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차관 "전공의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공익 위해 제한 가능...법적 검토 마쳤다"

“인턴·레지던트에 ‘재계약 포기금지’ 명령, 위헌 소지 없어...의협 아닌 의료계 뜻 모아 대표단 구성하면 대화 가능"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이 의료계를 향해 대표성이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박 차관은 여전히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는 굽힐 수 없다는 뜻을 강조했다.
 
27일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현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진료유지명령' 공문에 전공의 재계약 포기금지 포함…"법적 검토 마쳐 문제 없다"
 

복지부는 이날 26일 오후 7시 기준으로 99개 수련병원에 대해 점검한 결과를 공개했다. 사직서 제출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80.6%인 9909명이었으나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약 72.7%인 8939명이었다. 자료 부실 제출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1개 수련병원은 시정명령이 이뤄질 예정이다.
 
박 차관은 “어제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할 경우 지금까지의 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또한 어제인 2월 26일 자로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병원과 수련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며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과 수련의 자리로 복귀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진료유지명령 공문에 포함된 전공의 재계약 포기금지 항목이 위헌 소지가 있지 않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이미 법적 검토를 마쳤고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충분히 명령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며 “기본권은 공익이나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 범위 내에서 제한이 가능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부에 따르면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의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상급종합병원 15개소 기준 약 50% 감소했으나 모두 중등증 또는 경증환자였다.
 
평상시 상급종합병원의 환자 구성은 중증환자가 평균 55%, 중등증 또는 경증환자가 45%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 외래진료량 감소 폭이 2.5%로 미미한 점을 감안할 때 중증환자를 진료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차관은 “의료현장의 문제를 점검한 결과, 경증환자의 의료 이용에 일부 불편은 있지만 중증환자 진료 등에는 큰 차질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의대상황대책팀이 26일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의대생 휴학 현황을 파악한 결과, 휴학 신청은 1만 2527건이었다. 하지만 약 61%에 해당하는 7647건이 학생 서명 누락, 보증인 연서 미첨부, 위임 근거 없는 대리접수, 제출방식 미준수 등과 같이 형식요건을 갖추지 못한 휴학 신청이었다.
 
수업 거부가 확인된 곳은 6개 대학으로 어제 11개 대학 대비 5개 대학이 줄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이 학사일정에 따라 정상적 수업을 실시하도록 거듭 요청했고, 그럼에도 수업 거부가 이루어질 경우 학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박 차관은 전공의를 향해 “하루라도 빨리 진료 현장과 수련의 자리로 복귀해 주기 바란다. 정부는 병원의 가장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인내하며 견뎌온 전공의 여러분들의 그 시간을 깊이 공감하며 여러분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고 사람을 살리는 좋은 의사로서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과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해 핀셋 투자하고, 전공의 연속근무 시간도 축소하겠다며 전공의에게 대화의 자리로 나와줄 것을 촉구했다.

“열린 마음으로 논의 가능,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 만들어 달라…2000명 증원은 논의 불가”
 
박 차관은 의료계를 향해서도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정부는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 의사 집단행동을 접고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구체적인 대화 일정을 제안해 주신다면 정부는 즉시 이에 화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의협이 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구조이지만, 현재 구성이나 내용을 보면 개원가 중심이다. 하지만 필수의료 정책은 개원가보다 병원 관련 정책이 많아 (의협이) 전체를 대변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개원가, 병원계, 전공의, 대학교수 전체를 대변하기 쉽지 않겠지만, 의료계가 뜻을 모아 대표단을 구성하면 정부가 이에 응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차관은 의대 증원 규모 2000명 숫자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없음을 재차 못 박았다.
 
그는 “어제 브리핑 이후 일부 보도에서 정부가 조금 뉘앙스가 달라졌다고 하셨는데 동일한 입장이다. 정부는 모든 논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 이것은 기본 원칙이지만, 의대 정원 숫자에 대한 정부의 생각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정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조속하게 추진…“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윈-윈”
 

같은 날 오전 진행된 중대본 회의에서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들의 사법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을 함께 논의하고 그 안을 공개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환자를 두텁게 보상하고 의사는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소송 위험을 줄여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인이 이탈되지 않도록 하는데 방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했다”며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먼저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게 되면,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과실로 환자 상해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즉 반의사불벌특례의 내용이 담겼다. 이 경우 미용과 성형 등 모든 의료행위에 적용된다.
 
또한 종합보험가입에 가입한 의료인에게는 업무상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해도 공소 제기가 불가능해 진다. 다만 이 경우는 응급, 중증질환, 분만 등 필수의료 중 환자에게 중상해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된다. 종합보험공제에 가입하면 필수의료행위를 하던 중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 경우 형의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다.
 
박 차관은 “이러한 특례는 의료사고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하는 절차인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과 중재 절차에 참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며 “필수의료 분야와 전공의에 대해서는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는 데 드는 보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은 그간 의료현장에서 제기한 의견을 반영한 것이며 의사단체가 요구한 의사 증원의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 정부는 의료계, 환자, 법률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제도개선협의체를 구성해 작년 11월부터 총 9차례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해관계자와의 개별 면담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환자와 그 가족이 안게 되는 의료사고 입증의 부담도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 환자들은 100건 소송하면 승소율이 굉장히 낮아 보상받을 길이 거의 없다. 형사에서 승소를 못하면 민사에서 거의 배상을 받지 못하는데, 구조를 새로 짜서 책임보험 기초로 규모가 정해진 보상을 하게 되고, 종합보험은 전액을 보상하는 구조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 보상 받을 가능성이 거의 100% 가깝게 커져 피해 구조가 신속하고 충분히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책임보험과 종합보험 가입을 통해 중상해는 어디까지 보상도는지 구조의 범위가 생긴다. 일정한 범위 내에서 사법 절차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 보호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 모두가 서로 윈-윈하는 제도적 구성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을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보호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바탕으로 논의를 지속해 2월 29일에는 공청회를 개최해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처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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