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R&D 투자, 2022년에도 이어진다

유한양행 올해 CNS 분야 확장·녹십자 희귀질환·혈액제제 집중 유지·종근당 내부 역량 강화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 대형제약사들이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분야 진출·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라이선스인, M&A, 공동연구 등 오픈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외연을 확장하거나 전문성 확장, 내부 역량 강화 방향으로 바이오 투자와 R&D를 추진하는 등 그 방식은 다양하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한 오픈이노베이션? 유한양행

유한양행은 경기도 용인의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혁신신약과 개량신약, 원료의약품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미래성장 기반인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약 10% 내외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5년 초 9개였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현재 30개로 증가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외부 공동연구과제로 이뤄져 있다.

자체 연구역량 강화와 함께 지난 2015년부터 신약개발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6년간 사업다각화와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투자한 곳이 34개사, 금액은 4000억여원에 이른다. 이중 바이오벤처에 2468억원을 투자해 단기간 내 신약개발 역량을 끌어올려 체질개선에 힘을 쏟았다.
 
사진 = 유한양행 오픈이노베이션 전략(IR 자료 발췌)

이 같은 오픈이노베이션 추진을 통해 R&D 협력을 확대하고, 해외거래선과의 파트너십을 제고해 보다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제 유한양행은 지난 2019년에 이어 지난해 1분기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에 투자를 단행했으며, 지난해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통주 30만3030주를 주당 3만3000원에 취득했다. 또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이중융합단백질 플랫폼 GI-SMART을 활용해 개발한 알레르기 신약 후보물질인 GI-301을 1조4000억원에 도입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 관계사 지아이바이옴에 전략적 투자(SI)를 단행했으며, 항암 신약을 포함해 다양한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협업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에이프릴바이오에도 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고, 양사는 종양세포가 발현하는 HER2와 면역세포 활성수용체인 4-1BB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YH32367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해당 후보물질에 대한 비임상 효능과 독성시험 결과 포스터를 유럽종양학회(ESMO) 2021에서 발표했으며, 올해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에는 지난해 20억원을 투자했고, 유한양행과 아임뉴런, 삼성서울병원 등은 산학융합 뇌질환 R&BD 생태계 구축사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신개념 치료기술과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뇌질환·유전자질환·암 등 난치질환의 환자 맞춤형 정밀의학 관련 의료 및 보건학술 기술정보 교류 ▲신개념 치료기술을 통한 과제발굴 및 공동연구 ▲혁신신약 공동개발 상호협력 등을 추진 중이다.

이외에도 에스엘백시젠에 30억원을 들여 신규 출자(지분율 3.2%)를 했으며, 에임드바이오와 테라베스트에도 각각 30억원, 프로큐라티오 20억원, 지엔티파마 10억원 등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유한양행 측은 "이익이 나면 회수 후 다시 재투자를 하는 선순환 방향으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해마다 트렌드를 반영해 특정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반려동물이었다면 올해는 CNS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유한양행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하는 에스비바이오팜에 70억원, 네오딘바이오벳에 65억원을 투자했으며, 주노랩은 3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 인지기능장애 치료제와 사료 등 관련 사업을 런칭했다.

올해 CNS에 대한 중점적인 투자에 앞서 지난해말 유한양행과 성균관대학교,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미래지향적인 산학융합 뇌질환 R&BD 생태계 조성과 차별화된 산학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CNS 연구센터 및 Fablab동 신축에 나섰다. CNS연구센터 및 FabLab동에는 뇌과학 등 미래유망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최첨단 연구시설 및 실험동물센터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한양행 측은 "올해는 지속형비만치료제와 위장관신약, 알레르기 치료제 등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한 임상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 해외 라이센싱 강화,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 R&D역량·첨단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미래성장의 기반을 공고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GC녹십자, 희귀의약품 분야 차세대 글로벌 플레이어 도약 "제2, 제3의 헌터라제 성공 신화 만든다"

GC녹십자는 지난 2012년 글로벌 희귀의약품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제2, 제3의 헌터라제를 개발해 나가고 있다.

일환으로 지난해 미국, 일본의 산·학과 총 3건의 희귀질환 관련 계약을 진행했다.
 
표 = 지난해 희귀질환 관련 외부 계약 체결 내역(녹십자 제공).

지난해 7월 녹십자는 미럼 파마슈티컬스의 소아 희귀간질환 신약 마리릭시뱃(Maralixibat)에 대한 국내 개발·상용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알라질 증후군(ALGS), 진행성 가족성 간내 담즙정체증(PFIC), 담도 폐쇄증(BA) 등 희귀질환을 적응증으로 미국·유럽 허가 절차와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약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ALGS과 BA에 대해서는 간이식 외 허가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녹십자 측은 "내년 ALGS을 시작으로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순차적인 국내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이와 함께 유전성 신경퇴행 질환에 대한 두 가지 공동 연구·개발 계약도 맺었다"고 밝혔다.
 
