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저질환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제외?” 서울 은평구 잘못된 안내 시정한 개원의

서울가정의원 김성원 원장, 은평구 75세 이상 주민 3만여명에 기저질환자도 백신 접종 가능하도록 변경

자료=은평구 주민센터 안내문. 김성원 서울가정의원 원장 제보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82세 할아버지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자에 선정돼 주민센터 직원이 가정으로 직접 배포한 안내문을 받았지만, "기저질환이 있으면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이 할아버지는 평소 부정맥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기저질환을 숨기고 백신 접종을 신청하면 어떨지 평소 다니던 일차의료기관 의사에게 문의했다.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또 다른 82세 할머니 역시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접종 대상자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부정맥이 있으면 혈전이 생겨서 접종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망연자실한 할머니는 곧바로 일차의료기관 의사에게 접종을 하면 안될지를 문의했다. 
 
두 환자의 문의를 접한 서울시 서대문구 서울가정의원 김성원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22일 “면역력이 떨어져 자칫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될 수 있는 기저질환자들일수록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질병관리청의 지침이 떠올라 문제로 인식했다. 곧바로 언론 제보를 비롯해 여기저기 사실 확인에 나섰다.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서대문구는 기저질환자 접종 가능, 은평구는 불가능?  

김성원 원장이 서대문구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질환자일수록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다가 환자들의 주소지가 은평구인 것을 확인하고 다시 은평구 보건소에 문의했더니 “심한 기저질환자는 백신 접종을 할 수 없다”라는 전혀 다른 안내를 받았다. 

실제로 은평구 주민센터가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가정방문을 하면서 배포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요’를 보면 관내 75세 이상(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이면서 백신 접종을 위해 이동(도보, 차량)이 가능한 어르신이 접종 대상자에 해당한다. 접종 백신은 mRNA 백신인 화이자 백신이다. 

접종 조건으로 거동이 불편하거나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접종을 제외하게 했다. 기저질환 예시로 ▲심장병, 부정맥으로 약물투여 중인 사람 ▲뇌혈관질환, 항응고제 복용자 ▲만성신부전 ▲중증호흡기질환(폐암, 심한 COPD) 등을 들면서 기저질환 악화가 예상되는 사람은 접종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은평구 주민센터 관계자는 “서울시 지침을 토대로 안내문을 만들었다. 기저질환자들은 백신 접종으로 심한 부작용이 생길수 있어 접종 대상자에서 제외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한 기저질환자라면 본인이 접종 여부를 판단하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백신을 맞는다고 해도 100% 면역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은평구보건소 관계자 역시 “중앙의 지침을 토대로 구청과 보건소가 상의해서 안내문을 만들었다. 혈압과 혈당 관리가 잘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 뇌질환,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 복합적으로 심한 사람들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심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의사들과 상의를 한 다음 접종을 해야 하고, 혹시 이상이 생길 수 있는 환자라면 접종 대상에서 다시 한 번 거르자는 의미로 그렇게 공지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은평구에 잘못된 공지 시정조치 요구 “기저질환자는 접종 대상” 
자료=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지침' 

하지만 질병관리청에는 이런 지침이 없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업지침'을 보면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과 비슷한 면역반응 및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권고했다. 

▲면역저하자는 코로나19 백신 안전성과 효능에 대한 자료가 없으나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생백신이 아니므로 접종대상자일 경우 코로나19 예방접종을 권고했다. 면역저하자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의 면역반응이 감소하고 효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접종을 권고한 것이다. 

서울시 측은 서울시에서 해당 공문이 나간 적이 없고 원래 질병관리청의 지침과 다르다며 은평구에 시정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은평구가 관내 7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해 돌렸던 안내문을 모두 철회하고 다시 공지를 해야 한다. 2019년 기준 은평구의 75세 이상 인구는 3만2860명이며 대부분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이응창 감염병정책팀장은 “은평구에서 지침을 착각하고 안내문을 잘못 만든 것으로 보인다. 즉시 안내문을 수정하도록 조치했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원래 지침사항은 75세 이상이 접종센터를 방문해서 접종을 해야 한다. 혹시라도 이동이 불편하거나 외부 이동시에 기저질환 악화가 예상되면 접종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도 본인이 접종을 원하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질병관리청은 이런 지침을 낸 적이 없다"라며 "보건소나 주민센터 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져서 간혹 잘못된 공문이나 안내가 해석되는 일이 있다.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서울시 조치 계획을 전해들은 김성원 원장은 환자 두 명에게 곧바로 연락을 취해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환자들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좋아하고 고마워했다. 앞으로 이렇게 지침이 잘못 전달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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