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내과 전공의의 89.9%가 수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하고 71%는 근무 시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코로나19 전담병동 운영에 따른 수련환경 및 전공의 과로 실태 파악을 위해 전국 수련병원의 내과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병상 운영 관련 내과 전공의 실태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추가적인 인력과 인프라 확보 없이 만들어진 코로나19 병상에 기존 전공의들이 투입되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진료에도 큰 차질을 주게 되어 환자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코로나 병동의 경우 88.8%(123명 응답자 중 107명)가 중환자실로 운영되고 있으나 병원별로 중환자 관리를 위한 장비 등의 부족으로 기존 중환자실을 분리해 코로나 병동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처치가 늦어지거나 적절한 처치를 못하게 되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한 전공의는 “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인공호흡기까지 유지하고 있는 환자가 중환자실 자리가 부족해서 일반 병동에 있었던 적은 없었다”며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이 중환자 치료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들에게도 필요한 처치가 지연되고 있었다. 95%의 병원에서 야간에 코로나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공의가 1명만 존재하고 있었고 이 중 74%는 다른 병동 환자들까지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 병동 출입 시엔 레벨D(Level D) 보호장구를 필수적으로 착용한 후 출입해야 하고 병동에 들어간 후에는 보호장구 착용 후 전자기기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병동을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는 환자 상태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코로나 병동의 경우 중환자실에 준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내과 전공의 중에서도 상급년차가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응급상황 발생시 저년차 전공의가 상급년차와 원활하게 상의하기 어려워 환자 처치가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환자 처치 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었다. 설문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중 89.9%(69명 중 62명)가 수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경험했고, 71%(49명)는 근무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수련 교육의 질저하가 발생한 이유로는 감염내과 수련 과정에서 다양한 환자를 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나 주간에 코로나 병동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환자를 볼 기회가 적고, 행정명령으로 급하게 코로나 병동이 마련돼 구체적 지침이나 교육 없이 무작정 코로나 병동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전공의들은 코로나 환자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중환자실 수련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내용과 중복되는 것이 많고, 특정 분과에 편중된 업무만 하게 되면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고 밝혔다.
여한솔 회장은 “코로나 병상을 확보하라는 정부의 갑작스런 행정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충분한 정부 지원이나 대책없이 코로나 병상만 늘린 결과 전공의 특별법 조차 준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내과 전공의들이 수련을 하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 회장은 “코로나 환자를 포함한 모든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나아가 피교육자 신분인 내과 전공의들을 값싼 코로나 대응 인력으로 내몰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내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향후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수 있는 내과 의사로 키우기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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