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가 무너진다...가천대길병원 소아 입원진료 '잠정 중단'

수년째 전공의 지원 전무 속 인력부족으로 12월부터 입원환자 진료 중단...길병원 소청과 과장 "우리도 답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가 인력 부족으로 입원 환자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마감된 전공의 모집에서 10%대 지원율을 기록한 소청과의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천대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12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입원 환자 진료를 잠정 중단한다. 길병원은 인천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었단 점에서 이번 소아입원환자 진료 중단의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길병원은 내년 3월에 전문의 충원이 이뤄지거나, 그 사이 입원전담전문의 모집이 이뤄질 경우 입원환자를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명확한 재개 시점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손동우 교수는 지난달 말 지역 소아청소년과 원장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길병원도 전공의 수급이 되지 않은 지 이미 수년이 흘러 이제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저희에게는 2년차 전공의 한 명만 남는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은 입원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전국의 여러 대학병원에서도 소청과 진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돼버렸다”며 “소청과학회에서도 존립 위기로 생각하고 정부와 국회 등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단 경과를 알려주지만 빠른 시일 내에 개선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공의도 수급이 안 되고 전문 과목에서 수련 받는 전임의도 보기 어려운 현실에서는 원장님이나 저희나 정년 등의 사유로 일을 놓게 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 건강과 성장 발달에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상상하기도 두렵다”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또 “인천 권역의 소아질환의 치료 종결병원으로 역할하고자 노력해왔던 저희가 잠정적이라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원장님들이 꾸짖으셔도 드릴 말씀이 없다”며 “무책임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저희도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입원 진료는 불가능하나 성심껏 외래진료는 이어가도록 하겠다. 입원이 필요한 소아들은 길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의뢰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다시 한 번 입원환자 진료가 불가능하게 된 상황에 대해 사과를 올린다. 소아입원 진료가 재개되면 바로 연락을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7일 마감된 2023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전공의 지원율은 16.6%(정원199명∙지원자 33명)에 그쳤다. 이는 직전해 20% 초반대의 지원율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소청과 학회는 전공의 모집 마감 직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입원진료 수가 100% 인상, 중증환자 가산, 입원전담전문의 고용 지원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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