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립테크] 잠 못드는 밤, 불면증 아닌 '일주기 리듬' 장애일 수도

임희진 동탄성심병원 교수 대한수면연구학회 특별강연... 야행성이 나쁜건가요? 수면 패턴으로 알아보는 일주기 리듬 장애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다른 이들이 모두 잠든 밤늦은 시간까지 잠을 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을 불면증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임희진 교수(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는 먼저 본인의 ‘일주기 리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슬립테크 2021’ 에서 ‘야행성이 나쁜건가요?수면 패턴으로 알아보는 일주기 리듬 장애’를 주제로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메디게이트뉴스는 임희진 교수를 미리 만나 일주기 리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주기 리듬은 지구 자전 주기에 맞게 우리 몸 속에도 24시간 주기의 ‘생체시계’가 있다는 개념이다. 실제 지난 2017년 생체시계 유전자(Clock gene)를 발견한 과학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으며 주목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처럼 통상적인 24시간 주기에 맞거나, 맞지않더라도 맞춰가며 생활할 수 있다. 아침 일찍 눈을 뜨고 너무 늦지 않은 밤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패턴이다. 하지만 이런 주기에 좀체 적응하지 못하는 ‘일주기 리듬 장애’ 환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어 오전 느지막한 시간에 눈을 뜨는 ‘올빼미형’ 인간이다. 이들은 늦은 새벽이 돼서야 수면을 취하며 깨우는 사람이 없으면 해가 중천에 뜬 시간이 돼서야 일어난다. 반대로 초저녁에 잠이 들어 밤 늦은 시간이나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는 '종달새형' 인간도 있다. 

임 교수는 “올빼미형 인간들에게는 밤 9~10시가 한낮인 셈”이라며 “결국 더 늦은 시간에 자게 되고 깨우지 않으면 오전 11시~12시까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또 밤에 잠이 안 오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일주기 리듬이 뒤로 약간 밀려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주기 리듬 장애로 고통받는 올빼미형 인간들은 건강상에도 빨간불이 켜질 위험이 크다. 밤에 잠이 오지 않다보니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며, 술, 담배, 커피도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이 소비한다. 비만과 당뇨,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우울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환자나 의료진들은 이 같은 일주기 리듬 장애를 불면증으로 오판하고 수면제 등 잘못된 치료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이런 사람들에게 수면제를 처방하는 것은 억지로 잠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밀려져 있는 일주기를 앞으로 당겨주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주기 리듬 장애는 낮 시간 동안 ‘빛’을 활용해 뇌의 시상하부 내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인공적으로 강한 빛을 쪼일 수 있는 라이트박스(light box)를 사용해도 되지만, 태양을 바라보고 앉아 햇빛을 쬐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같은 원리로 밤에 빛이 강한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일주기 리듬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외에 멜라토닌을 처방하기도 하는데, 과거에는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큰 편이었지만 최근 급여화가 되면서 접근성이 높아졌다.

끝으로 임 교수는 잠을 자지 못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의료진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면제를 처방하는 간편한 방식을 택하기 쉽지만 적절한 치료를 위해선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필수라는 것이다.

그는 “잠을 자지 못 하는 이유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며 “무조건 잠을 잘 자게 하려고만 하지 말고 환자의 수면 패턴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자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왜 수면 패턴이 바뀌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과정에서 심리적인 문제, 일주기 리듬의 문제를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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