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법, 의사를 잠재적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해 의사·환자 신뢰만 깨트려

[칼럼]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유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이 6월 국회 국회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7월 국회에서 계속 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와 보건복지위가 기존 CCTV의 수술실 출입구 설치가 아닌 수술실 내부 설치를 기본 전제라고 밝히면서 법안심사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의 대다수가 찬성하는 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의 폐해는 무엇일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①감시하는 사회는 공공에 대한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없다-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②외과계 전공의 기피로 수술대란 혹은 의료대란 우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보험부회장 
③의사를 잠재적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해 의사·환자 신뢰만 깨트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메디게이트뉴스] 2007년 약화사고 방지를 위해 의심되는 처방에 대해 약사가 의사에게 질의할 경우, 즉시 응대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사는 약사의 의심처방 문의에 대해 법안에서 인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응대해야 할 의무가 생겼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이 약사 또는 한약사의 처방문의에 정당한 사유 없이 즉시 응대 의무를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됐다. 이 법이 갑자기 필자의 기억 속에서 소환되는 것은 포퓰리즘에 의한 법 만능주의가 빚어낸 대표적인 법안이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논쟁만 있었던 불필요한 입법 사례로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밀어붙이는 현 상황이 오버랩됐다.   

당시에 약화사고 방지라는 미명 아래 법이 만들어졌지만 의사와 약사 간 신뢰를 통해 해결할 문제를 처벌하겠다고 법률로 명시할 필요가 있었는지 많은 불만이 있었다. 법안의 논란이 한창이었을 때 '즉시 응대'라는 표현에 대해 '즉시'의 시간적 범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의사가 화장실에 가서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예외조항으로 할 것인지, 의무 예외조항에 '정당한 사유'가 포함된다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참으로 '코미디'같은 법안이었다. 

2021년의 대한민국에서 이슈가 되는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을 보면서 “약사 응대 의무 법안‘처럼 의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며 포퓰리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적인 법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CTV 설치 논란이 계속 되면서 대한민국 의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됐고, 국민과 의사는 신뢰관계를 잃게 됐다.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수술실이 범죄 우발지역일 수 있고, 의료진은 상시 감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 같다.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명분으로 의료사고 시 증거 확보,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환자의 권리 보장, 의료진 간 폭언·폭행 예방, 무자격자의 대리수술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환자와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술실 내의 CCTV 설치를 법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수술실은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현장이고, 수술을 하는 의사는 환자의 신뢰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신성한 장소이다. 필자는 CCTV 녹화를 거부할 수 있다면 내 가족이 수술하더라도 녹화 거부를 선택할 것이다. 수술을 받는 경우 수술포가 씌워지기 전까지는 수술 침대 위에서 전신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수술시의 자세가 공개되면 안 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촬영이 되는 경우 그 영상자료에 대해 관리자의 손을 거쳐야 하므로 일반인이 볼 수 있다. 사설기관인 병원 네트워크 보안 취약성을 노린 해커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수술실 영상이 녹화가 된 순간부터 이미 부작용이 예견된다.  

환자의 인권의 문제와 함께 의료진들의 인권 문제도 부각된다. 수술하는 의사들을 잠재적 의료사고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어 의사의 자존감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으며, 수술을 보조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인권도 심각히 침해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외과 기피 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며 산부인과는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이다.

CCTV 설치 법안과 같은 무리한 규제는 장기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기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의대생들의 외과계열 전공 기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다. 또한 수련기관 병원에서 충분한 수련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함으로 인해 숙련된 외과 의사들이 부족하게 될 것이며, 이것은 결국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약사 응대 의무 법안'처럼 실효성도 없고 신뢰를 깨는 법안은 더 이상 만들어지면 안 된다.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은 절대 통과돼선 안 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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