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수면제 보다 더 좋은 처방은…"해가 뜨면 밖에서 산책하세요"
대한수면의학회 이헌정 이사장 특별강연...내 몸의 잠과 깸의 비밀, 내 몸 속 생체시계 '일주기 리듬'
'슬립테크2020’-대한수면의학회 특별세미나 미리보기
한국수면산업협회와 메디씨앤씨(메디게이트)가 주최하고 메디게이트뉴스(MEDIGATENEWS)와 팀마이스가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꿀잠 프로젝트 '슬립테크2020’ 전시회()가 오는 11월 13일(금)~15일(일)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D홀에서 개최됩니다.
수면장애는 만성질환, 심부전, 부정맥,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을 초래합니다. ‘슬립테크2020’ 전시회는 국민들에게 수면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 수면장애를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수면산업 성장에 일조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슬립테크 2020-대한수면의학회 특별세미나'를 통해 국민들에게 수면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불면증과 수면장애로 고민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우리 몸에는 겉보기에 드러나지 않지만 낮과 밤의 생체시계가 존재한다. 시차가 많이 나는 지역을 비행기로 여행하면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아 무기력하고 피곤해지는 상태로 있다가 정작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우리 몸은 규칙적으로 잠을 자고 깨야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수면과 각성의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우리 몸 속 생체시계,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말한다.
일주기 리듬은 지구상의 거의 모든 생명체에 작동하며, 지구의 자전에 의해 만들어진 24시간 낮과 밤의 변동에 따르는 단순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을 잘 지키면 건강한 수면을 이룰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헌정 교수(대한수면의학회 이사장)와 함께 일주기 리듬에 대해 알아봤다. 이 교수는 11월 13일~15일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슬립테크 2020에서 ‘잠과 깸의 비밀-내 몸 속 생체신호 이야기’를 주제로 일주기 리듬에 대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는 우리 몸의 일주기 리듬
-일주기 리듬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밤에 자고 아침에 깨어나고 하는 것이 바로 일주기 리듬이다. 일주기 리듬으로 인해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단지 피곤하면 자는 것이 아니라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잠을 자야 일주기 리듬이 맞춰진다. 단지 하루만 잘 자는 것이 아니라 매일같이 잘 자려면 일주기 리듬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가 뜨고 지는 것에 주기가 맞춰지면서 내 몸에 맞는 일주기 리듬이 존재한다. 하지만 일주기 리듬은 어긋나기 쉽다. 잠을 제대로 못잔다면 일주기 리듬이 다소 늦춰지고 밀릴 수 있다. 몸의 리듬은 빛의 노출에 의해 24시간이 따라서 움직인다. 일주기 리듬으로 인해 몸은 우리나라에 있지만 인도에 거주하는 사람과 같은 리듬을 가질 수도 있다.
-일주기 리듬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환경에 따라 좌우되는 것인가.
일주기 리듬은 타고나는 것은 드물고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다. 개인과 인종과 환경에 따라 다를수 있지만, 대개 주행성 동물은 일주기 리듬이 길고 야행성 동물은 짧을수록 유리하게 설계돼있다.
만약 일주기 리듬이 밀린 상태라면 아침에 빛을 봐야 리듬이 당겨지고 그래야 그날 밤에 일찍 잠이 오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고 자야할 시간에 잠을 제대로 못자다 보면 매일 같이 일주기 리듬이 밀린다. 매일 조금씩 늦게 더 늦게 자고 매일 조금씩 더 늦게 일어난다. 학생들이 방학 때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가 돼서까지 잠을 자는 현상이 그래서 일어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24시간보다 긴 리듬을 갖고 있는 인간은 겨울철에 해가 짧아지면서 일주기 리듬이 한참 밀리기도 한다. 그래서 봄철에 춘곤증이 쉽게 생기는 현상이 생긴다.
-바쁜 직장인들이나 학생들은 일주기 리듬을 유지하다가 주말에 깨질 수도 있지 않은가.
월~금요일 평일에 활동하고 토요일, 일요일에 늦잠을 자면 주말 사이에 리듬이 늦어진다. 월요병도 주말 사이에 밀려진 일주기 리듬에 의해 쉽게 설명된다. 잠을 잘 잤는데도 피곤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리듬이 많이 밀려있는 경우가 많다.
