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물처방의 새로운 패러다임 연속혈당...지시와 불통에서 대화와 소통으로

[칼럼] 양여리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부총무·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전문가들과 함께 갈수록 중요해지는 연속혈당측정(CGM)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릴레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연속혈당의 종류와 원리,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각 대상자별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속혈당을 활용한 진료방식 변화와 미래 당뇨병 관리의 그림을 그려볼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서문: 연속혈당측정(CGM),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시대 열린다
②24시간 혈당 파악하기, 연속혈당 어디까지 왔나
③1형 당뇨병, '연속혈당측정'이 최선인 임상적 근거는
④2형 당뇨병에도 혈당조절 네비게이션 역할
⑤진료실에서 경험: 연속혈당으로 바뀌는 환자들의 일상
⑥연속혈당, 당뇨병 약물처방의 새로운 패러다임되다

당화혈색소 위주의 당뇨병환자 진료 

[메디게이트뉴스] “안녕하세요. 저번 검사에 비해 당화혈색소가 6.7%에서 7.3%로 0.6%가 올랐네요. 평균혈당으로 20가까이 올라간 거에요. 무슨 변화가 있었나요?”
“교수님한테 혼날줄 알고 왔습니다. 그동안 바빠서 잘못한거 같아요. 과일을 많이 먹었나 봅니다. 운동도 안 한거 같고. 약 바꾸지 말아주세요. 다음에는 잘 하고 오겠습니다.” 

외래를 볼 때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 중에 하나입니다. 가끔 우리 환자분들은 본인의 상황인데도 '그랬던 거 같다'는 3인칭 관찰자 시점을 사용해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제가 의사인지 환자분의 고해성사를 받는 종교인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피검사를 하는날만 저한테 약간 혼나고(?) 다음부터 잘하겠다고 돌아가십니다.

지나간 혈당을 의사가 용서하면 끝나는 걸까요? 그러면 정말 좋겠지만 당화혈색소로 평가하는 지난 3개월은 온전히 고혈당에 노출된 지나간 과거라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에게 “왜 혈당이 올라간 거에요?”라고 되물어보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진료를 보는 의사는 피검사를 통해 단순히 지난 3개월 혈당이 올랐다는 결과만 아는 것이,고 보통은 식이나 운동문제, 약 순응도등 주요 원인들을 간단히 파악해보고 다른 피검사 수치랑 맞춰 보면서 생활습관이 안좋고 체중이 늘었는지 짐작을 하는 것입니다. 지난 생활이 반영된 혈당은 환자 본인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게 맞습니다.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자가혈당검사(SMBG, self-monitoring blood glucose) 검사를 잘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가혈당검사를 하면 또 혈당을 잘 알까요? 많은 환자들은 공복혈당만 측정하거나 혈당이 좋을 것 같을 때만 측정하는 등 혈당 측정에 편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수님 이상한데요. 제가 측정한 공복혈당은 계속 100미만으로 좋았거든요.” 환자가 이렇게 이야기 하시는데, 당화혈색소가 8.5%라면 저는 더 답답합니다. 당화혈색소가 저리 높다면 식후 혈당이 매우 나빴을 것이고, 그러면 혈당의 높낮이 차이도 더 심하며 합병증 위험도 더 높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항상 머리 속을 지나가지만 한정된 외래 시간에 저희는 가끔 환자를 설득하기를 멈추고 다음 3개월 뒤를 기약하고 헤어집니다.

연속혈당측정을 통해 어떤걸 알 수 있나?

이러한 혈당의 속사정을 잘 모른 채 그 평균값만 보고 당뇨병을 치료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속혈당측정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혈당을 5번째 바아탈 사인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연속혈당안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삶의 정보들이 들어있습니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지부터 시작해서 식사를 언제 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식사 시간은 일정한지, 간식은 얼마나 했는지, 얼마나 움직였고 어떤 운동을 했는지, 스트레스는 어떤지, 저혈당은 없었는지 등 연속혈당에는 혈당으로 대변되는 우리의 24시간의 생활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단순히 일회적으로 공복, 식후 등에 측정하는 손끝 자가혈당과 비교해 연속혈당에서는 특히 혈당 조절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는 식후 혈당의 패턴을 자세히 볼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식후에 혈당이 어떤 속도로 올라서 언제 피크를 찍는지 이후 고혈당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식이에 따른 차이는 어떠한지 등 우리는 아주 많은 정보를 알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연속혈당측정기를 달기만 해도 환자들의 혈당이 좋아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아무래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기 때문에 행동이 변화하게 되는데, 식이조절이 일어나고 운동은 더하게 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생활습관 조절도 매우 중요하지만, 연속혈당측정을 통해 의료진도 환자의 혈당패턴을 파악하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따라 맞춤형 약 처방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연속혈당 이용해 실제 진료시행해 보기 

한 환자가 외래에 당화혈색소가 높다는 이유로 내원했습니다. 평소에 본인이 측정하는 공복혈당은 80대 정도로 낮고 식이조절도 정말 철저하게 하는 데다, 식후에 꾸준히 유산소에 근력 운동도 열심히 하는 환자입니다.

