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구체적 언급 삼가던 대통령실까지 수위 높은 비판…16일 거부권 행사 사실상 확정

17일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취소 가능성 보여…간협은 15일 단체행동 최종 설문 결과 공개 예정

당정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개최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간호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수용되는 수순을 밟게됐다. 당정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개최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공식적으로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관련기사=당정, 간호법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하기로]

구체적 언급 삼가던 정부·대통령실 입모아 '간호법 비판' 눈길

그동안 여당은 줄곧 거부권 행사 건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이날 회의에선 그동안 간호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왔던 정부와 대통령실이 입을 모아 간호법을 비판하며 거부권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을 모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간호법으로 인해 보건의료계 갈등과 혼란이 격화되고 있다"고 언급했고 심지어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간호법이 이해관계에 따라 힘의 논리에 의해 일방적인 이익만 반영하고 있다"고 강한 어조를 내기도 했다.

이날 당정이 간호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이유를 정리하면 크게 3가지다. 

우선 ▲보건의료인간 갈등이 조장돼 협업 시스템이 저해되고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간호사만 별도의 법이 생기면 의료법 체계가 흔들릴 수 있으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차별이 조장될 수 있다는 게 명분이다.  

다만 당정은 거부권이 행사되는 대신, 별도 법률적 근거 없이 간호사 처우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정책으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당정·대통령실까지 공감대…거부권 정해진 수순, G7 일정 '16일' 사실상 확정

이날 회의에서 당정과 더불어 대통령실까지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명확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향후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인다. 

시기는 16일 국무회의 혹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 상황에 따라 19일 임시 국무회의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후문도 있어 왔지만 16일로 사실상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 등에 따르면 19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 히로시마로 떠나야 하는 만큼, 16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한 사전 준비격으로 고위당정협의회를 14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법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에 보건복지의료연대는 환영하는 눈치다. 자연스럽게 17일로 예정된 보건의료계 연대 총파업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의료연대 관계자는 "확실한 것은 16일 국무회의를 봐야겠지만 아마도 총파업 취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자세한 내용은 16일 국무회의 이후 대표자회의에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고위당정협의회 회의 모습.

비대위, 의사면허취소법 제외 못내 아쉬워…간협은 15일 단체행동 설문 최종결과 공개

반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이 거부권 행사 목록에서 빠지면서 못내 아쉬운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민주당의 무리한 입법 폭주의 결과인 간호법에 대해 대통령 재의요구권 건의를 의결한 당정 협의 결과를 환영한다"면서도 "간호법만큼이나 보건의료 시스템에 악영향을 끼칠 면허박탈법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유감이지만 면허박탈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의 정의로운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간호협회와 민주당은 수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특히 간협은 15일 단체행동 설문조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설문 중간 집계 결과, 7만5239명이 조사에 참여해 98.4%가 '적극적인 단체행동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다만 간협은 파업 등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구체적인 단체행동 내용은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14일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정부 여당은 정권을 잡기 전엔 간호사들을 추켜세우더니 약속을 지키라 하자 이젠 본인들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간호사로 몰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간호법은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입을 싹 닫고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 돌아섰다"며 "본인들이 발의하고 약속한 법마저 막으려는 여당의 모순적인 태도를 보면서 국민이 어떻게 정부와 여당의 말을 신뢰하고 기대하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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