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당뇨병은 혈액 속에 포도당의 양이 높은 고혈당증과 분리하기 어려울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환자들과 전문가들은 당뇨병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혈당량을 줄이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지킨다. 최근 수십년간 대사질환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당뇨병은 비만, 대사성 염증, 소소한 전신염증, 장내세균총의 불균형, 소화관의 안쪽면을 덮고 있는 상피세포층의 기능약화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위 그림 참조). 당뇨병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수록 병의 원인을 찾기 어려운 이유다. 혈당을 낮추는 증상치료법 외에 더 효과적이고 근원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 분야의 연구결과를 정리했다.
당뇨병과 비만은 생물체인 사람 수준에서 보면 서구화된 식단 및 생활습관과 연관성이 깊다. 이 질병들은 먹은 것보다 에너지를 생활하는데 더 많이 사용하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 수준에서 이 질병들의 원인을 본다면 일반적으로 소화관 상피세포층의 기능손상이 선행된다. 소화관의 상피세포들은 한 층으로 된 조직으로서 소화관 내부를 촘촘히 덮고 있으며 세포들은 빈틈이 없이 서로 연결돼 있다. 이 연결고리들이 손상돼 느슨해 지면 소화관 안에 있던 독소들이 사람의 조직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포도당의 양을 원활하게 조절하지 못해 혈당량이 높아지는 대사질환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사람의 소화관속에는 약 1000종류로 구성된 1조 마리 이상의 박테리아들이 살고 있다. 이는 한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수보다 많다. 이들이 소화관안에서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데, 사람의 장내에 있는 ①항생물질 보호막 ②물리적 보호막 ③면역보호막으로 이뤄진 세가지 보호막 덕분에 장세포와 직접 닿지 않은 상태로 유지된다.
포화지방산이 많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소화기관내에 미생물의 균형이 깨진다.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는 특정 그룹의 박테리아, 특히 병원균을 포함하고 있는 그람음성 박테리아들이 득세한다. 이들이 죽으면 박테리아 세포벽을 이루고 있는 물질인 당지질이 풀려나온다. 양이 증가된 당지질은 상피층에 있는 세포들을 지퍼처럼 빈틈없이 묶어주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못하게 해 물리적인 보호막을 약화시킨다. 이와 함께 이런 음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피세포를 손상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장내미생물 불균형 때문에 소화관의 상피세포사이에 연결이 느슨해지면 세포들 사이로 독성 물질과 심한 경우에는 박테리아들이 소화관에서 몸속으로 스며든다. 그 다음 단계는 소화관의 면역 방어막이 약해지며 소화관에서 호르몬이 분비돼 포도당 조절능력이 감소하고 비만으로 발전된다. 음식이 세균총의 균형을 무너뜨린 결과 물리적 보호막이 손상돼 면역보호막이 약해지기도 하지만 음식이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 바로 소화관의 면역 방어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한가지 더 무서운 사실은 장내에 비정상적으로 세를 늘린 나쁜 박테리아들이 사람에게 신호를 보내 자신들이 좋아하는 지방과 당의 함량이 높은 음식을 애타게 찾도록 하는 점이다. 이쯤 되면 자신의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뱃속의 박테리아가 시키는 대로 찾아서 먹게 된다. 시작할 때는 사람의 섭식형태에 따라 장내세균총의 균형이 깨졌는데 그 다음에는 균형이 깨진 세균총이 사람의 섭식습관을 간섭하게 된다.
원래 소화기관은 미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면역기능이 있다. 소화기관을 이루는 세포들이 항생물질 및 항체를 분비하여 화학물질 보호막을 만들며 장내미생물총의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한다. 그런데 소화관에 있는 물리적 면역학적 보호막의 기능이 약화되면 대사성 염증이 유발돼 비만으로 발전하게 된다.
음식에 의해 균형이 깨진 장내미생물총과 여기서 유래한 물질들이 장내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해 전신염증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전신염증은 지방저장 세포들이 지방을 더 저장하게 하는 비만으로, 비만은 인슐린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당뇨병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당뇨병이 진전되는 과정이 단계별로 정확하게 구획돼 있거나 한쪽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들이 서로 쌍방으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복잡하게 작용한다(맨 위 그림 참조). 소장이 곧바로 몸무게와 포도당 항상성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한다. 비만과 당뇨병의 원인이 되는 소장의 환경이 만들어 지는데 음식이 직접 작용할 수 도 있으며 장내세균총의 균형이 깨져서 나타날 수도 있다.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당뇨병 치료방법은 높은 혈당을 조절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당뇨병은 소화기관에 상피세포, 소화기관의 면역세포, 전신면역체계, 전신 염증현상, 높은 혈당량, 인슐린 내성 등이 어우러진 복잡한 대사질환이다. 일시적으로 혈당량을 낮춰주는 치료법만으로는 상호작용하는 당뇨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없다. 높은 혈당량은 당뇨병의 궁극적인 원인이 아니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많은 원인들 중에서 한가지일 뿐이다.
또 장내세균총의 균형이 깨지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점에 관심을 둬야 한다.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혈당량을 조절하는 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기대되는 당뇨병 치료제는 혈당량 조절 뿐 아니라, ①인슐린 내성 감소 ②대사작용 중에 나타나는 염증현상 조절 ③장내 세균총의 균형 회복 ④느슨하게 손상된 소화기 상피세포층의 틈새 강화와 같은 추가적인 기능을 수행하면 좋을 것이다.
다행히 혈당을 낮춰주는 약들 중에서 손상된 장세포벽을 수선하는 기능을 보이는 사례나 장세포벽에 염증을 막아주는 물질이 비만성 인슐린 내성을 조절하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이들이 약으로 개발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지켜볼 일이다.
전통적인 개념의 소분자 약물이나 생물학적 약물들 외에도 프로바이오틱 신약에 대한 기대도 해 볼 가치가 있다. 이미 유럽에서 사용하며 최근에 한국 시장에서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소위 고시형 프로바이오틱스들의 용도는 한정적이다. 일반인들이 쇼핑센터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들이 대부분 이런 부류다. 특정한 기능을 입증하는 과정을 거쳐 판매가 허가되는 개별인증형 프로바이오틱스의 개발이 필요하다. 새로운 치료제나 치료보조제 개발을 위해 대사성 질환에 전문적인 의사들이 임상시험에 참여하려는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 이 글은 프로바이틱스 후보에 대한 연구를 진행중인 본사에서 임상시험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관심을 보여줄 의사전문가들을 염두에 두고 쓴 글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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