그럼에도 당화혈색소가 매번 7.5%이상으로 높은 것에 대해 본인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모습이었습니다. 매번 식후 혈당측정을 권고했지만 직장생활로 바빠 실제로 많이 측정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저희 연속혈당측정기라는 거 한 번 해보실래요?” 이렇게 환자는 연속혈당측정을 하고 2주 뒤에 내원했습니다. “선생님 큰일인데요. 제가 이렇게 혈당이 높은줄 몰랐습니다.” 
 
(그림1)야간 저혈당과 높은 식후 혈당을 모두 보이는 연속혈당 그래프

현재 글리메피리드(glimepiride) 2mg qd, 메트포르민(metformin) 1000mg bid, DPP4억제제 3제로 혈당 조절 중인데, 연속혈당을 보면(그림 1) 생각지 못했던 야간 저혈당 있었고 식후 혈당은 250을 넘는 경우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식후 혈당은 먹는약으로는 어려워요.특히 환자분은 생활습관도 좋고 비만하지도 않지만 당뇨병이 오래 돼서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져서 그런걸로 보입니다. 식후혈당을 잡기위해 주사제이긴 하지만 GLP-1유사체를 사용해 봅시다.” 

지금 약제 조합에서 당화혈색소만 보았다면 글리메피리드의 증량도 가능한 상태이지만 연속혈당으로 파악한 혈당에서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환자와 같이 다양한 옵션에 대해 상의했고 GLP-1 유사체 사용을 결정해 약제를 조절했습니다. 주사제를 처음 시작하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 주저리주저리 설명할 것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림2)저혈당이 거의 없이 고혈당 비율이 높은 연속혈당 그래프

두 번째 환자도 마찬가지로 당화혈색소가 지속적으로 7.5~8.0%사이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알기위해 자가혈당을 측정해오라고 해도 계속 어렵다고 못하고 다음에는 잘하고 오겠다고 하시던 분입니다. 첫 번째 환자와 비슷한 약제 조합을 쓰는 분이나 시행한 연속혈당을 보면(그림2) 첫번째 환자와는 상반되게 공복혈당부터 모든 혈당이 높고 도리어 혈당 기복은 덜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설폰요소제 저용량을 쓰던 분으로 상의하에 전체 혈당을 다 떨어트릴 수 있도록 용량을 증량하는 것으로 조절을 했습니다.

두 환자 모두 약제 변경 후 변화된 연속혈당을 추가로 해도 좋았겠지만 비용문제로 하지 못했는데, 대신 연속혈당에서 주로 문제가 됐던 혈당을 더 측정하고 내원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환자는 식후혈당 위주로, 두 번째 환자는 공복혈당만이라도 측정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환자는 주로 식후 혈당이 200미만으로 들어오게 되자 공복혈당이 이전보다 올라갔음에도 만족하고 내원했습니다. 두 번째 환자분도 공복혈당을 측정하면서 약제가 변경된 효과를 확인하고 내원했습니다. 두 분 다 이후 외래에서 시행한 피검사상 호전된 당화혈색소를 확인했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같이하는 맞춤형 약처방

당뇨병 조절에서 생활습관 조절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의사의 역할은 환자가 바른 생활 습관을 가지고 갈 수 있게 알려주고 도와주는 측면이 크다면, 이후 혈당 문제 부분을 파악해 환자에게 맞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에서 의사의 역할은 더욱 커집니다.

다양한 당뇨병 약제들이 시작에 쏟아질수록 각 약제들의 다양한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적절한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요리의 간을 보고 단맛이 부족하면 설탕을 넣고 짠맛이 부족하면 소금을 넣듯 환자분의 혈당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을 써주는 것 인데요.

일반적인 당뇨병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어떤 환자에게 있어 당화혈색소가 높을 때 이후 어떤 약을 추가해야 하는지, 증량해야 하는지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것에서는 정해진 답은 없습니다.

결국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며 이때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예전에 보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속혈당은 환자 본인도 매일 혈당 패턴을 같이 파악하면서, 과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고 의사의 약처방 만을 받아가던 과거에서 본인의 문제점을 먼저 알고 내원해 같이 상의하고 이에 대한 약을 변경하는 모습으로의 진료 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기술 중 하나입니다. 

물론 아직은 비용적 문제, 피부트러블, 각 회사마다 따로 있는 웹사이트, EMR과 연동 등의 해결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연속혈당 사용이 가장 도움이 될만한 환자군부터 선별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본 당뇨병학회는 연속혈당측정기 사용 환자 유형을 지속 사용군과 간헐적 사용군으로 나눠서 제시하고 있습니다(표1).
 
(표 1)일본당뇨병학회 연속혈당 사용 유형 

1형 당뇨병 환자처럼 연속혈당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환자군(가장 이득을 많이 보는 환자군)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슐린 투여 시작이나 약제 치료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도 간헐적으로 연속혈당을 사용한다면 당화혈색소만 하는 경우보다 훨씬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연속혈당을 사용하다보면 결국 환자 본인의 혈당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기 때문에 쓸데없는 부분에서 시간 낭비없이 그 시간을 온전히 문제 상황에 대해서만 상의를 하면서 약물을 고를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합니다. 또한 이러한 이해와 상의를 바탕으로 한 의사 결정으로 환자는 더욱 의사를 신뢰하게 되고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게 돼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원동력을 줍니다. 

연속혈당측정을 기반으로 한 진료에서 아직은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진료는 결국 우리가 바라는 환자맞춤형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입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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