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섬마을 공보의가 무사히 섬에서 빠져나올 때까지 긴박했던 4일

대공협 "주민들이 공보의 면전에 방역가스 살포...안전 최우선이었지만 의료공백 이유로 지체"

섬이라는 특성상 응급의료 상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섬 지역 응급환자 이송 장면. <사진=대공협>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3월 16일 오후 3시, 전남 섬 마을 방역가스 살포 사건의 주인공 공중보건의사 A씨는 섬에서 나올 수 있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섬에서 어떤 일을 겪을지 혼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지만 대한공보의협의회 등의 도움으로 일단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관련기사=전남 섬 마을 주민들, 대구 파견 공보의에 방역가스 살포 '충격')
 
대공협 김형갑 회장은 당시 배를 타고 빠져나온 A씨를 보고 '가슴 뭉클한 광경'이라고 묘사했다. 김 회장은 사건이 발생한 12일 이후 대공협에 도움요청이 온 이후 지난 4일간 A씨의 안전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고생했다. 며칠간의 시간이 생각나서이기도 했지만, 이제야 비로소 A씨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A씨는 알고 보니 코로나19 사태로 김 회장이 대구 수성구 보건소에 파견됐을 때 함께 근무하던 동료였다. 김 회장은 “세상이 좁다고 느낌과 동시에 대구까지 와서 열심히 일하고 간 공보의에게 지역사회에서 이런 일을 당했다는 것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대공협은 지난 12일 오후 이번 사건을 접했다. 그러자 대공협 임원진 단톡방이 난리가 났다. 김형갑 회장은 "12일 오후 A씨가 관사 문을 열자마자 마을 주민들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면전에 방역가스를 붓는 사건이 벌어졌다고 했다. A씨의 안전을 확보하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건은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대구에 파견 차 나갔다가 11일 배를 타고 섬으로 돌아왔다. 의료공백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리를 했던 탓인지 12일 아침, A씨는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처방을 통해 환자들을 돌봤지만 이날 오후부터 마을사람들은 불안하다는 내색을 표출했다.
 
결국 주민들은 민원을 넣은 이후에도 거친 행보를 이어갔다. 이들은 12일 오후 4시경 A씨의 관사에만 방역가스를 살포했다. 갑작스럽게 면전에서 방역가스를 맞은 A씨와 대공협은 주민들이 왜 방을 직접 방역했는지에 대한 질의에 끝끝내 답을 듣지 못했다.
 
대공협은 곧바로 A씨와 연락을 취하는 한편, 보건소 담당 주무관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A씨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형갑 회장은 "다행히도 공가를 활용해 1주일 정도 섬 외부에 나와 있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며 "그동안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기로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다음날인 13일 그러나 보건소는 입장을 바꿨다. A씨가 두통과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어 섬을 나오는 배를 당장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검사를 먼저 받기로 했다. 음성일 때는 여수 여객선을 타고 나와 원하는 대로 격리할 수 있도록 하고, 양성이 나오면 따로 배를 보내준 후 여수로 나와 시설 격리하기로 했다.
 
"섬 특성상 우발적인 추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A씨의 신변 보호가 가장 우선이었음에도 보건소는 공보의를 향한 공격행위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결국 13일 늦은 오후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보건소는 대체인력이 23일에 섬에 들어올 것을 감안해 22일까지 근무할 것을 다시 요구했다. 이에 대공협 측은 크게 반발했고 결국 A씨는 16일 오후 3시 배로 섬을 떠나 6시에 뭍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섬 주민들은 공보의 A씨가 거주하고 있는 방안에 방역 가스를 살포했다. <사진=대공협>

이번 사건에 대해 김형갑 회장은 행정상의 불통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섬 마을이 있는  다른 지자체는 대구 차출이 이뤄질 때 보건소나 시군구 공보의 대표 선에서 섬에서 차출이 이뤄지지 않도록 적절히 조치가 취해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섬이 아닌 육지 공보의들의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섬에서 차출이 이뤄졌다는 게 대공협 측의 설명이다. 특히 섬에서 공보의 차출이 이뤄질 때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근무 변동에 대해서도 보건소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역 주민들에 대해선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지만 문제는 당국의 행정 시스템”이라며 “A씨를 조용히 섬에서 나올 수 있게 하는 조치가 필요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했다. 처음에는 지자체에서 잘 처리해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 말을 바꾸는 경우가 있어 어려움이 많았다"고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특히 그는 A씨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주민들의 시각에 대해서도 오해를 풀고 싶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일각에서 A씨에 대해 비난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A씨는 대구에서 섬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지역의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환자를 돌보기 위해 다시 들어간 것이고 14일에는 응급환자가 있어 죽을 위기에 있던 환자를 구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자료는 오히려 논쟁이 될 만한 내용은 다 제외하고 내보냈다. 그런데도 해당 내용이 거짓말이라고 하는 주장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자칫 불화가 심화되면서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가 많았다. 이 때문에 A씨가 섬을 떠나는 순간 안도와 피로, 환희가 뒤섞이며 뭉클했다"고 전했다.
 
대공협은 이송된 A씨를 일단 격리조치 후, 향후 일정은 지자체와 전라남도의사회 등과 협의 중에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대구‧경북지역 파견 공보의들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향후 이들에 대한 신변보호와 인권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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