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형사소송서 의사 유죄 한국 239건 vs 일본 32건, 7배 차이...필수의료 씨가 마른다

의협, 기존 의료사고특례법에 필수의료 붙여 법제화 논의…복지부 "환자 권리 보완책 있다면 충분히 검토 가능"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21일 오전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이 필수의료 강화 기조를 타고 순항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동안 논의되던 의료사고특례법을 필수의료와 접목시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제화가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도 특례법의 순기능을 인정하면 의료 이용자의 제한될 수 있는 권리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고려되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검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 의료과오 형사처벌 선진국 대비 수십배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21일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국회토론회'에서 "필수의료의 불씨를 깨뜨리는 요인은 다양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그중에도 필수의료 분야의 가장 큰 기피 원인인 고위험진료에 대한 부담과 법적분쟁에 대한 우려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필수의료과들의 경우 잦은 의료분쟁의 위험성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지원하고 싶어도 기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바람과 달리 고의나 중과실 없이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인을 기소하거나 무분별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독 의료과오의 형사처벌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수십배 높은 실정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형선 부연구위원은 "검찰청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입건송치된 의사 추이를 보면 한국은 연평균 증감율이 2.2%이지만 일본은 -8.7%"라며 "한국은 14만명 중 754.8건으로 0.5%에 달한 반면 일본은 40만7000명 중 51.5건으로 0.01%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형사재판도 우리나라는 최근 11년간 형사재판 총 건수가 354건으로 일본(최근 18년간)은 202건이지만 이중 유죄 건수는 한국이 239건, 일본은 32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미국와 영국 등 영미권의 경우도 비슷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영국은 과실의 개념과 체계 및 징벌적 손해배상 등으로 인해 형사재판 관련 중과실 치상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며 "미국도 의료행위 관련 중과실치상으로 인한 경우는 약물 과다 처방 및 사용위반의 경우다. 수술 또는 술기상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사례 제외하고 의료사고 발생시 필수의료종사자 공소권 없애야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중증·희귀·난치질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을 적용범위로 한다. 

또한 법안은 위험도 높은 수술, 응급환자에 대한 진료,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수술, 분만 과정에서 산모 및 신생아에 대한 의료행위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법안은 다른 법률과의 관계에서 우선 적용하고 필수의료를 제공받은 환자에게 사상 의료사고 발생 시 필수의료종사자에 대한 공소권을 없도록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단 환자 승낙이 없는 필수의료행위, 의학적 판단에 의하지 않은 행위, 진료기록의 위조, 변조, 중대한 사실을 은닉한 경우, 무면허 의료행위 등 경우는 특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의협 전성훈 법제이사는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수십 배 높은 의료과오의 형사처벌화 경향이 높다. 적어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 의료인의 처벌부담감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오상윤 총무이사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이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이 사건이 분수령이 됐다. 지금은 분만 취약지에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가지 않는 시대가 됐다. 12년 전부터 이런 얘기를 해왔는데 아직 해결된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구체적인 법률적 문제에 있어 조항들이 가다듬어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제기된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필수의료 영역에 법을 한정하려면 명확성이 필요하다. 필수의료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진료, 처방, 투약 등을 다 따로 나눌 필요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수술과 시술, 외과적 수술의 개념 정의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필수의료라고 볼 수 있다. 필수의료로 구분하기 보단 전체 의료행위로 확장하되, 특례 예외 조항에 무면허 의료행위, 의료법 위반, 미용 목적 의료행위 등을 명시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고 제언했다. 

한국의료법학회 장욱 총무이사도 "필수의료 범위가 너무 추상적이며 고의 중과실 형사처벌 특례 부분은 법리적으로 수용이 어려워 보인다"며 "의사에게 특혜라는 평등 원칙에 반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환자 권리 보완 대책만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박미라 의료기관정책과장은 "다른 직역과 형평성 국민 객관성 고려해서 검토해야 한다. 특례법의 순기능도 있지만 환자의 권리 구제 수단을 제한하는 방식이므로 제한을 보완할수있는 보완책도 병행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향후 구체적으로 의료사고 특례조항을 어느 범위까지로 할 것인지, 반의사불벌죄 여부, 예외 규정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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