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원은 어떤 의협회장을 기대하는가…대의와 회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진정한 리더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⑨ 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
·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평범한 의사 회원이 바라는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가져야 할 자격과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선뜻 답을 내놓기 쉽지 않다.

“우리 서로 사랑할 수 있을까?” 마치 영화의 한 대사 같은 질문처럼 서로 다른 이질감 가득한 의료계의 직역이 한마음으로 단합해 공고하게 의사의 권익을 지켜낼 수 있을지 확신을 하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의료법상 법정단체인 의사협회는 면허를 취득한 모든 의사가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입해야 한다. 의료인에게 직역단체 가입을 법률로 강제한 것도 특이하거니와 임의로 탈퇴할 수 없도록 정관 준수와 보수 교육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광범위한 영역의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를 이끌어야 할 회장의 역할은 그만큼 무겁고 막중하다. 과거 의사협회 회장직을 명예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지만, 정부와 의료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점차 회장의 역할이 정부를 상대하는 선봉장의 이미지가 회원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의료 정책의 방향을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응급 의료, 필수 의료와 중환자 관리에 더 비중을 두고 병원협회에는 당근을, 의사협회에는 채찍을 드는 양면성을 드러내면서 정부와 의사협회의 갈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커지고 있다. 

태양계가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듯 의료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을 의사협회가 좌지우지할 것을 걱정한 정부와 병원협회를 지탱하는 근간이자 주요 구성원인 의학회 일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이를 정부가 적절하게 이용했다. 이에 따라 내부적인 갈등과 분란은 증폭했고 지금은 돌이키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에게 주어진 작은 권한과 막중한 임무를 마치 인생의 훈장으로 여기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을 위해 달리는 회장 후보자를 보면 오히려 안타까운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을 추구하는 회장이 당선된들 의사협회가 회원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이성적인 주장과 논리가 통하지 않으면 조직은 그 존재 가치를 상실하고 썩어갈 수밖에 없다. 개혁과 자정의 시간을 놓치면 돌이키기 힘든 회원과 협회의 몰락만이 기다릴 뿐이다. 이를 자각하고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가져다줄 지도자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외치는 목소리에 답을 할 회장 후보자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이 과한 욕심이 아니길 부디 간절하게 기도한다.

약속을 실천하며 통합을 위해 듣고, 회원들을 부둥켜안아 주며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리고, 회원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킬 수 있는 강한 결단력을 지닌 진정한 회장의 출현을 희망한다. 비록 추상적인 단어로 가득한 희망이라 해도 평범한 회원의 바람이 현실화하는 회장 선거가 되길 기대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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