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의료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꾸준한 탐구, 그리고 검증 필요

이영한 교수, 의대생 특별교육..."환자에게 인공지능 활용하려는 의사라면 그 이유와 과정 충분히 설명해야"

메디게이트뉴스-의대생신문-메디컬 매버릭스 의대생 특별교육 
메디게이트뉴스는 매년 방학을 맞이해 의대생 인턴기자와 의대생신문 기자들로 구성된 의식 있는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전문가분들을 초청해 별도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1일 특별히 비임상 진로 의대생 네트워크 메디컬 매버릭스와도 함께 하는 의대생 대상 온라인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원하는 강의 주제와 만나보고 싶은 연자는 전부 의대생신문, 메디컬 매버릭스 의대생들이 제안했습니다. 의대생신문에 게재된 각 교육의 주요내용을 소개합니다. 
 
①최근 의료소송과 의대생이 알아야 할 의료법 –박형욱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박형욱 교수(의사 겸 변호사)   
②입원전담 전문의 본사업 전환 이후 긍정적인 측면과 해결해야 할 과제- 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진료교수 겸 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
③일차의료기관에서 느끼는 제도적인 문제점과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진료현장에 접목할 때 어려운 점-두진경 어비뇨기과 원장
④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전망과 의대생이 준비해야 할 일- 이영한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⑤바이오-헬스케어 산업 고성장 시대, 미래 의사의 역할 변화-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상무(산부인과 전문의)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이영한 교수 

[의대생신문 김수민 기자 경희의대,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 고려의대] 이영한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님께서 인공지능(AI)의 의료분야 활용 현황과 전망에 관해 강의해 주셨다. 강의는 AI의 도입으로 인한 의료현장과 의학교육의 변화, 의대생이 준비해야 할 일 등 넓은 영역을 아우르면서도 참가자들의 사전 질문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진행됐다. 이 기사는 교수님의 강의를 재구성해 작성됐다. 

인간과 인공지능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 이후 세계는 굉장한 충격에 빠졌다. 사람들은 기계가 언제쯤 인간을 대체할지를 논하며 준비하기 시작했지만, 이는 갈수록 ‘인간 대 기계’의 논쟁이 아닌, ‘기계를 활용할 수 있는 인간 vs. 기계를 활용하지 않는 인간’의 문제로 넘어갔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AI의 기반인 인공신경망(ANN)은 인간 지적능력의 일부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한 것이다. 인공신경망은 인간의 생각 과정을 흉내내기 위해 인간의 뇌를 본떠 만들어졌다. 초기 AI 모델링이 프로그램 자체를 개선하는데 주목했다면, 머신러닝이 도입된 지금은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AI시대 의료현장과 의학교육의 변화

현재 AI는 영상의학에서 이미지의 변환과 인식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CT 선량 저감화에 따른 노이즈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의 화질을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 MRI의 bloch equation을 AI에게 학습시키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암 병변 검출이나 골절 탐지, 이미지 프로세싱의 첫 단계인 영상 분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 기반의 진단을 넘어 진료 과정에서의 의사결정에도 AI를 활용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워크플로우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검사에 조영제가 필요할지의 여부나 무릎 MRI를 촬영할 때 관절 영상 프로토콜과 종양 프로토콜 결정 과정에서 AI를 이용할 수 있다.

AI시대의 도래로 전 세계의 많은 의과대학이 교육에 프로그래밍을 도입하고 있다. 의학이 빠르게 변하는 학문인 만큼, 지식 습득 방법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보다 그룹 토론을 통한 자유로운 해결책 제시를 위한 교육이 시도되고 있으며, 암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보다 적절한 정보를 찾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데이터를 디지털로 바꿔 축적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이를 헬스케어에 활용하는 디지털적 전환을 지향해야 한다. 물론 온라인 플랫폼 등 코로나19의 여파로 벌어진 상황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리얼월드(real world)의 중요성

아무리 개발 단계에서 성공적인 AI라고 해도 실제로 도입됐을 때의 결과는 많이 다를 수 있다. 이는 지속적인 기술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표한 ‘의료기기로서의 AI/ML 기반 소프트웨어 실행계획’에 따르면, AI/ML의 리얼월드(real world)에서의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앞으로의 필수적인 당면 과제다. 성능 분석, 기존 모델 대비 전망 연구, 시판 후 설문조사와 같은 검증 단계를 거쳐 기술이 미래 환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현재 의대생들이 전공의가 될 즈음에는 이러한 검증 과정에 참여하고 있을 수도 있고, 이미 실세계에 녹아든 AI/DL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 수도 있다. AI의 내부 메커니즘은 아직도 상당 부분 미지수다. 환자에게 AI를 사용하려는 의사라 이러한 AI의 블랙박스 속성을 토대로 AI의 활용 이유와 과정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는 의료가 행해지는 실세계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강조하셨다. 환자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개개인이 모두 다른 역사와 서사를 가지고 있다. 다양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가득한 의료현장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꾸준한 탐구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강의의 시사점이다. 
 


Q. 의료인공지능이 도입된다면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할까요? 
A: 정답은 없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코딩에 깊게 빠져봐도 되고, 의학에 더 깊이 빠져도 좋다. 인공지능이라는 건 하나의 기술이기 때문에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게 있어야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Q: 의학 연구와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다른가요? 
A: 연구와 실제 임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 역시 매우 다르다. 실제 병원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첫째, 확실히 좋아야 하고 둘째, 안전해야 하고 셋째,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보다 더 좋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수가로 인정받는 과정이 생길 수 있다. 

Q: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종사하려면 코딩, 알고리즘 등 컴퓨터 사고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돼있어야 할까요?
A: 일단 병원에서는 파이선보다 더 쉬운 정도의 인공지능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리부터 겁먹지 않아도 된다. 

Q: 의료진과 환자가 얼마나 AI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A: 인공지능을 신뢰하고 임상에 도입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먼저 발전해야 한다. 의료인공지능 개발 단계에서는 좋은 데이터를 골라서 넣어주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다. 실험실 안에서는 높은 정확도를 보였지만, 실제 사례에선 아직 참고하지 못할 수준의 수치가 도출되기도 한다. FDA가 승인한 소프트웨어는 130개인데 현재 대부분의 평가는 후향적 연구로 이뤄진다. 그러나 실제 환경에서는 앞으로 병원에 올 환자를 분석해야 하고, 그런 환자를 무작위로 넣는 과정이 필요하다. 병원이나 샘플이 아직 너무나 제한적이라 검증이 더 필요하다. 

Q: 영상 판독 외에도 AI가 적용될 수 있을 만한 의학 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개인 맞춤 치료와 빅데이터를 통한 접근을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서 치료할 때 빅데이터는 여러 명의 데이터가 아니라 개인맞춤치료로 한 개인이나 한 질환으로써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 

Q: 인공지능 의료 회사에 고용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A: 의사는 연구, 기획,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 한 회사에 여러 제안이 올라올 때 그 회사 의사에게 꼭 물어본다고 한다. 의사가 '별로'라고 하면 절대 진행하지 않는다. 의사의 역할을 좀 더 넓고 멀리 봐야 한다. 환자의 치료와 진단과 국가 보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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