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코로나19 중증환자 20일 퇴실 기준 논란
의학은 통계의 학문이다. 같은 병이라도 환자의 상태는 모두 다 조금씩 다르고, 부작용도 다르며, 같은 약을 썼을 때의 효과도 모두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들을 통계를 내고 평균을 낸다. 그 통계와 그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연구로 의학은 조금씩 발전해 왔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뼈저리게 체감한다. 분명히 이 약을 이 병에 쓰면 3일 만에 좋아지는 게 통계인데, 5일, 10일을 써도 좋아지지 않는다. 이 수술을 하면 3일 만에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걸어야 하는데 5일, 10일, 한 달이 지나도 병상에 앉지 조차 못하기 일쑤다.
이런 각 사례의 다양함이 크게 하나로 모아지면 통계 숫자로 정의되고, 이 숫자를 모아 본 사람과 단순히 이 숫자를 외부에서 보는 사람간의 시각 차이가 발생한다. 그 숫자만 보는 사람들은 어떤 정책을 내고 치료비를 일괄로 매겨버리는데, 그럼 그것을 제각각 다른 환자에게 적용해야 하는 현장에서 큰 혼란이 생기기 일쑤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수가제도, 우리나라 의료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다.
지난 17일부터 정부는 아무리 상태가 좋지 않은 코로나19 환자라도 증상이 발현한지 20일이 지나면 중환자 병상을 비우라고 명령했다. 이후 입원을 원하는 경우 입원비는 환자가 본인 부담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중환자는 폐가 손상되고 섬유화가 진행되기 시작해 중환자가 되어버리면 언제 좋아질지 알 수가 없다. 통계상으로는 10일 전후라고 나오겠지만, 각 환자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결국 20일을 넘긴 중환자는 인공호흡기까지 달고 있는 더 중한 환자이고 감염력을 그 때까지 보유하는 환자일 가능성이 오히려 더 높다. 숫자에는 보이지 않는 현장의 맹점이다.
그 환자들을 강제로 일반 중환자실로 보내면 다른 비코로나 중환자들과 섞이게 되고, 그들을 진료하는 일반 의료진들과도 섞이게 된다. 기저 질환은 기본이고 ‘중한’ 상태인 환자들과 섞인다는 게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상상에 맡겨볼만 하다.
정부는 지난 11월 1일 '위드 코로나'를 추진했다. 당시의 ‘숫자’로는 의료체계가 잘 돌아가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치명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 동안 의료계는 위드 코로나를 위해 지금의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중환자 시설과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수없이 당부했다. 그 낮은 ‘치명률’ 숫자가 의료진들의 과부하로 빚어낸 숫자임을 잘 알고 있었고, 확진자가 폭증하기 시작하면 그 치명률도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할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 준비 없이 위드 코로나는 시작됐고 확진자 수, 그리고 그렇게 믿던 치명률은 나란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20일을 넘긴 중환자를 말 그대로 ‘버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고 위드 코로나는 2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종식될 상황이다.
정부의 대책 발표에 의료현장의 의료진이 매번 반발하고, 현장에서의 제언을 정부가 매번 무시하는 상황을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이는 그다지 헛된 희망이 아닐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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