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연구자 의사 상대 1000억원대 소송 휘말려…자기자본 대비 5.2% 규모

원고는 설현욱 신경과 원장(서울성의학클리닉), 높은 인지대로 펀드식 투자자 모집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유한양행이 최근 1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렸다.

유한양행은 최근 공시를 통해 원고 설현욱 신경과 원장(서울성의학클리닉)이 최근 손배소(사건번호 2019가합591155) 청구 취지를 변경, 유한양행과의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에 관한 위반, 불법 행위 등을 주장하면서 1000억원대 배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오늘(11일) 1심 변론기일이 열린다.

이중 10억원은 이 사건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290억원은 2022년 11월 16일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500억원은 2022년 12월 26일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200억원에 대해서는 2023년1월6일자 청구취지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것을 청구했다. 이는 가집행할 수 있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청구 금액인 1000억원은 유한양행의 자기자본(1조9359억원)의 5.1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07년 유한양행이 성전문의 설현욱 박사와 조루증치료제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발단이다.

이후 지난 2009년 유한양행과 설현욱 박사는 공동으로 '조루증 치료를 위한 경구용 의약 조성물' 특허를 출원했다. 이후 2013년에 특허등록에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발명은 클로미프라민(Clomipramine) 또는 이의 약학적으로 허용 가능한 염, 서트랄린(Sertraline)또는 이의 약학적으로 허용 가능한 염, 플루오세틴(Fluoxetine) 또는 이의 약학적으로 허용 가능한 염을 포함하는 조루증 치료를 위한 경구용 의약 조성물이다. 

이는 각각의 개별 유효 성분들이 조루증 치료를 목적으로 투여할 경우에 수반되는 오심 및 구토, 강한 졸림 및 진정효과, 각성 효과, 체중감소 등 부작용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으며, 투여량을 최적화해 조루증 치료효과가 최대화된 경구용 의약 조성물을 제공한다고 출원인(유한양행·설현욱) 측이 밝혔다.

양측은 특허를 기반으로 조루증 치료제를 공동개발하기로 했으나, 2019년 유한양행 측이 이를 해지했다. 유한양행은 현재 비뇨생식기관용약 중 전립선비대증, 발기부전 치료제 등만 공급하고 있을 뿐 조루증 치료제는 없다. 조루증은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빠르게 일어나는 것이고, 발기부전은 발기 자체가 잘 되지 않아 성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설 원장 측은 "공동연구 및 기술이전 계약에 관한 위반이며 불법 행위"라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소송이 지속돼오다가 최근 청구취지 변경을 신청한 것이다.

설 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클리닉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기술가치에 따라 비용을 결정한 이유를 밝히고, 높은 소송비용으로 인해 인지대가 높아진만큼 펀드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바 있다.

설 원장은 "유한양행과 상용화계약까지 맺었지만 계약 해지로 무효화됐다. 4년간 소송을 진행 중이며, 재판부가 손해감정을 지시해 시행한 결과 국제특허를 받은 조루신약(후보물질)의 기술가치가 2931억2700만원이었다"면서 "이에 대한 인지대가 0.35%로 이에 대한 투자자를 모집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할 수 있는 액수는 1000만원 이상 1억원 이하로, 투자금은 돈이 입금되는대로 2배 환급하며, 재판 지연 등으로 손해 회복 시일이 오래 걸릴 경우 연 20%의 이자를 추가 지급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유한양행 측은 "당사는 원고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명확한 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당사는 본 건과 관련해 기선임된 소송대리인을 통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향후 소송 진행 상황에 따라 원고의 청구금액은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유한양행은 대형 제약사들 중에서도 공동연구, 지분투자, 조인트벤처, 기술이전(라이센스인) 등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히 진행해왔다. 특히 국산 31호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는 오스코텍과의 오픈이노베이션의 산물로, 현재도 제2, 제3의 렉라자를 찾기 위해 적극적인 협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에만 바이오혁신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프로젠과의 업무협약,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위한 관련 기업 에이투젠의 지분 인수, 신약 후보물질 개발을 위한 에이프릴바이오와의 공동연구개발 계약 등을 잇따라 체결했다. 

또한 지난해 6월에는 mRNA 플랫폼 기술 확보를 위해 이화여대 이혁진 교수 연구팀, 미국 신시내티 대학 이주엽 교수 연구팀 등 학계와 손을 잡았고, 4월에는 임상전략개발서비스 제공 기업 메디라마에 전략적 투자자로도 참여했다. 이외에도 업테라, 파로스아이바이오 등과도 신약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다만 지난해 항암제, 만성질환에 이어 CNS(central nervous system·중추 신경계) 분야를 중점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과 달리, 뇌질환 전문 바이오벤처 아임뉴런 바이오사이언스와 지난 2020년 2월 체결한 뇌질환 관련 신약후보물질 3종에 대한 공동연구 계약을 해지했다.

아임뉴런은 지난 2019년 4월 성균관대 교수진과 유한양행 출신의 김한주 대표가 설립한 연구소 기업으로, 뇌혈관 장벽(BBB) 투과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3개의 뇌암, 뇌질환분야 파이프라인을 비롯해 약물의 뇌혈관 장벽 투과성을 정량 측정하는 체내(in vivo) 라이브 이미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아임뉴런에 대한 투자를 이어온 동시에 CNS를 2022년도 핵심 키워드로 꺼내든 유한양행이 불과 2년만에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해지한 가운데, 유한양행 측은 "비임상(전임상)에 들어가기 전 후보물질 탐색과정에서 유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 12억원의 계약금 손해에도 후보물질 도입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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