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신약의 발견은 기초과학…과학자의 실패위험도 지원해야"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모데카이 셰브스 부총장, 한국 바이오기업과 협력 등 이익 창출 기대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모데카이 셰브스(Mordechai Sheves) 부총장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혁신 신약은 기초과학의 발견에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는 가치있는 과학연구를 위해 과학자들이 독립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최적의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실패의 위험을 감행할 수 있도록 연구와 사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와이즈만(Weizmann) 과학연구소의 모데카이 셰브스(Mordechai Sheves) 부총장은 지난 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모든 것은 기초과학에서 시작한다. 기초과학이 탄탄해야 한다"며 "디스커버리라는 잡지에 '가장 혁신적인 약은 기초과학의 발견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우리는 과학적인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연구경영진들은 무엇을 연구할지 지시하지 않는다"며 "훌륭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사람과 아이디어에 투자함으로써 혁신을 이뤄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우리 연구소는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자신의 아이디어에 열정을 갖고 있는 과학자를 영입하고 이 과학자들에게 최고의 물리적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며 "연구와 사고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과학자들이 실패의 위험을 감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에서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을 통해 가치있는 과학을 연구하고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운영방침을 통해 와이즈만 과학연구소가 세계 유수연구소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모데카이 부총장에 따르면 논문 인용건수로 순위를 선정하는 라이덴 순위(Leiden Ranking)에서 와이즈만은 9위를 차지했다. 10위권 중 유일하게 미국 외의 연구소였다. 또 최근 네이처 잡지에서 발표한 혁신지수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고 나머지는 미국의 대학들이었다. 네이처가 집계한 혁신지수는 제3자 특허에서 인용된 연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특허가 다른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발표됐을 때 이 특허에 기초과학이 얼마나 인용됐는지를 지수로 평가한다.

또한 모데카이 부총장은 "연구개발을 위해 중요한 것은 자금이다. 우리는 자금을 지원받아 연구하고 지식을 발굴한다. 지식은 곧 제품으로 만들어져 자금을 만들어내는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며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는 상업화를 위한 예다(YEDA)라는 별도의 기관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다는 와이즈만에서 개발된 특허와 지적자산의 상업화를 위해 1959년에 설립됐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예다는 약 6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오랫동안 예다를 통해 많은 기술이전을 해 왔다"며 "수차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장 성공적인 기술연구 기관이 될 수 있었다. 시장의 많은 블록버스터들이 와이즈만과 예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전 세계에서 연간 40억달러의 규모에 달하는 테바의 코팍손과 머크의 리비프(24억달러), 바이오젠의 아보넥스(29억달러) 등을 꼽았다. 이 치료제는 모두 다발성경화증 치료제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우리는 하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특허 하나로 많은 의약품이 만들어지게 됐다"며 "바로 항암제다. 머크의 얼비툭스, 릴리의 포트라자, 암젠의 벡티빅스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에서 1992년 최초로 면역치료제 특허를 발견했다. 당시에 사람들은 이 특허에 대해 많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2010년에 비로소 미국의 한 임상의가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에서 사용하면서 성공률이 94%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바로 종양조직을 파괴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CELL)다"라며 "길리어드사이언스는 이 특허를 이용해 라이센스를 획득한 카이트파마(Kite Pharma)를 119억달러에 인수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약 투캐드(TOOKAD)도 소개했다. 그는 "전립선암 치료에 아주 효과적이고 강력한 이 치료제는 유럽에서 시판됐고 미국에서 시판을 준비 중에 있다"며 "이 치료제의 기술은 와이즈만과 스테바바이오텍(Steba Biotech)라는 민간기업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와이즈만의 기술을 민간회사가 가져가서 상용화를 시켰다"고 밝혔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는 P53 단백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방사선이나 오염으로 DNA가 손상될 경우 암이 발생할 수 있다. P53 단백질은 손상된 DNA를 사멸시키거나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문제가 일어나는 P53단백질을 보면 변이가 나타나서 제대로 작동을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변이된 P53단백질을 어떻게 하면 다시 정상적인 자연상태의 단백질로 변형시킬 것인지가 과제"라고 설명했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P53단백질 변이로 인해 나타나는 암은 여러 종류가 보고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펩타이드를 주입해서 이 변이된 P53단백질이 재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다"며 "이는 난소암이나 유방암, 결장암, 직장암에 효과를 보인다. 이 기술은 굉장히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암 치료제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협력을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이스라엘은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여러 영역에서 혁신을 이뤄내고 있고 한국은 성공적인 기업을 키워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바이오사이언스홀딩 업체와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예다의 한국지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다는 혁신과 기초과학을 지원하고, 한국 기업들은 우리를 대표해 임상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을 맡게 된다"고 덧붙였다.

모데카이 부총장은 "와이즈만이 첨단기술에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실패했더라도 그 사람은 다음 프로젝트에서 더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과학, 첨단기술에서 실패를 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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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email protected])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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