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약'으로 전락한 의대정원 증원에 지역의사제법...정치적으로 풀 일 아니다

정부여당은 필수의료 지원을 우선적으로 하고 총선 이후 의대정원 증원의 현명한 대안 재논의해야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전라북도의사회 부회장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의사들의 의대정원 증원 반대 시위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정부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를 내년 4월 열리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대 증원 논의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절차상 하자로 날치기 상정된 지역의사제법과 공공의대법은 폐기돼야 한다.    

21대 국회서 불씨가 남아있는 지역의사제법과 공공의대법 

최근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이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여야 합의를 제외하면 그 이후 두 가지 절차가 가능하다. 본회의 직회부와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이다. 둘 다 국회법상 법안 처리가 지나치게 지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본회의 직회부는 국회법 86조에 따른 절차이다. 각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회부된 법안에 대한 심사를 법사위가 특별한 사유 없이 60일간 실시하지 않으면 해당 상임위의 별도 의결 절차를 거쳐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 요구를 하는 제도이다. 즉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이 법사위에서 60일 동안 계류하면 해당 상임위원장은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이를 직접 상정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시간적으로는 법사위 상정후 2월18일이 60일이므로  그 이후에는 가능하다. 이 경우 복지위원회 위원 분포가 위원정수가 24명이고 이중 더불어민주당이 14명 국민의힘이 9명 비교섭단체 1명이다. 이중 5분의3은 14.4명이다. 더불어 민주당이 단 한 명만 반대해도 불가능하다는이야기가 된다. 

다른 방식은 패스트트랙이다. 같은 법 85조의2에 따른 절차다. 재적의원 과반수 동의를 국회의장에 제출하거나, 상임위 소속 위원 과반수 동의를 상임위원장에게 제출하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분류한다. 신속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 심사는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미의결 시 자동으로 법사위에 부쳐진다. 법사위 심사는 최장 90일. 역시 미의결 시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처리기한이 소요되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 

민주당이 간사로 있는 복지위가 법률을 곧장 의결하고 표결도 신속히 이뤄진다고 기대하면 남는 것은 법사위 90일 논의 기한 정도다. 만약 지금 패스트트랙을 지정하면 내년 3월께 처리가 가능하다. 2월이나 3월 모두 임시회가 열릴 것으로 전망돼 21대 국회 내 처리 불씨는 살아 있는 셈이다. 

지역의사제는 절차적 정당성 위반에 부정 입학 초래, 위헌 소지까지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지역의사제도 특별전형’ 도입을 왜 이제서야 다시 꺼냈을까. 당시 민주당은 공약을 수정하면서 "스스로 취지는 좋으나, 의사의 활동 지역을 제한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민주당은 "의대정원 증원만으론 수도권 인기과에만 몰리게 만드는 의대정원 증원은 필요 없다면서 지역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의대정원 확대'라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주요 총선 공약으로 밀고 나가는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이 일단 '크게 지르고 보자'는 느낌이 강할 뿐이다.

지역의사제는 민주당이 법안은 필수의료 위기와 지역의료 부족 문제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법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데 절차적 정당성을 전면으로 위반했다. 의대 뿐아니라 지역의사의 범위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도 적용한다는 법안은 당사자의 의견청취조차 없이 상정돼 치과의사와 한의사들에게도 새로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지역의사제는 평등권, 직업 선택의 자유, 주거 이전의 제한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헌법정신에 맞게 심사숙고해야 한다.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라고 하지만, 의전원은 국내 도입 후 불투명한 입학, 이공계 인력 유출, 군의관·공중보건의사 수급 차질 등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대부분 폐지된 제도다 

특히 지역의사제는 2020년에도 공공의대 선발 방식에 시도지사·시민단체 추천 등이 포함돼 논란이 될 정도로 심각한 공정성 위반 우려가 있다. 시험도 보지 않고 의대 정원 일부를 지역의사 선발 전형을 통해 선발한다면, 국회의원 및 사회 지도층, 시민단체 자녀들의 편법 입학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해당 졸업생의 경우 10년간 의료 취약 지역 의무 복무를 조건으로 의사 면허를 발급하도록 했다. 의무 복무를 중도에 그만둘 경우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재교부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10년이라는 의무복무 기간 적절성 등 점검할 내용이 매우 많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은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제정돼야 한다. 

의대정원 증원에 지역의사제까지, 정부여당의 현명한 대처를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아직 의대정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의사제법이 시행되면 정해지지도 않은 정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로 선정해야 하는 모순만 발생한다. 

정부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대 정원 확대를 계획대로 밀어부치겠다고 선언했다. 언론에 따르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2일 출입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의사 수를 증원하는데 의사와 합의할 이유는 없다”며 “이것은 정부 정책이다. 법에 합의하라고 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정책 추진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마치 고립무원의 처지로 '의대정원 증원 절대 불가'만 주장하다가는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까지 같이 방어하기에는 중과부적을 만났다. 심지어 정부도 갑자기 등장한 야당의 날치기식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에 대한 국면 돌파의 해법을 못찾고 있다. 

정부는 당초 의약분업으로 줄었던 10%의 정원, 즉 351명을 다시 살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정원이 적은 국립대 상황을 반영해 521명까지 늘리는 것으로 확대안을 내걸면서 심지어 의대수요조사와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서 1000명은 물론 2000명 이상으로 증원 필요성을 과장시켰다. 

의대정원 증원은 물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신설법 폐기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부여당의 협조가 절대로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필수의료 와 지역의료 정책패키지 마련에 집중하고, 시간이 촉박하지만 총선 이후에 정치적인 목적이 배제된 상태에서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현명한 대안을 다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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