와 교회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다.

응급실에서의 화이트 베드는 단순히 미신일 뿐이지만, 정부가 국민들에게 낙관론을 말하는 것은 미신으로 끝나지 않는다. 방심한 정부의 사인을 믿는 시민들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이다. 예비부부는 결혼식을 할 것이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장례식을 할 것이며, 종교단체들은 대규모 집단 종교 활동을 ‘일상으로’ 할 것이다. 그럼 잠잠해질 수 있었던 사태가 다시 커질 수 있다. 섣부른 설레발이 수습되어 가던 일을 망칠 수 있다.

정부의 설레발을 보는 의료계는 응급실에서 화이트베드를 말하는 학생을 보는 것처럼 불안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증가폭이 줄고 있는 것이지, 환자 수가 감소한 것이 아니다. 여전히 환자는 늘고 있다. 자화자찬은 모든 일이 다 끝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어제 응급실은 화이트 베드였어.’ 

화이트 베드는 응급실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가 끝나고 집에 와서 해야 한다. 정부의 성숙하고 신중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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