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사망률 선진국 대비 2~3배↑, 사망률 낮추려면 학회·국민·정부 공동 노력해야

중환자의학회, 9월 13일 '패혈증의 날'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한 대국민 홍보

"모든 중환자실은 패혈증 신속 대응 역량 갖춰야"…질적 성장과 인력 지원 건의

▲(왼쪽부터)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석경 총무이사, 홍성진 회장, 김제형 기획이사 

“갑자기 열이 나거나 감기 기운이 생기거나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여러 가지 질환 중에서 패혈증일 수 있다. 패혈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면 사망률이 개선될 것이다.”(대한중환자의학회 홍성진 회장)  

“우리나라 중환자실은 1000군데가 넘는다. 그런데도 패혈증을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적어도 42개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은 적어도 선진국 수준으로 갖춰야 한다."(대한중환자의학회 김제형 기획이사)   

대한중환자의학회는 9월 13일 ‘패혈증의 날’을 맞아 하루 전날인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패혈증 인식 개선을 위한 연구와 홍보, 대정부 건의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패혈증 흔한 질환이지만 인식은 저조, 연구사업 추진 
 
▲(왼쪽부터)박소영 홍보위원, 이재명 홍보위원, 강민창 홍보위원
패혈증은 중환자실의 가장 흔한 질환이다. 감염에 의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발생하고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패혈증은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40~70%에 이른다. 가령 폐렴이나 요로감염과 같은 급성감염이 발생했을 때 감염균 혹은 염증반응이 몸 전체에 퍼지면서 혈압이 감소하고 주요 장기의 기능 손상이 발생한다.

중환자의학회 홍성진 회장은 “패혈증은 생존 가능한 질환으로 중환자실의 중요한 지표가 되는 질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민들의 패혈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예방과 치료를 위한 홍보 활동도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중환자의학회는 우선 패혈증에 대한 국내 연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한국패혈증연구회를 발족해 전향적 연구 외에 후향적 연구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서 패혈증과 관련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추출해 패혈증 사망률을 낮추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박성훈 홍보위원은 “한달동안 전국 패혈증에 대한 역학조사를 해보고자 한다. 전
▲박성훈 홍보위원, 정재승 홍보이사, 이상형 부회장 
향적 연구 사업을 진행한 데 이어 연구회를 통해 후향적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제형 기획이사는 “패혈증 환자의 상당수는 젊은 연령까지 노출되고 있다. 패혈증에 걸렸다가 살아나더라도 상당기간동안 장애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패혈증은 사회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박소영 홍보위원은 “지방 병원이 패혈증 환자를 곧바로 대처하지 못해 요양병원으로 가게 된 환자가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패혈증 치료 차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경 총무이사는 “세계 패혈증의 날은 국민들이 패혈증을 인지하지 못하고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국민들은 물론 의료진들도 패혈증 조기 진단을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패혈증 사망률, 여전히 선진국의 2~3배 

미국 역학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 발생률은 지난 21년간 매년 8.7%씩 늘었다. 하지만 전체 사망률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패혈증이 공공의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실천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경우 2001년 패혈증 사망률은 28.6%였지만 사망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호주 뉴질랜드의 역학연구에서도 중증패혈증 사망률은 지난 13년 동안 35.0%에서 18.4%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아시아의 자료를 보면 여전히 패혈증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16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Management of severe sepsis in patients admitted to Asian intensive care units; prospective cohort study, MOSAICS)에서 중증 패혈증 환자의 사망률이 44.5%였고, 우리나라의 사망률은 34.3%였다. 

중환자의학회는 “우리나라의 패혈증 사망률은 아직 선진국의 2~3배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결핵 통계와 비교하면, 패혈증발생률은 결핵 신환 발생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사망률은 결핵 사망률(6.2%, 2013년)의 6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70차 회의를 통해 패혈증으로 인한 전세계 질병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패혈증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는 대중들에게 패혈증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킬 것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적절하고 효과적인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것 감염예방과 조절에 최선을 다할 것 등이다. 

특히 세계패혈증연맹(Global Sepsis Alliance, GSA)은 패혈증과 관련된 수치가 대부분 선진국 자료로부터 나온 것으로, 패혈증 부담이 훨씬 큰 개도국이나 후진국을 고려하면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후진국일수록 의료자원의 접근이 어렵지만 대신 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한 캠패인을 통해 사망률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환자의학회는 “올해 4월 16일 ‘패혈증관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정부 차원의 대책이 세워지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이 현실화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민간에서의 선제적인 활동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패혈증법은 국가가 패혈증의 예방, 관리 및 연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 시행해  패혈증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국민건강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패혈증 사망률을 낮추려면 중환자실 질적 성장·인력 지원해야  

패혈증 사망률을 낮추려면 패혈증 환자를 진료하는 국내 모든 중환자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치료 환경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중환자의학회는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 TFT를 조직하고 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 및 중환자실 등급화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김제형 기획이사는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중환자 적정성 평가 1등급을 받은 중환자실이 3년 전 12개에서 지금에 64개로 5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최근 발표된 중환자실 적정성 2차평가결과, 1차 대비 종합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종별이나 기관별 편차는 여전했다. 종합점수는 전체 평균 58.2점에서 69.2점으로 11점이 상승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96.7점(최소80.5~최대100), 종합병원은 64.2점(최소18.5~최대100)이었다. 

전반적으로 지표충족률이 높은 지표가 발생했는데, '중환자 진료 프로토콜 구비율'은 평균 95.4%로 전 차수대비 12.5%p가 늘었다. '심부정맥 혈전증 예방요법 실시 환자비율'의 기관당평균은 88.6%로 전 차수대비 16.3%p 증가했다. 

전체 중환자실의 인공 호흡기 적용 환자중심부정맥 혈전증 예방 요법 실시비율은 97.9%로 대부분의 중환자실에서 잘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간호사 1인당 중환자실 병상수'는 중환자실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나 1차 대비 거의 변동이 없었다. 패혈증 사망에는 인력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여기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상형 부회장은 “중환자실 수가체계 개선과 등급화가 필요하다. 중환자실을 운영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개선하고 검사 삭감을 줄여야 한다"라며 "중환자실 운영과 패혈증 치료를 위해 정부가 예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석경 총무이사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제 데이터가 나와야 하고 여기에 대한 정책이나 개선점이 나와야 한다. 동시에 국민 홍보를 통해 인식을 확산하겠다"고 말했다.   
임솔 기자 ([email protected])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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