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도 존경받는 의협회장을 모시고 싶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 릴레이 기고]⑩ 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올해 8월 의료계 파업과 9월 4일 의정합의 이후 전공의들은 아직 파업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국시 미응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국회는 각종 의료계를 옥죄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의료계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후보자 등록이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의료계 전현직 리더들로부터 차기 의협회장이 투쟁과 협상의 갈림길에서 회원들과 함께 갖춰야 할 덕목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이를 차기 의협회장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에 반영해보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차기 의협회장에게 바란다(글 싣는 순서, 마감순)
①여한솔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②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③최상림 경상남도의사회 의장
·민초의사연합 임시대변인
④이상호 국민의힘 보건위생분과위원장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⑤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⑥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전 의협 기획이사
⑦안치석 충청북도의사회 회장 
⑧행동하는 여의사회 
⑨박상준 전 의협 경남대의원 
⑩이주병 충청남도의사회 수석부회장·전 의협 대외협력이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왜 그들은 대한의사협회장이 되려 하는가?

의협회장은 임기3년의 상근으로 겸직이 금지돼있다. 개원의 출신이라면 자신이 하던 의업을 3년간 접고 회장 일에만 전념하고 3년 후의 미래는 전혀 보장되지 않은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의협회장에 도전한다.

무엇이 그들을 미래도 보장되지 않는 의협회장 자리에 도전하게 만드는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추측된다. 하나는 회원들을 위해 나의 미래마저 희생하며 회장이 되어 내가 꿈꿔오던 뜻을 펼쳐 보겠다는 순수한 마음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의협회장이라는 교두보를 통해 자신을 알려서 또 다른 길, 예를 들면 정치권으로 비상하기 위한 방편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의협회장 혹은 집행부 일원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회원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려는 의지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키우려는 행보에 치중하는 회무 모습을 주로 보였다.

물론 입법 과정에서 의료악법들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국회를 찾고 정부 인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런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키우려던 사람들을 무수히 봐왔고 실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는 사람들도 제법 봤다. 그들에게 회원이란 무엇이었을까?

이제는 차라리 정치적 욕심이 있는 사람은 의협회장에 도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누군가는 회장이 국회의원이 되면 오히려 악법 저지에 더 좋지 않은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점보다는 폐해가 훨신 더 크다는 것을 많은 회원들이 느낄 것이다. 이제는 회원들만 바라보는 분이 회장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의협회장에게 바라는 덕목은 무엇인가? 

의협회장에게 바라는 덕목은 전체 회원들에게 존경받는 회장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의협회장 선거 직선제를 통해 후보간의 네거티브 선거가 난무하면서 회장으로 뽑힌 사람은 결국 흑색선전으로 난도질된 채 누더기가 되어 3년 내내 반대측에 섰던 회원들과의 갈등 속에 회무를 수행해나가게 됐다. 그러다 보니, 전체 회원을 아우르기보다는 자신을 지지해준 회원들만을 위한 회장이 되면서 회원들도 갈기갈기 나눠져 의견충돌을 일으키고, 수많은 회원들은 의협에 무관심해졌다.

의협 집행부는 선거를 통해 소위 ‘공신’에 대한 보답처럼 지역의사회에서의 회무 경력조차도 전무한 사람들에게 그들만의 회전문 인사를 하게 되면서 의협의 전문성은 사라지고 편협한 나눠먹기 인사만 남고 말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집행부들은 임기 초반에 경험 없는 임원들이 의협 직원들에게 회무의 대부분을 의지한 채 허둥대며 아까운 시간들을 낭비하고 말았고, 집행부가 바뀌면 다시 전문성과 경험이 쌓인 임원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경험과 능력있는 사람들을 골고루 집행부에 참여시켜 전체 회원을 위한  올바른 회무를 수행해 나가는 회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는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계속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의료악법에 대비하기 위해 의협은 정치세력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정치세력화를 하기보다는 한쪽에 편향된 어설픈 정치단체화가 되면서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잃어 버리고 있다. 협회는 전문가단체로서 바른 길을 지향한 채 정치색을 배제하고 옳은 길만을 추구하고 중립적 관점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정치적 욕심에 좌우되어 자칫 편향된 의견을 내고, 협회를 정치세력화란 미명 하에 일부만을 위한 어설픈 정치단체화로 변질시키고 있다. 이는 자칫 협회를 정치적으로 고립화시키고 전문가단체로서의 중립성마저 훼손시킨다.

이러한 행보는 결국 정부가 보건의료의 종주단체인 의협을 패싱하고 산하단체의 의견을 듣게되는 핑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전문가단체의 목소리를 외면하지말라’는 외침과 함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의협은 다양성을 되찾아야 한다.

의협을 두고 언론은 '개원의 단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교수 출신의 의협회장이 당선된 것이 언제였던가? 내 기억에는 없다. 회장은 그 협회의 얼굴이고 보면 매번 개원의출신 회장이 당선되다 보니, 언론에서 개원의 단체인 의사협회라고 말하는 것이 언론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아쉽다. 이런 다양성이 사라진 일면에는 병원협회가 교수 출신 수장인 병원장들의 무대가 되다보니 의협회장으로 도전은 하지 않게 된 이유가 된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의협이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협상에 나서고 회장은 매번 개원의 출신이 맡고 있고 교수들의 권익과 전공의, 전임의의 진료환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외부에서 바라보는 의협은 개원의 단체로 보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의협이 개원의들만의 단체가 아님을 외부에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 직역의 다양성이 존재하지 않는 의협은 이제 바뀌어야 하고 직역마다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두 담아내야 한다. 어쩌면 이는 의협 대의원회 개혁을 통해 이뤄져야 할 몫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의협은 의사직역의 종주단체로서의 위상을 다시 되찾고 의협회장은 종주단체의 회장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장이 되고자 나설 회장 후보들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이제는 다른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 선거는 그만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제는 네거티브 선거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하나되어 발전하는 의협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의협은 모든 의사 직역의 종주단체로 회원들을 하나로 묶고 전문가단체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우리도 모든회원에게 진정으로 존경받는 회장을 모시고 지내고 싶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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