또한 녹십자는 미국 스페라젠과는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에 대한 혁신신약(First-in-Class)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S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체내 효소 부족으로 인한 희귀질환으로 뇌전증 및 운동 능력∙지적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평균 백만명 중 한 명 꼴로 만 1세 전후에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계약을 통해 GC녹십자는 스페라젠으로부터 SSADHD 단백질 생산 관련 특허 권리를 부여 받으며, 스페라젠은 미국 현지에서 FDA의 맞춤형 약물 개발 회의 절차 및 신규 환자 확보를 위한 신생아 스크리닝 과정을 맡는다.

이외에도 GC녹십자는 일본 돗토리대학교와 GM1 강글리오시드증의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 질환은 신경퇴행과 함께 발작, 근육 약화등이 동반되며, 일반적으로 6세 미만의 소아기에서 10만명 당 1명 꼴로 발병된다. 

양측은 GM1 강글리오시드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규 후보 물질 발굴을 목표로 협력하며, 임상시험부터는 GC녹십자가 단독으로 진행해 추후 글로벌 상업화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SSADHD와 GM1 강글리오시드증 모두 시장에 출시된 치료제가 없다.

올해도 GC녹십자는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희귀의약품과 혈액제제, 백신 분야에 대한 R&D를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간다.

회사 측은 지난해 8월 유전자 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중국 상품명: 녹인지)의 중국 품목 허가 승인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연달아 희귀의약품의 허가가 이어지며 중국 내 희귀의약품 시장 공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린진에프의 중국 허가는 국내에서 개발된 유전자 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로는 처음이다.

GC녹십자는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희귀의약품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시장은 혁신신약(First in class) 약물 개발 시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국가별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이 다수 존재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동일계열 제품 중 최초 시판허가 승인 시 7년 독점권 부여 등 희귀의약품의 신속한 승인을 위한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중국 역시 최근 희귀질환 개발 특혜 제도를 도입하며 시장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희귀질환 전문 학술지(Orphanet journal of rare diseases)에 따르면, 여타 치료제 임상시험과 비교해 희귀의약품은 약 30% 이상의 임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적절한 자금을 통한 글로벌 딜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이 가장 적합한 분야로 분석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는 지난 2019년 백신, 혈액제제와 함께 희귀의약품을 R&D 3대 과제로 설정하면서, 희귀질환 영역이 약물 개발 속도 및 시장 성장성 등 여러 부문에서 매력도가 높은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허 대표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RED(Research & Early Development) 본부를 활용해 이 분야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근당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 지속…다만 자체 파이프라인 확장 위한 내부 역량 다지기에 몰두
 
사진 = 종근당과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OTTO의 합작법인 CKD OTTO 전경(종근당 제공).

종근당은 올해 국내 대형제약사와는 다른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신기술이나 의료기기 등 완전히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외부적인 투자를 활용하지만, 유관분야이자 연구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바이오분야는 자체적인 R&D 역량을 투입해 해외임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성과를 톡톡히 봤다. 미국 바이오벤처 카라테라퓨틱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요독성 소양증 치료제 CR-845에 대한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종근당은 지난 2012년 카라테라퓨틱스와 CR-845의 국내 독점개발 및 판매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의약품 개발에 참여해왔다.

지난해는 매출액의 11.5%인 15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매출액의 12% 이상을 투자해 현재 개발중인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개량신약 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종근당 측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현재 유럽에서 임상중인 샤르코마리투스 치료제 CKD-510, 이상지질혈증치료제 CKD-508, 항암이중항체 바이오신약 CKD-702 등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본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출시돼 일본, 중동 등에 수출하고 있는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의 수출을 확대하고 종근당의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로 지난 7월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CKD-701도 글로벌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다. CKD-701는 루센티스의 바이오시밀러로, 최근 국내 임상3상을 마치고 마지막 관문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심사 단계만 앞두고 있다. 

또한 종근당의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OTTO의 합작법인인 CKD-OTTO를 통한 글로벌 항암제 시장 진출도 더욱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1월에는 CKD OTTO가 알제리 최대 국영 제약사 사이달(Saidal)사와 3200만불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항암주사제를 알제리에 수출한다. 

종근당 측은 "올해에도 바이오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연구인력도 확충할 예정이지만, 별도의 바이오 기업의 투자나 오픈 이노베이션 확장 보다는 내부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면서 "현재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해 상용화를 앞당겨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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