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과거에 비해 잠을 못 자는 것이 질병이라는 인식이 높아졌고, 단순히 수면제를 처방받는 것이 아니라 검사를 통해 본인이 왜 잠을 못 자는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따른 불안감이나 잘못된 습관 때문에 잠들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황경진 교수는 7월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꿀잠 프로젝트 '슬립테크 2021' 대한수면연구학회 특별세미나에서 'TV를 켜놓고 자도 될까요 - 불면증에 대한 A to Z'를 주제로 강연한다.
황 교수는 강연을 통해 ▲수면제를 먹는 것은 위험하나요? ▲TV를 켜놓고 자도 될까요? ▲운동을 실컷 하고 나도 잠이 안오면 어떻게 하나요? ▲열대야때문에 잠들기 힘들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등과 같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풀어나갈 예정이다.
- 잠에 대한 최근 사람들의 인식은 어떠한가?
과거에는 '자면서 코를 좀 골 수 있지'라고 하거나 잠을 못자 힘든 것을 '배부른 소리'로 취급했지만, 지금은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면의 질에 대한 고민도 함께 많아졌다. 코골이가 심뇌혈관질환에 영향을 주고 불면증이 치매와 관련 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밝혀지고, 환자들이 이런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반드시 고쳐야겠다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 불면증 환자의 유병률은 얼마나 되는가?
불면증의 유병률은 10~40%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 데이터에 따르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불면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만큼 누구나 한 번 쯤 겪을 수 있는 흔한 병이다. 불면증이 생겼을 때 이것이 중한 병이고 평생 가져가야 하는 병이며, 자신의 인생이 망가질 것이라 생각하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흔한 병이 자신에게도 왔고, 이 순간을 어떻게 슬기롭게 넘겨 만성화시키지 않을까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진료실에서 만나는 불면증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대학병원에는 이미 3~4가지 이상 약을 써봤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수면위생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만 먹거나,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 등 다른 원인 질병을 치료하지 않고 불면증 약만 먹어 잠을 못 자는 환자들이 많다. 원인이 있는 불면증이면 원인을 찾아 고치고, 아니면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 잘못된 수면 습관 또는 인식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대표적인 잘못된 습관으로 텔레비전을 보거나 술을 마시면서 잠을 자는 것을 들 수 있다.
그 외에 불면증 약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물에 대한 의존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나 처방받기 전 의사와 충분히 상의를 한다면 의존성이 덜 생기는 용량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약을 먹으면 치매가 온다는 오해도 있다. 그러나 예전에 비해 약의 안전성이 매우 좋아졌고, 인지기능장애는 오히려 수면이 부족했을 때 뇌 청소가 안 되면서 더 많이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약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거부감보다는 잠을 잘 자는 것이 첫 번째라 생각하면 될 것같다. 안정적으로 약을 먹는다면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불면증 약은 평생 먹어야 하는가?
실제로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약을 끊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지행동치료를 많이 한다. 본인의 수면습관을 돌아보고 잘못하고 있는 것을 고치는 한편, 많이 깨어있는 과각성 상태를 일으킬만한 요인들(예: 다음날 약속에 대한 불안감, 낮 동안 있었던 스트레스 등)을 줄이는 치료를 통해 불면증 약을 끊는게 우리의 목표다. 다만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약물치료와 함께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불면증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하루 못 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꼭 당부하고 싶다. 불면증 환자는 잠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오늘 못 잤으니 내일은 일을 못 할거야', '잠을 못 잤는데 발표할 때 버벅거리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런 것들은 다 불면증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알아줬으면 한다. 못 잔다고 큰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충분히 사회생활을 훨씬 더 잘 할 수 있다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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