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많이 당하는 진료과 '외과계·내과'…전공의 기피과와 일치

의료정책연구소, 업무상과실치사상 기소된 의사 전체 전문직종 중 74%…필수의료 살리려면 '고소 남용' 대비 법률 개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우리나라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가 연평균 752.4명으로 국내 다른 전문 직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에 비해서도 10~20배 이상 높은 수준으로 의료계는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과 반의사불벌 특례 등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한 기소 자제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9일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의사는 연평균 752.4명으로 전체 전문 직종 중 73.9%나 차지하고 있었다. 2019년 기준으로 하루에만 약 3명이 기소되는 수준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이는 일본의 입건송치 건수 대비 14.7배, 영국의 과실치사 기소 건수 대비 580.6배, 독일의 의료과실 인정 건수 대비 26.6배에 달하는 높은 수치다. 
 
사진=의료정책연구소


국내 의료과오로 인한 소송은 다른 인명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보다 고가의 소송이었고, 소송 및 조정 신청 건수가 많은 진료과목은 전공의들의 기피 진료과목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과오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평균 952건이었으며, 3000만원 이상 10억원 미만 구간이 9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5000만원에서 5억원 구간의 접수 비율이 높으며, 5억에서 10억까지의 연평균 증가율은 24.2%로 산업재해(30.3%) 다음으로 높다.

또한 의료분쟁조정법의 입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의료분쟁조정·중재 제도가 형사 고소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민사상 의료과오소송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과실의 유형은 수술과 술기가 많은 외과계열이 형벌화 경향이 높았고, 이는 각국도 유사하다. 

의료분쟁조정·중재 신청 중 장애 신청의 경우 정형외과가 226건(29%)로 가장 많았고 그뒤로 신경외과, 안과, 내과, 산부인과 순이었다. 

사망 신청(3156건)은 내과가 1156건(36.6%), 정형외과가 318건(101%)이었으며 신경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가 그 뒤를 이었다.  
 
사진=의료정책연구소


의정연은 이 같은 상황에서 사법경찰관의 의료과오 수사에 대한 전문 역량 강화와 더불어 고소 남용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사법절차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한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과 의료분쟁조정법 제51조의 반의사불벌죄 특례 조항 개정이 시급하다는 게 의정연의 견해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의 경우 구체적으로 ▲당사자간 사적 합의 또는 조정이 성립된 경우 원칙적으로 불기소 처분 ▲당사자간 사적 합의가 불성립한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위원회에 전심적 기능을 부여해 의료분쟁조정 결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판명되었다면 행정청 보고 및 심사 후 형사고소와 행정제재로 규율 등이 제언됐다. 

또한 의정연은 ▲조정이 불성립한 경우 민사재판에 의하며 조정신청전 고소가 진행된 경우 조정신청을 전제로 기소를 유예하고, 조정신청 결과 고의 또는 중과실로 상해 또는 사망한 경우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정연 우봉식 소장은 "최근 필수의료 분야 전공 기피 심화 현상도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별화 경향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의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의료인이 국민의 생명 보호와 건강 증진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 진료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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