-일주기 리듬이 잘 지켜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불면증은 일주기 리듬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일주기 리듬을 제대로 모르고 계속 잠만 청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고 수면제까지 복용하면서 아등바등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나의 몸의 리듬을 잡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체온은 새벽 4시경에 바닥을 치고 낮이 되면서 다시 조금씩 올라가고 혈압, 심박수 등 각종 생체신호도 마찬가지다. 해가 뜨는 이후인 오전 8시, 9시에는 생체신호가 다시 올라갔다가 밤에 다시 떨어진다. 기분도 마찬가지다. 하루밤 잠을 자지 못하고 기분을 체크하면 새벽 4시에 가장 바닥을 친다.
일주기 리듬이 정상이라면 해가 뜨고 아침이 되면 각종 생체신호가 상승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만약 일주기 리듬이 평소보다 4시간 뒤로 밀려져 있다면 아침에 의욕이 없고 만사가 귀찮고 우울증이 올 수 있다. 즉, 우울증도 리듬이 어긋나있는 상태로 인해 생기기 쉽다.
-일주기 리듬에 맞게 생활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내 몸의 리듬을 맞추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침에 일어나면 햇빛을 보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잠을 잘 자기 위한 최우선적인 생활 습관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실내가 아닌 야외로 나가 산책을 하거나 간단한 활동을 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고 기분장애도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일찍 자고 일찍 깨는 아침형 패턴을 가지면서 리듬도 맞춰지고 불면증도 없어진다. 일주기 리듬을 맞추는 것은 본인이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수면제 의존 보다 해가 뜨면 밖에서 가볍게 활동하는 생활습관 개선부터
-수면시간이 뒤로 밀렸다고 생각한다면 일찍 자는 것도 중요한가.
무리해서 일찍 자기 보다는 본인이 일어난 시간에 맞춰 밖에 나가서 햇빛을 쐬고 간단한 산책을 하고 들어오면 좋다. 그리고 나서 하루 일과를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그러다 보면 한꺼번에 리듬을 맞추지 않더라도 서서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당겨진다. 그만큼 밤에는 잠이 일찍 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며칠만 지나면 일주기 리듬이 바로 개선된다.
일정한 식사도 중요하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사회적 활동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통틀어서 빛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에 중요한 것이 몸의 움직임이다. 비가 오는 날이라도 해가 뜬 다음에 밖에서 활동한다면 실내에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실내에서 아무리 전등을 켜도 조도가 야외보다 훨씬 떨어진다. 그만큼 빛의 노출과 일정한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생활습관이 필요한가.
주말이라도 특별한 기준을 갖지 않고 평소대로 똑같이 생활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주말에 늦잠을 자는 것은 주중에 잠을 모자라서다. 혹시라도 평소에 잠이 충분한데 주말에 더 자면 수면무호흡증이 있거나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루에 7시간~7시간 30분 정도 자면 잘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들고 잠이 오지 않는게 보통이다. 수면의 질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일주기 리듬을 지키기 위해 낮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밤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30분 정도 낮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불면증 있는 사람이라면 낮잠을 주의해야 한다. 가령 낮잠을 1시간 이상 잔다면 불면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그 이상 자면 '딥슬립(deep sleep)' 상태가 되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가 않다.
운전자가 고속도로를 운전하다가 잠깐 졸릴 때도 30분 이상은 자지 말라고 한다. 한 시간 이상 자고 일어나면 멍해지기 때문에 정신이 들 때까지 몇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불면증이 있을 때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어떤가.
가급적 수면제 처방을 권하지는 않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일주기 리듬을 개선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워낙 수면제 처방이 만연하다 보니 사실 수면제 처방을 자제하라고 말하는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주기 리듬이 맞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억지로 약으로 문제를 끌면 부작용이 생긴다. 수면제의 부작용으로 비만, 심혈관 질환, 치매 등의 위험이 높아지고 자살 가능성도 생길 수 있다.
-불면증에 수면제 외에 특별한 처방을 한다면 역시 '일주기 리듬 지키기'인가.
그렇다. 잠을 청하면 오히려 달아나고 잠이 스스로를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만의 일주기 리듬을 만들고 이 리듬이 밀렸다면 서서히 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면은 내 의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소화제를 먹는다고 소화 기능이 좋아지는 것과는 달리 수면제는 잠을 자게 만들지 않고 의존성만 생긴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낮과 밤의 전반적인 활동을 알아보고 수면의 질을 평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각종 수면모니터링 기기를 보면 단지 밤에 몇 시간동안 잤는지를 알려주는데 그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 자고 언제 깼는지, 낮에 얼마나 깨있었는지 등을 두루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면증과 수면장애가 있다면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서 햇빛이 비치는 밖에서 가볍게 산책하고 활동하는 노력부터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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