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없이 대화도 없다…의협은 'CCTV 강제화 비대위' 구성해 끝까지 투쟁하라"

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 의협의 안일한 대처 비판...정형·비뇨·가정·신경외과의사회장 총출동

(왼쪽부터) 대한개원의협의회 박기원 감사,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한동석 회장,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대한안과의사회 황홍석 회장,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종진 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 장현재 총무부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CCTV 법안을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서 회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투쟁을 포기하고는 대화도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CCTV 강제화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요구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각 전문과 의사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의 폐기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4일 오후 2시 용산 의협회관에서 '수술실 CCTV 설치 강제화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했다. 

김 회장은 "법안의 유예기간이 2년이지만 준비하는데 시간을 걸린다. 복지부가 시행령을 내놓은 다음이 아니라 의협이 개원의단체, 학회 등과 함께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라며 "나아가 면허강탈법, 간호사법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투쟁체를 발족해 투쟁이 필요할 경우의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투쟁을 포기하고 대화를 할 수는 없다. 대화를 하려면 투쟁의 힘이 분명히 받쳐줘야 한다"라며 "회원들이 투쟁체를 만드는데 대한 피로감이 있더라도 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다가 의사면허 강탈법이 통과되면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의협은 비대위 구성해야…방어가 아닌 의료계의 주장을 위한 파업 필요" 

김 회장은 최근 보건의료노조와 정부와의 합의문을 참고해 의협도 방어를 위해서가 아닌 원가 이하의 수가 인상을 주장하기 위한 파업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보건의료노조와 정부와의 합의문은 마치 하나의 법안처럼 아주 꼼꼼하게 만들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의사인력 증원까지 담았다”라며 “의협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 때 이를 방어하려고 파업을 해왔다. 하지만 다른 단체는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파업을 하고, 자신들의 위치나 금전적 문제에 대해 과감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우리나라 의사들의 파업과 외국 의사들이나 다른 보건의료단체의 파업이 전혀 다르다. 앞으로 의협이 파업을 한다면 원가 이하의 수가를 정상화해달라는 공격적인 주장으로 파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CCTV법이 통과되고 나서 패배적 감상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협이 단순히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지만 이것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CCTV설치법의 부작용은 정말 심각하다. 국민의 건강권에 해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를 깨트리는 법안이다”라며 "수술실은 범죄 현장이 됐다. 의사는 감시의 대상이라는 인식만 심어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찬성하는 시민단체나 국회의원들은 성범죄나 청탁 시비가 발생한 모든 곳에 공정하게 CCTV설치를 주장해야 한다"라며 "의사들에게 적용하려는 것을 똑같이 고위공직자, 지자체장, 공무원 등의 직무실에 우선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수술실 CCTV로 앞으로 수술할 의사들이 사라질 것이고 전공의들이 수술과 전공을 기피할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라며 "보여줘서는 안될 영상 유출에 대한 피해도 심각해질 것이며, CCTV 설치 비용 외에 유지보수 비용도 많이 들 것"으로 우려했다. 

김 회장은 국회를 상대로 “의협은 재적 183인 중 찬성 135인, 반대 24인, 기권 24인 국회의원 명단을 정리해 회원 전체에게 통보해야 한다. 의협 회원은 각 지역 국회의원 사무실에 항의 방문하고 국민 건강권에 직결되는 의료관련 법안이 정치에 휘둘리지 않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협은 세계의사회에 공문을 보내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환자와 의사의 심각한 인권침해의 CCTV강제화가 세계 최초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리고 세계의사회 및 각국 의사단체와 공조해 부당한 법이 폐기되도록 해야 한다”라며 "무자격자(UA)의 불법수술은 법정 최고형으로 처벌해야 하며, 이를 막으면 자연스럽게 대리수술도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형외과·비뇨의학과·가정의학과·신경외과의사회 회장들도 한목소리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이태연 회장은 실제로 자신의 병원 봉직의가 수술실 CCTV 설치법이 통과된 다음날 사직한다는 의사를 밝힌 사례를 설명했다. 이런 사례를 토대로 수많은 외과계 의사들이 수술실을 떠나고 수술과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정형외과를 전공하기 위해 8년동안 트레이닝을 받고 이 병원에서 4년을 근무했던 봉직의가 12년간 했던 수술을 접겠다고 했다. 외과의사가 한번 칼을 놓게 되면 다시 잡기가 힘들다”라며 “갈수록 외과계 의사들은 환자들과의 트러블을 견디기 힘들어 한다. 환자들의 불만 강도가 커지면서 작은 문제에도 의료진에게 불만을 호소하고 소송과 배상을 요구하는 사회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은 “수술실은 외과계 의사들이 하루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다. 머리 위에 감시를 위한 CCTV가 하루종일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라며 "손님들이 요리사의 요리를 잘하고 있는지 CCTV를 확인하게 되는 것과 다름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안은 미국의 1/20, 일본의 1/5, 대만의 1/2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세계 최저 수술수가에 시달리는 외과계 의사들에게 수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강력한 명분이 될 것이다”라며 “CCTV 설치로 인해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은 늘고 배상금액은 천문학적으로 커지고 의료소송을 부채질할 소송브로커가 판을 칠 것”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리수술 문제가 많이 불거지면서 의료계 동료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환자들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호소해왔다"라며 "하지만 의료계가 불신이나 감시가 아니라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이종진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를 위한 법안이냐는 것인데, 엄연히 환자를 위한 법안은 위한 법안이 아니다”라며 "극히 일부 일탈을 저지르는 의사들에 의해 대리수술 문제가 생겼다. CCTV 촬영에서도 마찬가지로 일부 일탈이 발생할 수 있고 CCTV가 없을 때 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화장실 몰래카메라와 다를 바 없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은 “과한 규제는 항상 정치권이 부화뇌동해서 일어날 뿐이다. 의사로서 선택권이 주어져야 한다”라며 “CCTV설치를 원하는 의사가 있다면 설치해도 좋은데 반대로 거부할 권리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 CCTV가 설치된 데서만 수술을 받겠다고 하면 그런 의사를 찾으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개원의협의회 장영록 법제부회장

개원의협의회 장영록 법제부회장은 “외과계 외에 가정의학과나 내과도 이 법에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수면마취도 CCTV 설치 의무화에 포함될 수 있다”라며 “CCTV로 수술 부위가 정확히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법의 취지인 의료과실이나 범죄 행위를 규명하기 위한 객관적인 증거자료가 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장 부회장은 “감시와 통제는 과거 군사독재와 권위주의의 발상일 뿐이다.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자신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감시당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며 "수술실에서 의사들이 집중하려고 화를 내고 고함을 치는 일도 있다. 잘못하다간 비수술적인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나 의료분쟁이 생길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만 법으로 CCTV를 강제로 설치하는 것은 국제적인 치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한동석 회장은 “대리수술은 범죄이고 정상적인 사회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일련의 대리수술이나 성추행이 의료계에서 몇 건 일어나지 않는다”라며 “단지 몇 건의 사례로 CCTV를 통해 나머지 전체 의사들을 감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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