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 폭행 반의사불벌죄·주취자 처벌 감경 조항 삭제, 의료법 개정안 환영"

의협, 국회 발의된 법안에 입장 발표…안전 전담인력 배치 법안은 지원책 건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의사협회가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삭제와 주취자 처벌 경감 조항 삭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16일 밝혔다. 다만 의협은 의료기관 내 안전 전담인력 배치에 대해서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며 재검토 의견을 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위원장(자유한국당)은 의료기관 내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법죄 조항과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 경감을 없애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의료진을 폭행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명수 위원장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상태에서 폭행할 경우 형을 감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병원 내 폭행을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은 “원래 반의사불벌죄는 친고죄(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해도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규정)로 하면 피해자의 후환을 두려워해서 가해자가 고소하지 못하는 사정을 고려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당사자 간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분쟁을 해결하고 존중하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의협은 “그러나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해당 범죄를 경미한 범죄로 인식시키는 문제가 있다. 수사기관으로부터 피해자와 가해자의 합의를 유도해 사건을 종결시키게 하고, 국민들에게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해 형벌 예방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법 제87조의 반의사불벌죄는 범죄 발생을 예방하려는 본래 취지를 상실하고 실제 사건이 발생할 때 경미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주취 행위로 인한 심신미약은 형법 제10조가 규정하는 형 감경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라며 “이는 자유의사에 따른 결과책임을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으며, 최근 이에 대한 비판여론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협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술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주류 소비량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의협은 “주취자의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응급의료 방해 행위 신고·고소건수 893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604건에 해당하는 사건의 가해자가 주취 상태로 파악됐다. 응급실에서의 주취자의 폭력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현행 형법은 제10조 제2항에서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3항(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음주로 인한 인사불성 상태도 심신미약 상태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의협은 “의료기관 내 폭력 사건 가해자가 주취 상태일 때가 많아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개정안과 같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형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주취자 폭력 범죄는 응급의료 종사자 외에 다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에 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의협은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안전전담 인력 배치 의무화에 대해서는 재검토 의견을 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바른미래당)은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하고 응급실에는 청원경찰을 적절히 배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협은 “경비원은 타인에 대한 위력이나 물리력의 행사가 금지되는 제한된 경비업무 범위 내에서 경비원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경비원을 안전 전담인력으로 둔다면 실제 폭력 사건의 사전예방과 사후대처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응급실 청원경찰 배치에서는 별도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의협은 “민간 시설과 사업장은 비용부담으로 청원경찰을 배치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별도 지원책 없이 청원경찰을 두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없다. 청원경찰 배치를 위한 지원책을 함께 두거나, 일반경찰이 응급실에 상주하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인숙 의원(자유한국당)은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삭제하고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응급의료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종필 의원(자유한국당)도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 등을 파괴 손상 또는 점거한 사람의 처벌을 벌금형 없이 징역 10년 이하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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