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 위험 3배 증가…인공임신중절약 '미프진미소' 가교임상 없이 허가 절대 안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2일 인공임신중절 의약품 현대약품 '미프진미소'의 품목허가 관련 안전성·유효성의 타당성 자문’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중앙약심) 회의가 개최돼 산부인과 의견에 대한 참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기실은 발표하기 위해 온 참고인들로 가득차 있었다. 참고인들에게는 중앙약심 회의 자료조차 주지도 않고 회의시작 전 발표 후 회의실을 바로 나가달라는 당부까지 있었다. 그리고 발표 시간을 겨우 3분 이내로 하고 3분이 넘으면 마이크를 뺏길 수도 있다는 위원장 발언이 이어졌다.

마치 식약처가 국민과 전문가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된 듯했고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 제대로 준비한 것조차 발표할 수가 없었다. 법원의 참고인 진술자들보다 못한 분위기처럼 느껴졌다. 발표를 다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결국 마이크를 직원에게 넘겨주고 중앙약심 회의장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중앙약심이 미프진미소의 타당성 자문을 들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날 가교임상을 면제하기 위한 일종의 요식 행위를 한 것이라는 생각이 아닌지 의구심을 확인하고 말았다. 가교임상이란 외국 약물이 국내에서도 동일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검증용 임상시험의 일종이다. 국내외 거주중인 한국인을 대상으로 얻어진 약동학 연구, 약력학 연구자료 또는 용량, 반응시험자료, 안전성·유효성 확증시험자료 중 1가지 이상이 필요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중앙약심 회의로 가교임상을 면제하는 결정을 한다면 절차상 강압적인 참고인 진술을 강요한 심의위원회의 재심의 요청을 할 것이다. 또한 현대약품 불매운동을 포함한 미프진미소 처방 자체의 중단을 포함한 모든 대응을 검토할 수 밖에 없다.  

미프진미소는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 인터내셔널과 현대약품이 국내 판권 및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의약품이다.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ug 4정으로 이뤄져있다. 미소토로스톨의 현재 판매가는 150원에 불과한 약인데, 여기에 약 4알을 더주고 비급여로 35만원으로 판매하겠다고 제출한 것도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식약처가 제약사를 위해 가교임상조차 면제한다면 이는 여성 건강은 뒤로 하고 안전성·유효성의 타당성 검토 없이 신약을 허가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여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미프진미소의 가교임상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한다. 임신중단을 허가한 다른 나라에서도 미페프리스톤 단일제(미프진)를 사용하지.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쓰는 경우는 드물다. 병용요법에 대한 데이터도 현저히 부족하다. 미페프리스톤의 경우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없지만, 미소프로스톨의 경우 유산 및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해외 사례가 많다. 이를 복용할 임신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해외 자료를 보면  미소프로스톨은 자궁수축 작용이 있고 임신부에게 완전 또는 불완전 유산 및 자궁출혈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동물실험에서 출생아의 체중증가억제, 착상수의 감소, 생존태아수의 감소가 보고돼 있으므로 임신부 또는 임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여성에는 투여하지 않는다. 임신 첫 삼분기에 미소프로스톨에 노출되면 기형 위험이 대조군에서 2% 확률로 발생한 것에 비해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약에 태아가 노출되면 뫼비우스 증후군, 양막띠 증후군, 중추신경계 이상과 관련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 약을 투여 받은 여성에게 기형의 위험을 알려야 하며 태아가 약에 노출되면 주의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향후 약물을 이용한 인공임신중절을 시도한 후 임신 실패 사례가 발생한다면 임신부와 태아에게 모두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해당 약물이 국내 임신부에 미치는 영향을 식약처 중앙약심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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